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전마을 초입, 개나리를 닮은 노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행복플러스농장.’ 투명한 온실 같은 이곳에선 원예 치유 프로그램이 열린다. 달가운 봄비 내리던 어느 아침, 노란 어린이집 차 한 대가 농장 앞에 멈춰 섰다. 아이들 스무 명 남짓이 조르르 내려 농장 안으로 들어선다. 넓게 펼친 돗자리 위, 선생님의 손길을 따라 어린 꽃을 화분에 옮겨 심는 시간이다.
온실 안은 사방이 꽃이다. 프리뮬러와 다육이, 제철 꽃 화분이 층층이 늘어서 있고, 그 한가운데 아내 신순자(65) 씨가 초록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 앞에 앉는다. 한 손엔 손인형을 끼우고, 다른 손엔 화분을 들어 보이며 설명하면, 아이들 두 눈엔 호기심이 가득 떠오른다.
본격적으로 꽃을 옮겨 심는 시간. 고사리손이 흙 속에 푹 파묻히는 동안, 온실 안은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풋풋한 흙내음, 꽃 향기로 가득 찬다. 행복플러스농장에선 이처럼 관내 어린이집과 학교를 대상으로 원예 교육을 운영한다.
그 밖에도 허브를 직접 심고 차로 내려 마시며 향기 주머니를 만들어보는 '힐링 허브 정원', 가족이 함께 작물을 수확해 간식을 만드는 '가족 텃밭 체험', 어르신들의 인지 능력과 심리적 안정을 돕는 '노인 원예 치유' 등 다양한 대상을 아우르는 폭넓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 전까지 부부는 전주에서 40년 가까이 교편을 잡았다. 아내 신순자 씨는 오래전부터 꽃을 좋아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두고 돌보았다. 먼저 교단에서 내려온 건 순자 씨였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뒤 본격적으로 원예 치유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8월 수학교사를 끝으로 교단을 떠난 중관(64) 씨도 그 길에 함께 들어섰다.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사)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가 주최하는 복지원예사 양성교육과정에 들어가, 1년 6개월 동안 강의와 실습, 논문 집필까지 모두 마친 끝에 복지원예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여기에 원예심리상담사와 가족상담사, 실버케어지도사 자격증까지 더해 나갔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폭넓게 품을 수 있는 원예치유를 하기 위해서였다.
양전마을은 중관 씨의 고향. 농장이 들어선 자리는 원래 임대로 내놓던 빈집이었다.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흉가처럼 변한 곳을 허물고, 지금의 모습으로 꾸몄다. 허전하던 마을 초입에 꽃이 피어나니 참 보기 좋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중관 씨는 이곳이 마을의 모정처럼, 쉼터처럼 자리 잡길 바란다고 전한다. “날이 궂으면 농장 안에 모여 쉬어가기도 하고, 간식도 나눠 먹고, 그렇게 여럿 모이면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요.
어떤 분은 ‘커피라도 팔아라’고 하시는데(웃음), 지금처럼 누구든 편히 드나들어 보기만 해도 쉼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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