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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1.11.11

농업유산 봉동생강

햇생강 수확 현장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1.11.11 15:03 조회 3,3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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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밭 가득 퍼지는 달싸~한 향 , 역시 천년의 유산 봉동 생강밭 현장에서 요리법, 보관법 이야기꽃 피었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 봉동초등학교 뒤편 밭에서 사람들이 모여 햇생강을 수확하고 있었다 . 밭고랑 위로는 생강이 가지런히 줄 맞춰 놓여있었다 .

생강 하나를 집어 뿌리와 줄기를 뜯어서 다듬고 , 흙을 탈탈 털어내니 통통하고 뽀얀 속살이 드러난다 . 손질한 생강은 약으로 쓰일 것과 차나 편강 등으로 가공될 것으로 분류되어 자루에 담긴다 . ■ 생강 수확으로 여념 없는 봉동읍 장기리 일대 지난 10 월 29 일 오전 10 시경 .

DJI 0585
DJI 0585

봉동 장기리에 위치한 생강밭에는 선선한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보존위원회 이용국 (67) 운영위원장의 밭이었는데 완주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을 비롯해서 학교 선후배 , 동네 이웃 등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

비록 공통분모는 없지만 , 분주한 시기에 보탬이 되고자 너나 할 것 없이 밭일을 함께하러 온 것이다 . 전주에서 온 이창두 (66) 씨는 오전 7 시부터 밭에 나와 일하고 있었다 . 그는 “ 나흘째 수확하고 있는데 오늘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

요즘엔 수입품이 많다 보니 토종생강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고 농촌이 점점 고령화되어 생강 농사짓는 분들도 많이 사라졌다 ” 며 아쉬워했다 . 이어 “ 이번에 밭일도 돕고 생강도 조금 얻어서 타지 사는 가족들에게 보내주고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을 것 ” 이라며 웃었다 .

일손을 보태러 온 이들이 생강을 다듬고 있다. 생강은 약으로 쓰일 것과 차나 편강 등으로 가공될 것으로 나뉘어 포대에 담긴다. 완주시니어클럽 유정순 (81) 어르신은 남자 일꾼들이 뽑아놓은 생강을 다듬어서 자루에 담는 일을 하고 있었다 .

유 어르신은 “ 생강은 국에도 넣어 먹고 편강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특히 김장할 때 생강 껍질을 넣으면 감칠맛이 일품이다 . 또 생강 뿌리에 양파 썰어 넣어서 생채를 해 먹거나 김치와 갈치를 넣고 지져 먹으면 맛있다 ” 며 생강을 활용한 요리법을 알려주셨다 .

또 “ 겨울에는 차로 끓여 먹으면 몸이 금세 뜨거워져서 좋다 ” 고 말했다 . ■ 생강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기술 이맘때쯤 봉동 일대에서는 여느 밭에서든지 생강 수확에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생강이 온도에 예민해서 추워지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

이날 3,966 ㎡ 면적의 생강밭에서 한 포대 당 40 ㎏ 분량 생강을 25 포대 수확했다 . 갓 따낸 생강은 모두 저장고에 보관된 다음 , 수확하지 않는 철에 출하하여 판매한다 .

생강밭에서 만난 김순애 (72) 어르신은 “ 생강이 온도에 매우 민감해서 얼면 바로 썩기 때문에 수확하고 나서도 적당한 온도로 잘 조절해줘야 한다 . 옛날에는 집집마다 구들장 밑에 넣어서 따뜻하게 보관했었다 ” 고 말했다 .

서두마을 산자락에 위치한 토굴은 1970 년도에 생강 저장을 위해 만든 생강굴이다 . 이는 사유지로 , 마을에서 매달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 중이다 . 일꾼들이 곡괭이로 일일이 파내서 만든 생강굴의 깊이는 10m 에 달한다 .

생강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시야 확보를 위해 조명을 줄에 매달아 굴속으로 내려보내야 한다 . 그다음 사다리를 타고 안으로 들어간 뒤 , 굴 밖에서 넘겨주는 생강 자루를 차곡차곡 보관하면 된다 .

꽤 무거운 생강 자루를 일일이 옮기는 작업이 고되더라도 생강의 좋은 품질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 이용국 위원장은 “ 생강굴에 생강을 모두 넣은 다음엔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입구를 막아두고 이산화탄소 저장법을 활용해서 보관하고 있다 .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우수한 저장방식 덕분에 생강이 썩지 않고 변함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 ” 이라며 “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도 방법을 깨우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다 ” 고 말했다 .

■ 천년의 역사를 간직해온 봉동 생강 우리가 흔히 식탁에서 마주하는 생강은 거의 중국산 종자를 수입해 국내에서 재배한 것이다 . 토종생강은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고 질병에 취약해서 1970 년부터 중국산 생강이 서서히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

토종생강은 중국산 생강과 다르게 생강대가 질기지 않고 연해서 손으로 쉽게 꺾을 수 있다 . 중국산 생강은 맵고 쓴 향이 나지만 토종생강은 허브향 같은 맑고 상쾌한 향이 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

이은님 (70) 어르신은 “ 토종생강은 독하게 맵지 않아서 어느 음식에나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편이다 . 또 수입품과 달리 껍질이 얇아서 따로 벗겨낼 필요도 없다 ” 고 말했다 . 토종생강은 대부분 봉동지역에서 나고 자라며 천여 년간 이어져 왔다 .

이에 지난 2019 년에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되는 등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 생강이 잘 자라는 토지와 기후를 갖고 있으며 이를 오래 유지하는 기술력 또한 갖추고 있다는 게 그 비결이다 . 한편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보존위원회에서는 완주토종생강 생산자 직판행사를 개최한다 .

오는 11 월 12 일부터 15 일까지 봉동 마그네다리 끝에 위치한 신성리 121 번지에서 토종생강을 만나볼 수 있다 . 이는 김장철이 다가오기 이전에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다 .

봉동에서 키운 토종생강만을 판매하는 장을 열어 본격적으로 토종생강 홍보에 앞장서고 농민들과 소비자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된다 . [ 박스 ] 하전수 어르신이 들려주는 옛 생강 이야기 수확 철만 되면 왜 엿장수가 왔는지 아소?

봉동읍 은하마을에서 나고 자란 하전수 (71) 어르신은 10 대째 마을을 지키고 있다 . 줄곧 생강 농사를 지어왔고 , 지난 2018 년부터는 ( 사 ) 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보존위원회 이사로서 후대들에게 지역의 토종생강을 남겨주기 위해 보존에 힘쓰고 있다 .

오랜 시간 생강과 함께 해온 그에게서 봉동 생강에 얽힌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하 어르신은 “ 옛날에는 제초제가 없다 보니 생강농사를 지금처럼 많이 못 지었다 . 일일이 수작업으로 밭을 매고 풀도 덮어야 했고 유독 손이 많이 가는 농사였다 .

그래서 부잣집에서나 다섯 마지기 정도 짓고 일반 농가에서는 1 마지기 정도 지었다 ” 고 말했다 . 지금이야 농업 기술 발달로 생강이 보편화되어 음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해서 먹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대부분 약재로 쓰였다 .

때문에 다른 작물에 비해 가치가 높은 편이었고 봉동 사람들은 생강농사로 생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 이어 그는 “ 나 어릴 적에는 수확철이 되면 마을마다 엿장수가 몇 명씩 돌아다녔다 .

엿만 파는 게 아니라 오징어랑 화장품 같은 것도 들고 다녀서 아낙들과 생강이랑 교환해가기도 했다 ” 며 “ 햇생강을 조금 떼어내 가락엿이랑 싸 먹으면 독특한 맛이 났다 . 알싸한 생강 맛과 달달한 엿의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렸는데 생강 수확 철에나 맛볼 수 있는 별미였다 ” 고 회상했다 .

현장 사진

햇생강 수확 현장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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