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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 그 따뜻함] 구들침대로 겨울나는 홍학기씨 2017-01-09

[아궁이, 그 따뜻함] 구들침대로 겨울나는 홍학기씨

"전기 없는 오지여도 후끈후끈해요"

구들 침대로 겨울나는 홍학기씨

 

 

등 따시면 만사가 편한 법이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특히 그렇다. 요즘엔 기름보일러며 가스보일러가 지천 이어서 버튼 한 번 누르면 난방 걱정 않고 한 겨울에도 반소매 차림으로 살 수 있다지만 그것도 다 전기가 들어올 때 이야기다. 그러니 완주에서도 오지로 불리는 운주 고당리 피묵마을, 그곳에서도 구불구불 산길로 6km를 더 올라가 사는 홍학기(63) 씨에게는 장작으로 후끈 덥힌 구들침대가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3년 전부터 이곳에서 산야 130만평을 관리하고 있는 홍학기씨는 샌드위치 패널로 집을 지어 기거하고 있다. 대둔산이 훤히 보이는 왕사봉 아랫집이었다. 왕사봉은 해발 730m의 제법 큰 산이다. 모악산이 그 정도 된다. 겨울 산자락은 해가 특히 짧다.

해가 오전 10시쯤 떠서 오후 3시쯤 져요. 추울 수밖에 없죠. 처음에는 난로를 땠어요.”

 

그러다보니 집안이 지저분해지고 엉망이 되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게 구들침대다. 구들침대는 말 그대로 침대형태의 구들로 동서양의 지혜가 융합되어 있다.

적정기술 전람회인 나는 난로다에서 배운 로켓매스 히터를 응용해서 만들었어요. 산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응용하면 추운 겨울을 견디기에 좋겠더라고요.”

 

(위)홍학기씨가 직접 만든 구들침대. (아래) 구들에 땔감을 넣어 불을 떼고 있다.

 

원리는 이렇다. 집밖에 작은 아궁이가 있다. 이곳에 불을 때면 내화벽돌과 흙으로 만든 세로형 로켓매스 히터로 열이 전달되고 이 열은 다시 가로형 구들침대로 전달되어 순환한 뒤 그 열을 소진한 연기만 연통으로 빠져나간다. 열 손실이 거의 없는 구조고 아궁이도 작기 때문에 장작을 적게 땔 수 있다. 구들침대는 가로 4m에 폭이 1.65m여서 4명도 누울 수 있는 넓이다.

불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해요. 불구멍은 작아도 안쪽은 더 커야하죠. 전통구들의 원리예요. 적정기술을 공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홍씨의 전기기술자다. 지금도 일주일에 2-3일은 무주로 나가 전기안전점검을 하고 돌아온다. 비록 샌드위치 패널과 석고보드로 만든 집이지만 그가 손수 지은 집이다. 지붕 위에는 태양광을 설치해 LED 전구를 켜고 텔레비전 정도는 볼 수 있는 전력을 얻고 있다. 구름 끼면 발전이 안 돼 내년에는 24시간 돌아가는 수력발전도 계획 중이다. 본래 손재주가 있는 것이다.

 

(위)집 안에 붙어있는 온도계. 15도를 가르키고 있다. (아래)홍학기씨 집에서 보이는 풍경.

 

그런 그의 구들침대도 허점은 있다. 바닥을 너무 두껍게 해 놓아서 열이 잘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는 “5cm 정도면 적당했는데 10cm나 올려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처음 시공 후 잘 말렸어야 했는데 덜 마른 상태에서 짚을 깔아 놓아서 곰팡이가 슬었다. 황토는 한 달 이상 말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는 여기서 죽을 때까지 살 생각이다. 집도 계속 개선해가면서. 그러고 보면 그의 집도, 구들침대도 계속 진화 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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