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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날 모고지마을] “토종당근 심었어요. 근데 감자 맛이 나요”2018-09-03

[비 갠 날 모고지마을] “토종당근 심었어요. 근데 감자 맛이 나요”

[비 갠 날 모고지마을] 젊은 농부 윤지성 씨

토종당근 심었어요. 근데 감자 맛이 나요

 

땅 내준 마을 분들 고마워

마을회관 옆에 텃밭도 가꿔놔

 


안녕하세요.” 얼굴 곳곳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눈에 띄었다. 축 쳐지는 후덥지근한 날씨임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기운찬 미소로 가득 차있었다. 윤지성(40)씨는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를 졸업하고 이서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젊은 농부이다.


첫째는 초등학교 3학년, 둘째는 3살이에요. 남편은 농업과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경기도 수원에서 살던 부부는 농수산대가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이를 따라 3년 전 완주로 왔다. 귀농을 준비한 기간만 5. 남편은 직장에서 김제 스마트팜 등 농사와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다.


저도 젊은 분들이랑 얘기하고 싶긴 한데 주변에 또래가 많이 없어요. 귀촌은 많은데 저 같은 귀농인들은 많지 않거든요. 귀농인들 모임이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성씨는 완주군에는 많은 귀농귀촌 모임이 있지만 부부가 살고 있는 이서면은 완주에서도 섬처럼 동떨어져있어서인지 모임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동네에 백향과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있어 그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주민 중에 백향과를 키우는 부부가 있어요. 완주군 귀농귀촌협의회를 찾아 여기저기 인사를 드리고 나서 알게 된 인연이죠. 귀농귀촌 이서면협의회 박선웅 부회장님과도 인연이 되어 현재 같이 농사를 짓고 있어요.”


지성 씨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갑자기 손사래를 친다.

아이고, 사진 찍으시네. 지금 너무 초라한데. 어우, 부끄러워.”


일을 하다 온 차림이라 사진 찍는 게 부끄럽다던 그녀는 이내 해맑은 표정으로 농사짓는 하우스를 자랑스레 소개했다.


씨앗모임에서 토종당근 씨앗을 받아서 한줄 심었어요. 이게 하얀 당근인데 감자 맛이 나요. 여기 이서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토종당근 외에도 일반 당근도 심었는데 지금 한 달 정도 시기가 늦었어요. 많이 못 키울 것 같아서 작게 샐러드용으로 기를 생각입니다.”


지성 씨는 이날 오전 7시 집에서 나와 하우스의 고랑을 직접 만들고 그 밭 위에 일반 당근과 토종당근을 심었다. 일반 당근은 비교적 발아율이 좋지 않은 편인데 토종당근은 발아율이 좋다. 인근 산에도 작물을 심어놨지만 날이 뜨거워서인지 싹이 나오지 않았고, 3주 전에 심었던 당근들은 비가 와서 다 물러버렸다. 결코 쉽지 않은 것이 농사다.


그녀는 벼농사도 짓는다. 1,200여 평.

사는 곳은 모고지마을과 가까운 아파트예요. 하지만 농사를 이 마을에서 짓다보니 마을분들을 많이 봬요. 어르신들 일 하실 때 저도 팔을 걷어 부치고 조금씩 도와드려요. 벼농사는 모내기 때만 조금 힘들지 그래도 괜찮아요.”


지성 씨가 모고지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땅은 마을주민들이 경작하지 않는 땅들을 내어준 것이다. 이웃들의 마음씨에 자신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그녀는 마을회관 옆 작은 텃밭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옥수수, 고구마, , 당근 등 다양한 가짓수의 작물들이다. 마을을 찾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꾸며놓은 밭이다.


그곳이 원래 잡초 밭이었어요. 마을에 아이 5명 정도가 살고 있고 어린이집도 있어요. 아이들이 오다가다 마음껏 뽑아먹으라고 제가 푯말도 만들고 몇 가지 작물들을 심어놨어요.”


몸이 고된 것보다도 작물이 커가는 것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는 천상 농부 윤지성씨. 그녀는 저는 제가 먹어보고 맛있지 않은 건 안 키워요. 맛있지 않은 농작물은 다른 사람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 딸기하고 토마토를 심어 보려고요며 환하게 웃었다.

 



위의 텃밭은 지성씨가 마을 아이들을 위해 꾸며놓았다. 옥수수, 고구마, 무, 당근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윤지성씨가 비닐하우스에 심은 토종당근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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