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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③ 청소년 성교육2020-07-10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 ③ 청소년 성교육

성교육은 생리학 아닌 감수성

 

아리송협동조합 talk시리즈 진행

부모자식간 불편함 마을이 함께 풀어

 

고산면 고산미소시장에 가면 아리송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어떤 곳일까? 공간을 살펴보자. 아이들을 위한 책이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보드게임이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마을시장을 거점으로 하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아리송의 뜻을 알면 공간의 의미는 조금 더 명확해진다. 아리송_‘아름다운 마을()을 노래(Song)하다’. 이곳은 아름다운 마을을 꿈꾸는, 완주로 귀촌한 학부모 마을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교육협동조합이다.


 


아이들 진로교육코칭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

아리송협동조합(이하 아리송)201611월 온누리살이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하는 고용노동부 지역맞춤형 교육을 수강한 수강생 중 뜻이 맞는 귀농귀촌인 9명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마을학교 선생님, 진로교육이 이들의 목적이었다. 이들은 다음해 2월 현재 위치한 고산미소시장에 입점해 진로카페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완주교육지원청 방과후마을학교를 위탁운영하면서 점차 아이들이 아리송의 공간을 아지트처럼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들은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학교를 찾아가서도 아이들을 만났다. ‘지역 청소년의 길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다양한 사람을 소개했고, 전라북도교육청 학생기자단을 운영했다.

현재는 진로교육부터 문화예술체험, 문화행사기획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완주교육지원센터 직업체험터이기도 한 아리송 공간을 통해 지역의 학부모와 아이들의 다양한 진로교육 활동을 펼치는 것을 시작으로 사진, 음악, 디자인 등 조합원들의 다양한 경력을 살려 문화예술체험 활동을 한다. 또 마을시장을 연계한 지역축제 및 문화행사 기획, 방과후·방학기간 마을학교 등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의료생명윤리교육 및 성교육을 통해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청소년의 성담론, 이제는 낯설지 않아

질병관리본부의 15차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20095.1%에서 20195.9%로 증가했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피임 실천율은 19년 기준 58.7%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성교육은 어떤 상황일까? 2015년 교육부가 성교육을 국가 수준에서 체계화하고 내실화하겠다며 성교육 표준안을 도입하고 전국 초중고교에서 연간 15시간 이상을 성교육에 할애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그래서 아리송은 고민했다. 지역 청소년들의 수준에 맞는 성교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곽이화 교육팀장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은 아직까지 보수적이고 생리학적 위주다. 요즘 청소년들은 성혐오, 페미니즘을 이야기 하는 세대이지만 교육은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라며 서로의 성에 대해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준비된 것이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에 걸쳐 고산중 학생들과 함께한 talk시리즈프로그램이었다. 1탄 아리송한 성토크, 2탄 양육자와 함께하는 성캠프, 3탄 지역패널과 함께하는 성포럼 등. 연극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보기도 하고 엄마와 함께 성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진행했으며, 초경·몽정파티를 했다. 아이들, 그리고 양육자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기대 이상이었다. 마냥 쑥스러워하고 불편해할 것 같았던 아이들이 자신의 성경험과 성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에서 청소년들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얘들아, 성은 뭐라고 생각해?

성은 sex.

성은 중요한 것이다.

성은 출발이다.

다 아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물었다

- 성기가 달린 거 안 불편해? 발기될 때 어떤 느낌이야?

- 자위를 하고 나면 허무해진다고 하던데 기분이 어때?

생리통은 얼마나 아파?

여자는 자위를 어떻게 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이란 대체 무엇일까? 처음 아리송에서 성교육을 준비할 때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이 사실이다.

곽 팀장은 의외로 자연스러웠다.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몰랐다는 게 아이들 반응이었다. 성은 은밀한 것이 아닌, 관계를 맺는 것이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서로 간에 활발한 질문을 주고받았던 것에 비해 양육자와 함께 서로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어쩌면 그것이 아리송이 이러한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배경화 대표는 저 역시 자녀하고 성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대했을 때가 더 편안했다. 부모자식간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을 마을이 함께 하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양육자가 자녀하고 불편하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마을의 선생님들이 그 역할을 다 같이 하는 것이라며 아리송의 역할을 통해 아이들이 성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소통을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역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조건 선진국의 사례를 도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문화다양성, 젠더감수성까지 담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들은 처음에 우리가 성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해왔던 뻔한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험 해보고 나서 오히려 언제 하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고산중학교 학생들이 안전한 면생리대를 만들고 있다.


어깨 위에 놓인 책임감, 지역과 함께 해나갈 것

올해 하반기에도 아리송은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그램형 방과후 마을학교 우리동네아지트 원정대’(완주교육지원청)를 통해 생명과 타인의 소중함 알기 교육을 진행하고, 아리송한 클래스 으로 완주하기’(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를 통해 학부모들과 마을 활동가들이 모여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문화다양성 무지개다리사업 존중의 가치’(완주문화재단)를 통해 학교와 청소년센터에서 성문화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성문화 축제 기획 및 운영을 진행할 계획이다. 성교육키트 시제품 개발 및 제작도 예정돼 있다.

배 대표는 우리가 처음부터 성교육을 했던 것은 아니다. 생명윤리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레 관계의 소중함, 성의 이야기로 발전되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성교육을 진행한 후 지속적으로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함께 했다. 단어 하나도 예민한 것이 성교육이다. 문화가 바뀌어야 변화가 있다. 성교육이라는 단어보다 성문화라는 교육이 더 맞는 것 같다. 앞으로 지역에서 지금같은 선한 영향력을 키우면서 이윤도 창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완주문화재단 무지개다리 사업

완주문화재단은 2020년 무지개다리 사업을 통해 '다름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완주문화재단이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무지개다리 사업은 지역주민과 다양한 문화주체가 문화예술을 통해 서로의 문화의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공동체사회에서 같이 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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