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앞 작은 밭 앞에 허리를 굽힌 채 풀을 뽑는 손길이 분주하다. 이름 모를 잡초가 빼곡히 올라온 밭 사이로 어르신의 손이 쉼 없이 오간다. “약을 안 치니깐 잡초랑 전쟁이여.” 한마디에 밭일의 고됨이 묻어난다. 이 밭을 돌본 지도 벌써 2년째다.
집을 지키는 강아지 ‘복실이’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복실이가 있어 집도 마음도 한결 든든하다고 한다. 아침이면 밭으로 나와 풀을 뽑고 거름을 주고, 때로는 퇴비를 사다 뿌리며 땅을 일군다. “뭐라도 해야지 가만히 있으면 더 적적해.
이렇게 나와서 풀도 뽑고 흙 만지고 있으면 하루가 금방 가버려.” 김제에서 시집와 열아홉 어린 나이에 농사를 시작했다. 벼농사를 지으며 자식 넷을 키웠다. 젊은 시절에는 공사장 인부들의 밥을 해주고, 한의원 식사까지 도맡아 하며 바쁘게 살았다.
“그때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어.” 지금도 밭일은 어르신의 일상이다. 오늘은 오이를 심으러 나왔다가 풀이 더 많아 보여 결국 풀부터 뽑았다. 전날에는 쑥을 뜯어와 삶아 떡을 해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아들 둘, 딸 둘 모두 제각기 자리를 잡았다. 자식들은 전주 인근에 살아 자주 들른다.
“왔다 갔다 하면서 얼굴 보니 그게 좋지. 주말에는 막내딸이랑 같이 교회도 가고 그래.” 짧은 말 속에 웃음이 묻어난다. 밭 한쪽에는 꽃도 자리 잡고 있다. 꽃을 좋아해 이것저것 심어두었고 철쭉도 심어 정성껏 가꾸고 있다. 질경이 같은 들풀도 그냥 두지 않고 손수 돌본다.
“꽃이 있어야 보기도 좋고 마음도 편하지. 그냥 지나가면서 한 번씩 쳐다보고 그러는 게 다 낙이여.” 오늘도 어르신은 밭에서 하루를 보낸다. 풀을 뽑고, 흙을 만지고, 계절을 따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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