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려오는 소 울음소리에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춘 곳, 소를 여럿 키우는 축사가 있는 집 앞마당에서 김금순(90) 어르신을 만났다. 어르신은 가스버너 위에 고사리를 삶고 있었다. 끓는 물에 삶아낸 고사리는 찬물에 여러 번 세척 후 햇볕에 바짝 말려야 비로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된다.
말린 고사리는 일 년 내내 밥상에 오르는 귀한 반찬이자 마을의 계절을 기억하게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열일곱에 인근 용호리에서 시집와 평생 농사일을 해왔다는 어르신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집들이 소를 키우던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는 소에 맞춰 쓰던 농기구들이 따로 있었지.
쟁기질이랑 썰이질을 해야 논밭이 평평해져. 땅을 다 골라야 줄 잡고 손모내기를 했어. 손발 맞춰서 손모내기 하는 동안 근처에서 풍장 치던 가락이 아직도 생각나네.” 지금 어르신은 둘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집 옆 축사에는 남편이 키우던 소들을 이어받은 셋째 아들이 매일 전주에서 오가며 돌보고 있다.
예전만큼 소를 키우는 집은 줄었지만 이 집 마당에서는 여전히 그 풍경이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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