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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주선이 할머니와 농사파트너 양상민씨2018-04-03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주선이 할머니와 농사파트너 양상민씨

[대문안에 사는 사람들] 주선이 할머니와 농사파트너 양상민씨

내 아덜? 상민이랑 로컬푸드제



안다는 사람은 다 안다는 로컬푸드 할매 3총사. 시장할 때쯤 대문안마을을 나와 점심을 먹으러가던 찰나에 로컬푸드 할매 3총사 중 한 명인 주선이(71) 할머니를 만났다. 우리의 급작스러운 만남은 그 때 시작됐다. 주선이할머니의 옆에는 키 크고 듬직하니 전생에 장군이었을법한 남정네가 밭에서 무언가를 손질하고 있다. 그는 주선이 할머니의 농사 파트너이자 그녀의 듬직한 아들인 양상민(47) 씨다.


“여기 뭘 많이 심어놨네요. 아드님 뭐하고 계셨어요?”
“아 여그 완두콩. 이거 뒤죽거리려고.”
“밭이 진짜 넓네요. 어디까지 어머니 밭이세요?”
“밭이 여그서 저 끝까지고. 저 짝에 또 있어.”
“이렇게 넓은 밭 두 분이서 하려면 힘드시겠어요. 밭에는 뭐 키우세요?”
“완두콩하고 강낭콩, 고구마순하고 있어. 겨울에는 마른 거. 고사리, 고구마 쭉때기 말린 거 토란대. 뭐 그런
거 허지.”


“이것저것 많이 하시네요. 어머니는 로컬푸드 효자점 생긴 이후로 이날 이때까지 하시잖아요. 그럼 부자 되셨것네요? 쉬지도 않고.”
“(웃음) 그르게 말이여. 그 전에는 시장에 냈어. 새벽 1시쯤 남부시장으로 가. 택시타고 가서. 새벽시장. 그런데 로컬푸드는 그램으로 나가지. 처음에는 안 할라 그랬지.뭘 해싸. 옆에서 해보라 그래가지고. 한 번 갖다 냉께 괜찮드라고. 동네 사람들 서너 사람이 거그다 냈지. 처음에는 시장스러워서 안 혓지. 지금은 편혀. 진작 왜 안 생기고 인자 생겼나 몰러. 늙어서 인자 못 허게 생겼는디.”



부추를 돌보고 있는 주선이 할머니와 그녀의 농사파트너 양상민씨.


로컬푸드 효자점이 문을 열 때부터 금년까지 약 7년을꼬박 이곳에 싱싱한 작물들을 납품해왔다는 주선이 할머니. 매일 밭을 돌보고 로컬푸드 매장에 판매하러 가는 꾸준함과 한결같음.


그녀의 사전에 쉼이란 없다.


“예전에는 (로컬푸드 납품을) 매일 했는데 이제는 버스가 오는 날만 혀. 화목토 버스가 와. 앞으로 이런 것이 계속 나옹게, 버스가 자주 왔음 좋것어. 버스가 없응께 댕길 수가 없어.
“아우 어머니 로컬푸드 효자점 생긴 이후로 정신없이 바쁘시겠어요.”
“그럼. 가을되면 넝쿨콩도 심고. 그냥 시골에서 나는 거는 다 심어. 해가꼬 로컬푸드에 갖다놓으면 시세가 좋드라고. 이 완두콩도 많이 허면 못 혀. 로컬푸드는 여러가지 조끔식. 이거 조금 저거 조금. 옥수수 나올 때는 옥수수하고. 촌사람들도 머리 안 쓰면 이제 살기가 틀려. 머리를 잘 써야지. 여러 가지 조금씩 갖다 놓으면 몇 개 팔렸다 무엇이 안 팔렸다 문자가 와. 안 팔리면 반값 취급을 해버려. 천원이면 오백원. 그렇게 또 혀. 지금은 핸드폰이 잇응게 좋아. 무엇이 팔리고 덜 팔리고가 아니까.”


주선이 할머니께는 로컬푸드가 그녀의 아들 상민씨 다음으로 효자다.
“아드님은 어머니랑 항상 붙어계시잖아요. 좋으세요?”
상민씨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곧이어 어머니가 한 마디 거든다.
“좋은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고. 서로 의지가 되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주선이 할머니와 살갑게 말을 하진 않지만 우직하게 어머니 곁에서 함께 넓은 밭을 돌보는 상민 씨.
“어머니 매일매일 나오셔서 일하시죠?”
“그래야지. 앞으로 계속 해야 먹고 살고. (웃음) 댁들도 얼른 가서 식사혀.”


때는 오전 11시. 배가 슬슬 고파질 무렵, 귀찮을 수 있는 지나가던 행인의 참견에‘ 뭘 또 찍어’하시면서도 따숩게 맞아준 두 모자. 오늘도 직접 키운 로컬푸드로 한 끼를 채울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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