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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무당벌레2022-11-30

[이근석의 완주공동체이야기] 무당벌레

무당벌레


사람들은 역경에 처하게 되면 인간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배움의 기회를 찾고 나누곤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곤충으로는 개미, 벌들의 세계를 제일 먼저 꼽아 이들의 생활상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냅니다.

얼마 전에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동생이 완주에 놀러 와서 숙소로 들어가는데 주저주저해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나무로 지은 집에는 무당벌레가 집안으로 많이 들어올 텐데 이 집에도 그러냐고 물어보면서 주변을 샅샅이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꼭 나무로 지은 집이 아니더라도 농촌의 집은 곤충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 도시 생활을 해 온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낯선 것이겠지요.


대개의 곤충들은 변신(?)을 해서 집을 짓고 따뜻한 공간(고치)를 만들어 그 안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성충으로 탈바꿈의 의식을 치르면서 일생을 보냅니다. 그러나 성충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벌이나 무당벌레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모여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겨울을 지냅니다.

그러니 무당벌레들은 자연스럽게 집안의 따뜻한 햇볕이 드는 창가 쪽에서 모여서 겨울을 나는 모습을 흔하지 않게 보게 됩니다. 다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동생은 그러한 모습에 벌레라는 이유만으로 경악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모여서 어려움 상황을 이겨낸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에 대한 배려와 돌봄이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은 곤충 세계를 벗어나 조류에서도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기러기의 남쪽 여정의 과정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상자료도 있어 이 감동스러운 장면을 보며 공동체에 대해 강의 마지막을 정리하던 기억이 납니다.

기러기는 이동거리가 42km라고 합니다. 이동 중에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겠지요. 포수도 만나게 되고 포식동물도 만나고, 우리가 질병의 고통뿐 아니라 여러 가지 조건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듯이 이들도 우리 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은 조건을 맞닥트려질 것입니다.


그들의 생활에서 배울 점은 기러기들은 앞장선 선두그룹을 응원하는 소리를 계속해서 지르면서 힘을 북돋아 준다는 점과 혹시라도 아프거나 여러 사정으로 뒤처지는 동료를 배려하고 돌보아 그 긴 여정에서 소외시키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어려움을 안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나이가 들어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등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합니다. 이들에게 대한 돌봄과 배려가 필요한 것입니다.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자세보다는 따뜻한 지역에서 배려받고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의 정이 필요합니다. 보잘것없고 혐오스럽고 우리에게는 해충이라고 여기는 무당벌레들도 동료들과 몸을 맞대면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은 그런 배려나 마음을 가지지 못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보이고 생색을 내는 일에 치중하다보면 자칫 우리의 삶은 메마르고 퍽퍽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는 동안에 누구나 행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 제 21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소셜굿즈센터 이사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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