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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그 따뜻함] 50살된 구들에 대한 단상 2017-01-09

[아궁이, 그 따뜻함] 50살된 구들에 대한 단상

구들은 살아있어, 흐름이 있고 숨을 쉬지

유재완 어르신과 박용범 이사의 구들장 대화

    

 

화산면 상호마을 유재완 어르신은 직접 손본 전통 구들에 산다. 그 구들은 50살쯤 됐다. 어르신은 적정기술이나 전환기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적정기술자였다. 전통구들에 관심이 많았던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박용범 이사가 마침 어르신의 구들을 찾았다. 난방문제 해결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신구세대가 아궁이 앞에 마주 앉아 구들에 대한 지혜를 나눴다.

     

박용범= 옛날 방을 고치셨군요. 시멘트는 아니죠?

유재완= 다 흙장이여. 여기가 흙장이었거든. 이만치만 때면 뜨거워

 

= 요새는 구들 놓을 줄 아시는 분 없으시죠?

= 거의 없지. 있대도 옛날 구들장도 안 쓸뿐더러 구들장 돌도 안 나와.

 

박용범 이사가 고개를 숙여 유재완 씨네 아궁이를 살펴보았다. 구멍이 잘 안보였다. 무척 깊었기 때문이다.

 

= 아궁이 구멍이 안 보이네요.

= 궁이는 깊을수록 좋아. 그래야 불이 잘 타고 올라가.

 

= 방은 얼마나 넓은가요?

= 방은 쬐끄만해. 구들장 하나가 요만혀.

= 이맛돌이 요만하단 건가요?

 

이맛돌은 아궁이 입구의 위에 가로 걸쳐 놓은 돌. 불이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자리여서 두껍고 큰 돌이.

= 엄청 커. 이놈이 깊이 들어갔거든. 흙이 아주 두껍게 깔렸어. 피지를 깐 거야. 기술자가 황토로 발랐는데 트더라고. 그래서 잘 문질러서 피지를 깔았어. 흙냄새를 맡기 위해 바르지 말라는 거야. 한 번만 바르라는 이거야. 

= 흙은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게 좋아요. 처음에 두껍게 바르면 떨어지니까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게 좋죠. 종이는 여러 번 덧바르는 게 좋고요.

 

= 여기가 이맛돌이야.

= 고래는 어떻게 가나요?

 

고래는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을 뜻한다. 연기와 불길이 통하여 나가게 되어 있다.

     

= 저기까지 하나짜리가 갔다가 이렇게 들어가고 저렇게 들어가지.

= 줄고래에 허튼 고래를 섞은 거네요.

= 개자리(음골)를 엄청 넓게 했지.

 

개자리는 구들이 있는 방에서 불기를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무르게 하려고 구들 윗목 밑에 고래보다 더 깊이 판 고랑. 음골이라고도 한다.

    

= 그래야 불이 잘 들어가는 거죠?

= 그렇게 해야 바람 불어도 불이 거꾸로 나오질 않아.

    

(위, 아래) 유재완 어르신과 박용범 이사가 구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 구들장은 어떻게 쌓았어요?

= 넓적한 돌을 여기다 놓고 저기다 놓아서 붕 떠있는 거지. 곰보돌 구들돌은 아무리 불을 때도 갈라지들 안 혀. 다른 것들은 튀어버리거든. 윗목에는 얇은 돌을 놓고 아랫목에는 엄청 두꺼운 돌을 놓는 거지. 그 다음에 흙을 많이 깔고.

 

= (구들을)제대로 잘 놓으셨네요. 이렇게 작은 방은 어지간히만 놓아도 따숩죠. 어디서 배우셨어요?

= 옛날에 놓은 거지. 50년 됐을 거야.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을 다시 수리한 거지. 여길(바닥) 파서 고래를 치우고 재를 16포대나 버렸어. 바닥을 청소한 뒤 그대로 다시 구들을 해놓은 거지. 40년 만에 한 번 긁어 낸 거야. 이 구들방은 불도 안나. 흙을 두껍게 해놓아서 그래. 흙을 야찹게 하면 돌이라 열 받으면 타버리잖아. 아랫목은 흙을 두껍게 놔야해.

 

= 외국인들이 한국의 구들은 빵 굽는 오븐 같다고 해요. 그 이유가 뜨거우면 뒤집고 그래도 자고 나면 굉장히 편하다는 거예요. 창을 열어놓고 자더라도 기분이 좋다는 거예요.

= 안식구도 안방에 침대를 놓았는데 거기서 안 잘라고 해. 뜨끈뜨끈하게 지지는 맛에 구들방에서 자려고 하지.

 

= 본래는 나무 보일러를 놓았었어. 그런데 보일러 기름 값이 1년에 돈 백만 원쯤 들어가더라고. 엄청 아까웠어. 그래서 나무보일러를 놓았던 거지. 그런데 나무 보일러도 나무가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고. 그걸 부수고 아궁이를 새로 놓았어. 지금 아궁이와 비교해보면 나무보일러 1년 땔감이면 아궁이는 3년을 더 땔 수 있어. 그만큼 나무가 적게 들어간다는 거지. 

= 보일러는 방이나 집 전체를 데우잖아요.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자는 데만 따뜻하면 되죠. 옛날에는 방을 그렇게 크게 만들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열이 몸에 바로 전달돼야죠. 공기를 데워가지고는 별 소용이 없어요. 난로와 몸은 붙어야 해요. 그래야 열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니까요. 뜨거운 방은 찬바람이 들어와야 하고요. 그래서 살짝 열어놓고 자야 좋죠.

= 34일 딸네 다녀왔는데 반팔소매 입고 있을 만큼 아파트 단열이 잘돼 있어. 그런데 그만큼 공기가 안 좋더라고. 구들은 춥기는 하지만 벽에서 새 공기가 들어와서 자고나면 개운한 거지.

 

= 개자리로 넘어갈 때 구멍을 작게 뚫으셨나요?  

= 고래는 반듯하게 놓고 옆으로 개자리를 엄청 깊게 팠지.

 

= 넘어가는 구멍은 얼마나 크죠? 

= 이거 정비할 때 숯 검댕을 16포대 파냈지. 고래가 군데군데 기둥만 있어. 구들장을 얹히는 거야. 여기가 개자리인데 엄청 깊어. 뚝 떨어질 정도지. 그래야 불이 잘 들어가지.

      

흐튼 고래는 줄고래 기본형에다 기둥만 있고 거기에 구들장이 얹힌 것이다. 바둑판 모양처럼 생긴 게 흐튼 고래다.

 

= 아궁이 바닥은 깊을수록 좋죠. 그래야 불을 당기니까요. 불목이 쏙 빨려서 들어가죠. 옛날에는 동네에서도 구들을 놓는 사람이 많이 있었나요 

= 동네사람들이 다 했지. 시멘트 넣으면 큰 일 나. 장판도 놓지 못하게 했어.

   

화산면 유재완 어르신이 지난 2015년 여름 구들 작업을 하고 있다.

 

= 아궁이가 좋은 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거예요. 기름보일러는 문을 열어놓지 못해요. 잘 때도 좋은 공기 마셔야 하는데 구들은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돌과 흙이 축열해서 온기가 오래 가고요. 화목보일러는 나무가 아궁이보다 5배는 더 들어갈 겁니다. 그런데 밤나무는 가스 나와요. 잘못하면 위험해요. 

= 우린 그걸 몰랐어. 그래도 새지 않으면 괜찮아. 50년간 매일 불을 때니 구들에 열이 머물고 있어 조금만 때도 따뜻해지는 장점이 있더라고. 

= 나무가 적게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화목보일러보다 편해요. 화목보일러는 불보는 재미가 덜한데 이건 둘러 앉아 불보는 재미가 있어요 

 

= 열은 바로 쓰는 게 가장 좋아. 물을 데워서 돌리는 건 한 번 거치기 때문에 효과가 적어. 이게 구들장의 핵심이지. 

= 바로 바닥에 몸을 붙이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씀이죠?

    

박= 떤 사람들은 주말에 별장 가서 벽난로에 불을 때는 데 올 때쯤이나 따뜻해져요. 바보 같죠. 사실 불은 매일 때야 하잖아요. 벽난로나 구들에 불을 땔 때 완전히 식은 상태서 열을 올리는 건 어렵죠. 좀 온기가 있는 걸 때면 나무가 적게 들어가요. 그런데 옛날 구들을 보니 재미있네요. 이런 구들 놓는 사람 요즘 거의 없어요. 집짓는 분들도 고래가 중요하죠. 방이 넓으면 1자 고래로 돌아야 합니다. 옛날 분들은 지혜가 있어요. 바깥쪽에 고래가 있어야 해요. 가운데만 고래가 있으면 온도차이 때문에 결로가 생겨요. 옛날 분들의 지혜가 느껴지네요. 

유=개자리, 음고래 거기서 불을 빨아들여서 굴뚝으로 나가는 거지.

 

조선시대 땐 임금의 채소를 키우기 위해 구들로 온실을 만들었다. 구들은 세 가지만 있으면 되는데 먼저 불이 잘 들어야 한다. 뒤로 안 나오고. 그 다음엔 방이 따뜻해야 한다. 끝으로 나무가 적게 들어가야 한다. 구들은 아무리 불을 때도 바로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늦게 뜨거워지고 오래 간다. 그래서 전날 저녁에 땐 불이 다음날도 식지 않고 따뜻한 것이다.

 

박= 고인돌이 옛날 구들의 원형이라는 사람도 있어요. 로마시대에도 구들이 있었대요. 그건 지금 세워놓아서 벽난로가 된 거죠. 우리는 바닥이 된 거고요. 요즘엔 외국인들도 구들이 좋다며 놓는 사람들이 있어요.

 

유=그게 구들이야. 옛날 어머니가 여기서 101살까지 사시다 돌아가셨어. 이 집은 완전 흙집이거든. 밖에서 보면 어설퍼. 옛날에는 회포대를 썼지. 바닥 바르고 들기름, 콩기름 바닥도 흙으로 바르고 피지만 바르도록 하더라고. 벽은 황토 흙으로 바르고 창호지 한 꺼풀만 발랐어. 흙이 보일락 말락 발랐어. 흙이 숨을 쉬어야 하고 숨 쉬는 것을 내가 마셔야 해. 그래서 나는 이 구들방하고 저 2층집하고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꿔. 사실은 여기 부수고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안식구(부인)가 죽어도 못 짓게 해. 이 구들방 지을 때 우리 형제가 짚 썰어놓고 황토 이겨놓고 탄창 통에 넣어서 흙으로 찍어서 말려서 만든 집이여. 그래서 그런지 애착이 가고 아깝더라고. 방은 나무를 이만치만(아주 작은 양) 때도 뜨거워. 진짜 피로 풀리는데도 구들이 최고지.

 

유재완 어르신 부부가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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