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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의 다스림의 음악] 유유자적하는 삶을 꿈꾸며2024-02-02

[이종민의 다스림의 음악] 유유자적하는 삶을 꿈꾸며


슬기로운 시골생활을 꿈꾸며

- 원장현의 [유인일기]


세속에서 벗어나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삶을 살아가는 유인(幽人)의 모습을 대금 가락에 실어 그리고 있는 곡입니다.

유인이라 함은 세상의 번잡함을 떠나 그윽한 곳에서 숨어 사는 사람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세속의 부귀영화에 등 돌리고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 만족하며 은둔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 좀 더 적극적으로 새기면, '도를 지니고 의를 지키고 있으면서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包道守正而不遇) 연연하지 않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부르며 돌아가는 사람. 능력을 갖추고 있으되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이를 탓하지 않고 돌아서 자기 정진에 더 열중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대금의 절절함, 우리들 마음을 때로는 촉촉하게 적셔주다가 그 미묘한 촉수까지를 간질이는, 때로는 뒤틀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 아닌가 합니다. 아쟁이나 거문고 등 다른 악기들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대금을 받쳐주는 모습도 자연이나 운명에 거스르지 않으며 살아가려는 유인의 모습을 닮은 듯하여 마음에 더 다가옵니다. 이 곡은 대금 명인 원장현의 [항아의 노래] 음반에 두 번째로 실려 있습니다.

유인이라고 세상의 유혹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여 이 곡에는 체념과 회한이 보일 듯 말듯 얼버무려져 있습니다. 세상을 벗어나 있으면서도 버리거나 매도하지 않고 세상과 함께 하면서도 세속에 휩싸이거나 야합하지 않는, 이름하여 변증법적인 출세간(出世間)의 태도, 그것을 잘 그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유유자적의 시골 살림에서 특히 긴요한 것이 음악입니다. 답답한 심정을 확 풀어주는 화끈한 풀이의 음악도 좋지만 억제하기 어려운 욕망과 그로 인한 번뇌와 성마름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스림의 음악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트로트든 랩이든 풀이의 음악은 널려있어 접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다스림의 음악은 애써 챙겨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답답한 갈증 해소에는 우선 콜라나 사이다가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또 다른 갈증의 원인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풀이의 음악에만 기대다 보면 우리의 성정이 메마르고 강퍅해지기 쉽습니다.

슬기로운 시골살이를 위해서는 몸 건강 챙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마음 건강 지켜나가는 것 또한 못지않게 소중한 일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이번 연재에서는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다스림의 음악들을 소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QR을 스캔해보세요. 음악이 재생됩니다.


/ 이종민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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