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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6.04.05

완주행보

자급지향(自給志向) <3>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6.04.05 13:31 조회 5,3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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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을 차릴 땐 테이블매트를 준비한다 . 식탁 위에 김칫국물 따위 한 방울도 흘리면 안되니까 . 이토록 아름다운 나무탁자님께 행여 해라도 끼칠까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 지난 휴일에 회사 공방에서 태어나신 몸이다 .

탁자가 필요한데 기성품을 사기는 싫고 직접 만들 자신은 없으니 어디서 뚝 떨어지기라도 해라 , 잠들기 전에 갖고 싶다고 세 번씩 말했더니 어느날 내게로 찾아와주신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만들었다 .

K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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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두 달짜리 집짓기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내게는 재능도 관심도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쓸쓸히 돌아온 뒤로 목공을 배운 적은 없다 . 없던 재능이 몇 년 만에 생길 턱이 없으니 직접 탁자를 만들어 볼 엄두도 안 났다 . 직장동료 ㅈ 는 ‘ 그냥 하면 다 해요 . 저도 했는 걸요 .

같이 해요 .’ 라며 나를 살짝 당겨주었다 . 그냥 한번 해보기로 했다 . 함께 하자고 말하는 좋은 동료와 해볼까하는 마음이 기도에 대한 보답으로 탁자 대신 뚝 떨어진 모양이다 .

친절한 선생은 작업 순서와 공구 사용법도 알려주고 탁자 높이를 정할 때도 나보다 더 꼼꼼히 검색하고 실제로 나를 앉혀 확인해가며 많이 도와줬다 . 알려준 대로 자르고 붙이고 구멍 뚫고 나사 박는 작업을 하면 되는데 손에 익지 않은 공구는 스르륵 자꾸 풀리고 알수 없는 이유로 해체되었다 .

ㅈ 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 이렇게 하면 되는데 ’ 하고 다시 조립해줬지만 내가 쓸라치면 맥없이 풀려버렸다 . 그냥 해주지 말고 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말이 무색하게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그이도 내가 아는 대로 할 뿐이다 . 매번 부탁하기도 민망해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으나 계속 실패 .

역시 나는 안 되네 요 . 포기해야겠어요 , 라고 울다시피 말했다 . ㅈ 는 천천히 내 작업을 도와 함께 해주었다 . 내가 할 때보다 공구 풀리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 왜 , 왜 , 왜 ! 내가 하면 안 되는 걸까 .

자꾸 나만 안되니까 짜증이 났지만 젓가락질을 배운다 생각하고 겨우 마음을 달랬다 . 젓가락질을 하기 위한 젓가락 쥐는 법이라는 말이 더 맞겠다 . 손가락 어느 부위에 힘을 언제 줘야하는지를 말로 배우거나 설명할 수 있을까 .

손가락보다 훨씬 긴 젓가락을 두 개나 떨어뜨리지 않고 손가락 사이에 끼운 상태를 젓가락 쥐는 법으로 분리해서 생각이라도 했을까 . 똑같이 보고 따라한다해도 손에 익을 때까지는 젓가락을 수차례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거다 .

내가 잡기만 하면 전동드릴 앞부분이 스르륵 풀려서 분리되버리는 게 마치 손에 쥐자마자 젓가락이 떨어지는 모습 같다 . 방법을 설명해줄래야 설명할 수 없는 것 . 스스로 익히고 감으로 알아차려야한다 . 결국 종일 전전긍긍하며 탁자를 완성했다 .

친절한 선생이 몇 차례 시범을 보이고 내가 그대로 따라하고 공구가 해체되면 다시 부탁해서 조립하고 사용하고 또 풀리면 부탁해서 조립해서 사용했다 . 한두 시간이 지나자 내 손에서도 풀리는 빈도가 줄었다 . 그렇게 오늘도 배운다 .

무슨 일에서나 기본이 되는 어떤 수준까지 다다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 사람은 다 달라서 남들보다 내가 현저히 더디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을 . 탁자를 놓을 위치와 방향을 고민해 자리를 잡았다 . 주워온 나무라 딱 원하는 크기와 모양은 아니었지만 자급생활이란 형편에 맞추는 거니까 .

직접 후라이팬에 볶은 커피콩으로 천천히 커피를 내려 , 쓰고 남은 나무를 주워 직접 만든 탁자에서 마신다 . 직접 만들거나 할 줄 아는 게 많아져서 최소의 소비만 하면서 살게 되면 좋겠다 . 자급은 요원하지만 자족은 자신 있다 .

/바닥(badac) 이보현 새내기 귀촌인이자 완주의 직장인으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줍거나 얻어)쓰는 자급생활을 지향한다.

현장 사진

자급지향(自給志向) <3>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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