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살이 한달 차 엄하영 씨2018-06-04
우연 아닌 인연, 삼례살이
완주 살이 한달 차 엄하영 씨
2016년 여름, 삼례문화예술촌을 다녀갔음에도 삼례만 알았지 완주는 몰랐다. 삼례도 전주와 가까운 도시로만 알고 있었을 뿐, 완주는 나에게 정말 생소한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살게 된지 한 달 째. 1년을 계획하고 간 덴마크 워킹홀리데이를 10주로 정리하고 돌아온 나는 대구에 사는 것이 더욱 답답했고,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물리적 독립을 하고 싶었다.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 등 ‘-거리’가 많은 서울도 생각해봤지만 미세먼지는 대구만으로도 충분했고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졌다. 그리고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러던 중에 알게 된 ‘완주 청년 쉐어하우스’, 그것도 ’삼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그래, 내가 다녀갔던 그곳이었다. 이건 우연이라기에 너무 인연인 것 같아서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삼례살이를 계획했다.
이런 운명 같은 재회와 월세가 5만 원이라는 것도 좋았지만, 대구 같은 큰 도시를 떠나 자연이 더 가까운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했다. (삼례는 생각보다 ‘덜’ 시골이었지만...!) 또 많은 돈보다는 시간을 더 갖고 싶었는데 여기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감사하게도 하우스메이트 수정이의 추천으로 ‘고산 숟가락콩빵 공동육아’의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재밌게 놀고 하루 6시간 근무에 건강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 나중에 아이를 많이 갖고 싶은 나에게는 좋은 경험과 배움이 될 것 같다.
지금이 좋고, 지금의 내가 좋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러려고 덴마크에서 돌아왔나 보다. 앞으로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쓰여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먼 미래를 그리기보다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순간을 살고 싶다.
엄하영(27) 씨는 평생 살던 대구를 떠나 한 달 전 완주로 온 자유로운 영혼의 청년. 현재 삼례 청년 쉐어하우스에 살고 있고 오자마자 취업에 성공해 6월 4일부터 공동육아숟가락에서 선생님으로 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