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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에서 노는 법] 농부의 삶을 따라가며 놀다2018-10-01

[완주에서 노는 법] 농부의 삶을 따라가며 놀다

[완주에서 노는 법] 농부의 삶을 따라가며 놀다


피묵마을 이시엽 농부 삶에 주목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공생
순환적 삶 모습 기록으로 담아



완주군 끝자락 운주면 고당리 피묵마을에는 성실하고 정직한 이시엽(72) 농부가 살고 있다. 그런 농부의 삶에 주목한 세 명의 예술가들이 있었으니. 박성현(글), 도저킴(34·사진), 김다혜(영상)작가. 2018 완주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예술농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다. 그 중 도저킴 사진작가를 만나봤다.



어떻게 예술농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나
시니어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마침 7월에 군산에서 전시가 있었는데 그와 가까운 완주에 시니어분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작가노트를 보면 ‘공생’을 주목한 거 같다. 대지와 농부, 농부와 농기구 등등. 어떤 작업을 하셨나
 주제는 공생이다. 인간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 이 순환의 원리는 이시엽 농부님의 삶을 들여다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그는 흙에서 일을 하고 그로 인해 얻어진 작물을 먹고 또 그것이 에너지원이 되어 다시 흙에서 노동을 한다. 이시엽 농부님의 삶을 통해 순환적 구조를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좀 더 복잡한 형태겠지만 우리 각자의 삶에서도 이러한 순환의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작품 중간에 보면 다른 페이지와는 다르게 한자 ‘쉴 식’과 그의 여러 가지 뜻을 써놓았는데 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한자 ‘쉴 식’은 ‘숨을 쉰다’, ‘호흡하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지렁이가 땅을 기어가는 모습과 그와 비슷하게 생긴 호스가 땅에 놓여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렁이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에 존재하면서 이로운 일을 하고, 호스는 인위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낸다. 비슷하게 생긴 다른 존재가 각각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도 그렇다. 
이시엽 농부님을 예로 들면, 사회에서 농부의 삶에 주목하지는 않지만 그는 성실한 가장으로서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숨을 살아내고 계셨다. 이 사회 또한 저마다의 숨들이 어우러져 살며, 공생하고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작업을 하면서 나는 이번 프로젝트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두 부부와 함께한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책자에 유일하게 흑백으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 바로 두 부부가 마을 앞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 순간은 현실의 시간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두 분의 믿음 안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져있다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신기했던 경험이 있다. 처음 두 분을 찍을 때 되게 어색했는데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다시 찍으니 훨씬 자연스러웠다. 그저 장면을 연출해 공감이 배제된 채 촬영했던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알게 됐다.


예술농부에서 예술과 농부는 뭐가 같고 뭐가 다른가? 예술농부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꾸준히 해야 하는 것. 잠깐 주목받고 끊어지는 것이 아닌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해 나가야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나 농부의 삶에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고 숙명과도 같은 일. 농부에게 농사, 예술가에게 예술이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다.


프로젝트 참여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시엽 농부님에게 큰 가르침을 얻었다. 농부님은 허리가 굽으셨다. 굽은 허리로 경운기를 운전하고, 경운기의 방향을 조절하고, 농사를 짓는 모습이 마치 작은 거인 같았다. ‘어떻게 작은 체구에서 저런 힘이 나올까.’ 우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작은 거인 이시엽 농부님을 보면서 나 또한 급하지 않게, 차분하게, 꾸준히 작업하는 작은 거인이 되기를 소망했다.
특히 자녀분들이 두 부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두 부부의 살아온 궤적이 느껴졌다. 증조 때부터 살던 땅에서 성실히 농사짓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온 두 분의 삶이 말이다.





예술농부는 완주 농부들의 삶을 하나의 예술로 보고 2017년부터 완주문화재단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2018년 예술농부 프로젝트에는 양양순 농부와 그를 촬영한 예술가 이근영(글, 사진), 박유미&정재욱(영상), 김선교(영상) 그리고 이시엽 농부와 그를 촬영한 예술가 박성현(글), 도저킴(사진), 김다혜(영상)이 참여했다. 오는 10월 6일 완주문화재단에서 예술농부 휴먼아카데미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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