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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별곡] 여럿이 모이면 농사도 놀이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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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이면 농사도 놀이


지난 113일 고산권벼농사두레 2024년 정기총회가 열렸다. 정기총회는 한 해 활동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활동계획을 세우는 연례행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벼두레 정기총회는 여느 해와 달리 무척 뜻깊은 마당을 이루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집행부가 탄생했다. 지난 6년 동안 3연임으로 대표를 맡아온 내가 회원의 한 사람으로 물러선 것을 비롯해 집행체계가 새롭게 물갈이 되었다. 나름으로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가 열린 셈이다.

돌이켜보면 벼두레의 태동은 9년 전, 201412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트모 시스템으로 유기농 벼농사를 짓고 있거나 뜻을 품고 있던 예닐곱이 모였더랬다. 게 중에는 나처럼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짓는 이와 시골 사는 맛을 더하려 농사를 짓는 이(우스개 삼아 레저농이라 불렀다)가 섞여 있었다. 요컨대 기왕 농사를 지을 거라면 주먹구구로 하지 말고 기술도 나누고 정보교류와 토론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첫 공부 모임이 있던 날, 이 소문을 전해 들은 열 명 가까운 이들이 가타부타 묻지도 않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벼농사를 지을 생각이니 자기들도 모임에 끼워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들 워낙 초보자들이라 공부는 토론식이 아닌 기초부터 배우는 강의식으로 바뀌었다. 나중에는 농한기강좌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다채로운 내용을 다루게 되었다.

그렇게 공부한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 레저농이 조금씩 늘어났고 볍씨담그기부터 모판나르기에 이르는 못자리 농사는 두레(협동작업)로 함께 어울렸다. 여럿이 모이면 어려운 농사일도 신명이 나고 놀이가 되는 법이다. 그 가운데서 정도 두터워지니 굳이 농번기가 아니라도 벼농사를 핑계로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그래서 양력백중놀이’ ‘논둑길 산책’ ‘황금들녘 풍년잔치’ ‘햅쌀밥잔치’ ‘회원 워크숍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꼬리를 물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농한기영화제> 공동주최, 단오잔치 손모내기 체험 주관, 농업인의 날 가래떡 나눔 같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도 펼쳐왔다.

그런데 공식명칭도 없이 그저 벼농사모임정도로 불렀고, 조직체계도 갖추지 않은 상태로 3년이 지나다 보니 갈수록 덩치는 커지는데 이끌어갈 주체도, 책임소재도 뚜렷하지 않은 한계에 부딪히게 됐고, 결국 반 년 넘게 활동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20185월이 되어 상황을 수습하고 회칙을 마련하고 집행부도 뽑아 조직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그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 가까이 활동이 주춤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활동내용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위기를 잘 버텨내고 이제 출범 10년째를 맞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 임원선거를 앞두고 처음엔 후보로 나서는 이가 별로 없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다행히 벼두레를 훌륭히 이끌어갈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이들로 제4양나경 집행부가 꾸려졌다. 이제 새롭게 도약할 일만 남았다.

한편 대표의 짐을 내려놓은 나로서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게 되었다. 때마침 비봉 돼지농장 문제도 잘 해결돼 이지반사집행위원장 직무에서도 벗어났으니 그야말로 자연인이 된 셈이다. 참 홀가분하다


/차남호 (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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