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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6.06.19

초여름, 단오를 만나다

고산의 단오 한마당

세대와 마을을 잇고 공동체를 굳건히 지탱하는 고산의 단오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6.06.19 10:07 조회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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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길굿놀이 응원 듣고 "모들아, 잘 자라다오"

축제의 막을 여는 삼우초 6학년들의 길굿놀이
축제의 막을 여는 삼우초 6학년들의 길굿놀이

단오는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여름의 건강을 빌며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던 날이었다. 누군가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누군가는 씨름판에서 힘을 겨뤘다. 중요한 것은 놀이 자체보다도 같은 계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이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사람은 결국 사람 곁에서 살아간다. 함께 웃고, 음식을 나누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오래된 풍습이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이번 고산 단오 한마당 역시 잊혀가는 명절을 되살리는 것을 넘어 마을 사람들을 다시 연결하는 작은 축제로 펼쳐졌다.

■ 단오를 준비하는 마음들 12일 저녁, 단오 행사를 하루 앞두고 고산면 주민들이 하나둘씩 행사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6시가 되자 음식 준비를 맡은 팀과 씨름장을 꾸리는 팀 등 30여 명의 주민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번 행사는 고산벼두레와 고산향교육공동체를 중심으로 고산초·중·고 양육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준비했다. 행사에 사용할 식재료를 손질하고, 부족한 물품은 각 가정에서 십시일반 보태며 축제를 만들어갔다. 배식팀은 다음 날 참여자들에게 제공할 점심 준비에 한창이었다.

뭇국에 사용할 무를 다듬고 채소전과 김치전 재료를 손질하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행사 당일 사용할 커다란 솥도 한편에 준비돼 있었다. 주민들이 후원한 식재료와 양육자들이 가져온 재료들이 더해져 200인분이 넘는 음식이 마련됐다.

씨름팀 역시 역할을 나누어 경기장을 정비하고 다음 날 열릴 단오 한마당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꼼꼼히 점검했다. 올해 처음 행사 준비에 참여한 주민들도 있었다.

청완초등학교로 전학 온 한 양육자는 “주민들이 함께 모여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처음 참여했지만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늦은 저녁까지 이어진 준비 현장에는 피곤함보다 기대감이 더 컸다.

누군가는 채소를 다듬고, 누군가는 씨름장을 정비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축제를 만들었다.

모내기에 참여한 이들이 못줄잡이의 구령에 맞춰 모를 심고 있다.
모내기에 참여한 이들이 못줄잡이의 구령에 맞춰 모를 심고 있다.

■ 신명 나는 길굿놀이로 막을 열고 13일 오전 9시, 축제의 시작을 여는 건 어김없이 삼우초등학교 6학년들의 길굿놀이다. 지금까지 선배들이 해왔던 놀음을 눈으로, 몸으로 익힌 올해의 주인공들이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스승인 손현배 전승인이 외부 대회 참석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상쇠의 꽹과리 소리에 맞춰 알아서 모였다가 흩어지며 장단을 연주하는 모습에 흐트러짐이 없다. 점점 더 흥겨워지는 장단에 화려한 상모놀이까지 더해지니 축제장에 모인 사람들이 눈을 떼지 못하고 공연에 더욱 빠져들었다.

누군가는 후배들의 열정을 통해 몇 년 전 추억을 떠올리고, 또 누군가는 되살아난 옛 공동체 풍경에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저마다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한 길굿놀이가 마무리되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공연단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 논 위에 그린 초록빛 줄 삼우초 6학년이 한껏 띄운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고산 풍물놀이패가 장단을 잇는 가운데, 한두 마지기 반 규모의 논에서 청소년과 양육자, 마을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풍년을 기원하는 모내기 체험에 나섰다.

처음 논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진흙의 촉감을 신기해했고 어르신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모를 쥐며 자리를 잡았다. 논 양 끝에는 못줄 잡이가 섰다. 팽팽하게 당겨진 못줄이 앞으로 이동할 때마다 참여자들은 “한 발짝 뒤로~”라는 구호에 맞춰 한 줄씩 모를 심어 나갔다.

줄을 맞추지 않으면 모가 삐뚤어지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했다. 못줄이 한 번 당겨질 때마다 초록빛 모가 반듯하게 줄을 이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서로의 손놀림을 살피며 빈 곳을 채우고 간격을 맞춰갔다.

모내기에 앞서 한 모에서 공기밥 다섯 그릇이 나온다고 설명하는 고산벼두레 경작위원장 류한승 씨
모내기에 앞서 한 모에서 공기밥 다섯 그릇이 나온다고 설명하는 고산벼두레 경작위원장 류한승 씨

빠르게 심는 사람도 서툴게 심는 사람도 있었지만 못줄 앞에서는 모두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 예나 지금이나 정겹기만 한 곳 아이들이 빠져나온 논에 어른들만 남아 모를 심는 동안, 진흙투성이 다리를 씻어낸 아이들은 때 이른 더위를 식히려 물놀이를 시작했다. 올해 3월 고산으로 이사 온 주다은 씨와 세 살배기 이음이도 한쪽에서 작은 물장난을 쳤다.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축제를 찾다가 ‘고산 톡방’에서 소식을 듣고 왔다는 다은 씨는 “교육자, 양육자,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매년 공동체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점이 놀랍고 좋다”고 말했다.

한쪽 나무 그늘에서 펼쳐진 고산고와 고산중 밴드 공연이 마무리된 후에는 운동장 곳곳에 편하게 앉아 맛있는 점심을 즐겼다. 배를 채우고 돌아다니며 부스를 구경하다 보면 단오 한마당의 꽃인 씨름 대회 시간이다.

학교별 대항전으로 치러진 터라 구경꾼들은 자기 팀을 응원하면서도 도전자들을 승패에 상관없이 격려했다. 좋은 기술을 시도하면 호응하고, 아쉽게 넘어지면 “괜찮아, 잘했어!”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정이 넘치던 옛 마을 풍경이 아직도 이곳에 있음을 깨닫는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고산고와 고산중 아이들의 밴드가 흥겨운 공연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고산고와 고산중 아이들의 밴드가 흥겨운 공연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
고산초 학부모운영위원회가 맡아 운영한 전통놀이 체험 부스
고산초 학부모운영위원회가 맡아 운영한 전통놀이 체험 부스
음식을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는 지역 어르신들
음식을 함께 나누며 즐거워하는 지역 어르신들

현장 사진

고산의 단오 한마당 사진 1 고산의 단오 한마당 사진 2 고산의 단오 한마당 사진 3 고산의 단오 한마당 사진 4 고산의 단오 한마당 사진 5 고산의 단오 한마당 사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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