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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시장, 현대와의 조우] 5일장 풍경2019-01-14

[삼례시장, 현대와의 조우] 5일장 풍경

삼례시장은 지난 여름 시설현대화로 새로운 시장건물이 들어섰다. 시설현대화와 함께 3일과 8일엔 5일장이 선다.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셈이다. 12월 28일 삼례시장 생선가게에 손님들이 오가고 있다.



[삼례시장, 현대와의 조우]

 

옛것과 새것을 아우르는 삶의 관계망

 

시설현대화 후 반년 전 새롭게 개장

대 잇는 가게 늘고 젊은 상인 속속 유입

 

삼례시장은 예로부터 다양한 물자가 오고가는 곳이었다. 지리적으로 익산과 전주와 가까워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교통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생닭을 저렴하게 판매해 닭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닭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오래된 역사만큼 시장이 가진 이야기도 많다.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가게들도 많고, 수십 년째 시장을 찾는 단골들의 이야기도 있다.

그런 삼례시장이 20187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삼례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의해서다. 기존 시장이 위치해있던 공간에 새롭게 건물을 지어 점포 문을 연 것이다. 이곳에는 통닭, 백반, 파스타 등 다양한 먹거리부터 의류, 화장품, 방앗간, 건강원까지 다양한 품목의 40여개 점포가 있다. 새롭게 문을 연지 반 년째, 우리는 삼례시장을 찾았다.


 

삼례시장 새 건물 옆 골목은 5일장이면 노점상과 손님들이 많이 붐빈다.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 같은 상인들

먼지 같은 눈이 날렸다. 아침온도 영하 7. 단단히 여민 옷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새벽부터 나온 상인들은 물건을 펴느라 정신없다. 오늘은 1228일 삼례장날이 서는 날이다. 삼례장날은 3일과 8일에 선다. 도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상인들도 있지만 삼례시장 광장에 자리를 잡은 상인들도 적지 않다. 다른 지역에서 장사를 위해 삼례를 찾은 상인들도 있다. 도넛, 족발, 생선, 의류 등 품목도 다양하다.

전국을 돌며 지역의 장날에 장사를 한다는 박재권(47)씨는 포도와 감을 판매하고 있었다. 1일장은 군산, 2일장은 김제, 3일장은 삼례, 4일장은 익산이나 강경, 5일장은 봉동이나 부여를 간다고 했다.

돌아다니려면 힘들죠. 그런데 가게를 차리면 가게세가 들어가고 또 밑천도 없으니까 돌아다니는 거죠. 시장에는 다 자기들 자리가 있어요. 삼례시장 온지 10년 정도 됐는데 저는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어요. 오늘도 여기서 장사를 하죠.”

신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무심한 듯 펼쳐놓은 도라지와 더덕. 산에서 갓 내려온 듯 한 모습의 이삼봉(64)씨가 약초를 팔고 있었다.

이것들 지리산 자락에서 가져온 거여. 이짝은 3년생, 저 짝은 5년생. 큰 놈들은 벌써 다 가져가부렸어. 삼례 온지는 한 10년 됐어. 해마다 11월이면 삼례 와서 장사혀.”

그의 바로 옆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이와는 10년 전 삼례 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집을 방문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이 친구가 장난이 아녀. 산골짜기에 살면서 농사 져. 그러니 향 자체가 다르지. 나는 여그 도라지 사서 술도 담그고 액기스도 해먹었어. 도라지 3개만 먹어도 열이 확 올라. 오늘 같이 추운 날에 옷 다 벗고 있어도 될 정도여.(웃음)”

 

전통시장에 부는 젊은 바람

삼례시장 건물에 있는 카페마실’. 삼례에서 장사를 했던 시아버지를 이어 며느리인 임은아(48)씨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차린 가게다.

시장이다보니 가격도 적정하게 책정했어요. 직접 유기농으로 지은 고구마로 고구마라떼를 만들어요. 위에 올라가는 땅콩 이런 것도 직접 농사짓고 있어요.”

세련된 카페 메뉴판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맥심 1,500이라는 메뉴다. 시장이라는 특성을 살린 메뉴.

시골이라서 카페를 찾는 손님 중에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좋아하고 자주 찾으시는 맥심 커피도 메뉴에 넣게 된 이유죠. 아메리카노, 카페라떼라고 하면 그분들은 생소하거든요.”

전통시장에서 현대적 건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상인들은 아쉬운 목소리를 토로하기도 한다.

앞이 좀 트여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일이 있어서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분들은 이곳의 존재를 잘 모르세요. 참 좋은 목에 있는데 안쪽에 있으니까 아쉬워요. 어떤 사람들은 사무실인 줄 알았다더라고요.”

 

수십 년 세월을 쌓은 친구같은 단골들

삼례시장 건물 내 수니네식탁 작은 가게 안으로 네 명의 남성들이 들어왔다. 스스로를 수니네식탁 고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삼례시장의 오랜 단골들이다.

익산에서 온 유백주(70)씨와 전주에서 온 정회경(70)씨를 포함해 삼례에 사는 장병원(73), 최진오(73)씨 모두 삼례에서 알고지낸 오래된 친구들이다. 이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 이틀째 수니네식탁을 찾았다.

“90년도에 익산으로 이사를 갔는데 몸은 여기서 살아. 친구들이 여기 있으니까. 이렇게 한 번씩 만나서 여행도 가고 술도 먹고 오늘처럼 점심도 먹는 거지.”(유백주)

음식을 하는 주인장의 손에서 양념이 나와서 모든 음식이 맛있다며 처음 본 고객에게 가게 홍보도 한다.

여기 주인이 친절하고 게다가 맛이 좋거든. 그래서 우린 여길 자주와. 오늘은 떡만두국 먹으려구.”

유독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동아떡방앗간에도 사람이 몰려있다. 참기름 짜려는 사람, 곡식을 빻으려는 사람 등. 새벽부터 추위를 뚫고 부지런히 서울에서 내려온 어르신도 있다.

서울서 버스타고 왔어. 20년 전 전주 살 때부터 단골이었는데 서울로 이사 가고서도 1년에 한 번 쓱은 와. 들기름 짜고 흑임자로 깨가루 낼려고. 서울도 방앗간 많제. 근데 여가 잘혀. 정직하게. 여 계속 다녔응게 또 오지.”

어르신이 오늘 가져온 것은 쌀 20kg, 10kg. “깨가루 여서 한번 해서 깨죽 만들어 먹지. 병문안 가서 해다주면은 허벌나게 잘 먹어. 다른 것도 내놔라 그려(웃음). 밖에서 파는 깨죽 같은 거는 그냥 물이여. 시늉만 낸 거지. 여기서 정직하게 혀서 내가 만든 거는 다르거든.”

 

정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꽤나 크다. 정직은 신뢰를 만들고 여기에 세월이 더해져 관계가 된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관계. 그것은 부모 자식 간이 될 수 있고 사장 고객 간이 될 수 있다. 삼례시장에는 그런 관계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그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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