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소식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공동체 소식

> 이달 완두콩 > 공동체 소식

완두콩 새식구, 임연주2019-01-29

완두콩 새식구, 임연주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나름 열심히 살았다. 좋아하는 공부를 했지만 그에 대한 응답은 쉽게 오지 않았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늘 고민이 컸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전주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유학을 준비했는데 잘 안됐다. 또 다시 이정표를 고쳐야했다. 전공을 바꾸어 서울로 올라갔다. 또 다른 재미있는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간 느슨하게 산 것도 아니었는데 도회지의 삶은 더욱 빡빡했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쳤다. 사람들이 풋내기라고 여길만한 나이도 아니게 되었다. 학기 막바지 직전에 고향인 전주로 돌아왔다. 방학이 되자마자 동생이 링크 하나를 공유해주었다. 완두콩 구인 공고였다.

운이 좋게 회사에 들어왔다. 완주까지의 통근은 생각보다 막막했다. 버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배차 간격으로 인격 테스트를 받는 듯했다. ‘원주에서 서울까지 통학도 했는데 이쯤 못하랴했던 만만한 자신감이 첫날부터 꺾여버리고 편두통이 왔다. 어쩔 수 없이 바로 다음날 한의원에 갔더니 신경성이라고 들었다. 다리를 많이 움직이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그렇게 고산터미널에서 완두콩이 있는 지역경제순환센터까지 아침마다 걷기로 했다.

걷기 시작하면서 완주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지팡이를 짚으면서 걷는 분도 마주쳤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조차 낼 수 없었던 서울에서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려왔던 걸까? 아무도 뒤에서 쫓아오지 않는데 느릿느릿 걸을 수는 없었나? 땅을 디딜 두 다리의 힘은 점점 빠져나고 무능력한 살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제 완주로 온 지도, 걸은 지도 3주가 되어간다. 어느덧 다리에 근육이 붙어서 딴딴해지는 게 느껴진다. 조금 이른 출근 시간에 아침마다 길고양이들 사료를 주고, 좋은 분들과 시간을 보낸다. (게다가 점심이 늘 맛있다!) 또한 취재를 다니면서 더욱 많이 걸으며 완주 분들을 만난다. 최근 일본 영화 일일시호일을 봤다. ‘매일 매일 좋은 날이라는 뜻이다. 매일 아무 일도 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가 쌓여서 오늘이 있다. 무언가에 치여 그동안 나날의 소중함을 잊고 지냈다. 완주의 일일(日日)’일일(一一)’이 전하면서 마음의 근육도 다져졌으면 좋겠다.



/임연주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완주청년공간+림보책방 문열어
다음글
완두콩 새식구, 강소은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