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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곁 안남마을] 뚝딱뚝딱 만드는 재미에 빠져사는 유영식 이장2017-07-03

[느티나무 곁 안남마을] 뚝딱뚝딱 만드는 재미에 빠져사는 유영식 이장

뚝딱뚝딱 만드는 재미에 빠져사는 유영식 이장

고향으로 돌아온 맥가이버… 정 많고 흥도 많구나




지난 27일 오전, 안남마을 유영식(65) 이장 집에 노래방 기계가 켜졌다. 손님이 왔으니 한 곡 불러야 하지 않겠냐는 것. 가수 최영철의 <사랑이 뭐길래>의 전주가 나오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춤사위도 격해졌다. 노래 실력도 무대 장악력도 백점 만점에 백점. 유 이장에게 환호를 보내자 그가 수줍게 웃었다. “노래는 저보다 아내가 더 잘해요라며.


 

2층에 마련된 유영식 이장만의 공간. 그간 닦은 드럼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 쯤 되니 궁금해진다. 유영식 이장은 누구인가? 그를 설명할 타이틀을 간추려보니 대략 다음과 같다. 3년차 안남마을 이장, 마을의 맥가이버, 집념의 사나이, 흥부자 등.


그의 집을 살펴보자. 마을 안쪽에 위치한 멋들어진 2층집이다. 대문은 늘 열려있다. 540여평 대지에는 꽃나무와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있다. 정자, 평상, 야외 조리장, 그네, 텃밭 등 없는 것이 없다.


집도 나도 심심해서 취미삼아 하나둘 뚝딱뚝딱하다 보니 이렇게 보물창고가 됐네요.”


유 이장은 귀향과 동시에 안남마을 살림을 맡게 됐다. 올해로 이장 3년차.


삼기초등학교까지 산 넘어서 걸어 댕기고 그랬어요. 9살 때였나? 어릴 적부터 항상 지게를 지고 다니는 게 일이었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어깨가 왜 그렇게 굽었냐고 하시길래 거울을 봤더니 정말 볼품없이 굽어져 있는 거에요. 어린 마음에 무섭더라고요. ‘농사 안 짓는다선언하고 이일 저일 기웃거리기 시작했죠.”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생계에 뛰어들었다. 서울, 전주, 포항, 울산 등 전국을 돌며 장사부터 시작했다. 제철, 페인트칠, 목수, 미장, 공무원준비, 심지어 시체 닦기까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했다.


여기저기 전전하다 아는 분의 소개로 대기업에서 공장설비 일을 하게 됐어요. 30년 넘게 근무하고 은퇴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죠. 고향을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거든요.”



틈날때 마다 뚝딱뚝딱 만들어 놓은 조형물로 가득한 정원



수십 년 다양한 내공으로 실생활에서 웬만한 건 다 고칠 줄 안다. 마을에서 보일러나 텔레비전이 고장 나거나, 상수도가 터져도, 경운기 용접, 각종 기계 수리에도 유 이장이 나선다.


마을 분들이 뭐가 조금만 부러지고 안된다 싶으면 그냥 무조건 저를 부르고 봐요.(웃음)”


그가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 아직은 전주에 살고 있던 때. 그는 마을에 집을 완성한 뒤 시간이 날 때마다 마을로 왔다갔다하며 집을 조금씩 손봤다. 그래서인지 집안 어디라도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전등을 비롯한 실내장식, 마당의 보도 블럭과 정원의 분수, 소소하게는 가족을 형상화한 깡통인형도 모두 그의 솜씨다. 버려진 물건일지라도 그에겐 좋은 재료가 된다.


처음 공사할 때 업자한테 맡겼는데 내가 그려준 거랑 그냥 똑같이 해놨더라고요. 집이 재미없고 허전하니까 이것저것 만들어 채워 넣기 시작했어요. 고물도 내 눈에 띄면 부탁을 해서라도 꼭 가지고와요.”


그는 한 번 꽂힌 물건은 반드시 가져야만 하는 집념의 사나이기도 하다. 산에서 나무를 싣고 오다 타고 있던 트럭이 뒹굴어 죽을 뻔한 적도 있다. 목숨과 바꿀 뻔 했던 그 나무는 현재 앞마당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지런히 꾸민 집에는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아내 이의선 씨와 함께 집 앞 고추밭을 둘러보고 있다.



앞으로 이장으로서 더 열심히 마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그. 물론 집안 곳곳을 꾸미고 드럼도 치며 노래도 부르는 그의 취미 생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이장으로서 마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죠. 취미 생활도 더 열심히 할거에요. 재미있게 살아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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