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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食이야기] ① - 완주시니어클럽 김부각2019-03-05

[로컬푸드 食이야기] ① - 완주시니어클럽 김부각


김 위에 핀 하얀 쌀가루꽃 김부각


작년 한 TV 프로그램에 나온 연예인의 먹방으로 김부각이 갑자기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사실 부각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일상에서 자주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도 김부각은 다소 낯선 음식 중에 하나였지만, 완주 로컬푸드 매장에 진열된 김부각을 우연히 사서 먹어본 후 지금은 김부각 마니아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완주 로컬푸드를 취재할 때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었던 곳이 바로 완주 시니어클럽이었다.

 

한번 잡솨봐. 지금 막 튀겨내서 맛있어.” 완성된 김부각을 포장작업 중이던 할머님 한분이 웃으며 김부각을 한 움큼 집어 건네주었다. 맛있는 건 이웃과 나눠 먹고 싶은 마음, 그게 당연한 심정일 것이다. 취재를 위해 김부각 공장을 여러 번 방문했는데, 그 때마다 일하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하다. 좋은 재료에 할머니들의 손길과 정성까지 더했으니 맛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반으로 접은 김에 찹쌀풀을 바르는 작업 중이다.


 

찹쌀풀을 바른 김 위에 참깨 고명을 얹고 있다.


김부각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대략 20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보통 한 봉지를 다 먹는 데는 20분이 채 안 걸리는데, 실제 만드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말 그대로 슬로푸드(Slow Food)’. 완주 시니어클럽에서는 국내산 김 중에서도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고급 서천김을 김부각에 쓴다. 그리고 멸치와 다시마, 양파, , 생강 등 각종 자연 재료를 써서 감칠맛이 풍부한 육수를 만들고, 그것으로 찹쌀풀을 쑨다. 김에 찹쌀풀을 바르는 작업을 마치면 깨끗하게 건조시킨다. 예전에는 방안이나 마당에서 말렸지만, 요즘은 미세먼지를 막고 제품을 균질하게 만들기 위해 건조기에서 김을 말린다. 건조된 김부각은 숙성실에서 약 20일간 숙성기간을 거치는데, 계절에 따라 숙성기간을 다르게 한다고 한다. 이후 다시 적당히 습도를 입혀 최적의 상태가 되면, 그 때 튀기는 작업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곳 김부각은 너무 딱딱하지 않고 적당히 바삭거리는 식감을 가지고 있다.

 

로컬푸드에 납품하려면 Non-GMO 제품을 사용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해바라기유를 써서 김부각을 튀기고 있어요.” 주요 재료들이 국내산인 것은 물론이고 육수에 들어가는 농산물은 주로 완주 시니어클럽의 친환경 영농사업단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을 사용한다. 덕분에 재료의 원가가 높은데도 맛과 건강을 모두 제품에 담아낼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은 뭐든 슬슬하는 것이 없어. 그렇게 만든 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주면 뿌듯하지.” 완주 시니어클럽과 함께한지 올해로 15년 차인 이춘자 할머니께서 말했다. 할머니는 시니어클럽이 정식으로 설립되기 전부터 함께 일한 창립멤버다. 처음에는 밭일하던 사람들에게 새참을 해서 나르던 일부터 시작했고, 슬로푸드 뷔페 레스토링인 새참수레가 지역에 처음 만들어질 때도 함께 일했다. “내가 복이 많은지 가는 곳마다 일이 잘돼. 살림하면서도 말괄량이마냥 15년 동안 부녀회장도 하고 그랬어. 이제는 나이 들어서 예전처럼 밭일도 못하는데, 이렇게 일자리가 생기니까 고맙고 행복하지.” 오랜 시간을 완주 시니어클럽과 함께한 할머니의 말은 이곳에서 일하는 600여명의 어르신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여기 김부각 사업단에는 총 14명이 일하는데, 요즘에도 한 달에 한두 번 함께 회의를 하면서 개선할 점을 찾는다고 한다. 이렇게 김부각 하나를 꾸준히 연구하고 개선한지 7,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할머님들이 고된 노동을 하지 않도록 사업 담당자인 김정한 팀장님은 여러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 가령, 노동량이 많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들은 기계로 대신해서, 할머니들이 편안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기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여전히 할머니들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작업들이 대부분이다. 김에 풀을 바르고 제품을 선별하고 포장하는 작업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만 한다.

 

어머님들이 포장하실 때 자꾸 좀더 담으시려고 해요. 정량대로 넣으라고 말씀드려도 잘 안돼요. 음식에 인심이 박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요.” 팀장님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사먹는 사람으로서는 왠지 기분이 좋다. 취재 후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사온 김부각 하나를 뜯었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라고 더 넣어주셨을 할머니들을 생각하니, 막 뜯은 봉지 안에서 새어나오는 고소한 향기가 유난히 더 진하게 느껴진다.


/글·사진= 조율(조율은 2017년 말 완주로 귀촌, 고산미소시장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율소리네를 운영한다)

 



▲완두콩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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