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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 그 주인들] 고산중화요리집 일월성 정인철-고명순 부부2016-12-06

[오래된 것, 그 주인들] 고산중화요리집 일월성 정인철-고명순 부부

"30년 감회랄 게 있나. 손님들이 잘먹었다 할 때 뿌듯해"

고산 중화요리집 일월성 정인철-고명순 부부


시골에서 만나는 오래된 풍경 중 하나가 중화요리집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장날 엄마 손에 이끌러 맛본 짜장면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맛이다. 고산우체국 골목에 세월의 더께가 두텁게 내려앉은 중화요리집 일월성(日月星)이 있다. 주인은 고산에서 나고 자란 정인철(66)씨와 서울 토박이 부인 고명순(58)씨다. 고산면민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는 일월성의 30년 세월을 들여다보았다.

  

- 언제 개업 했나.

1980년대 중반에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엔 지금의 영미용실이 일월성 자리였다. 거기서 8년 하다가 이쪽으로 이사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 왜 하필 고산이었나.

이곳(읍내리 상리마을)이 내 고향이다. 서울에서 한 30년 정도 살았다. 배고픈 시절이었다. 그래서 중국사람 밑에서 중화요리를 배웠는데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향으로 내려왔다.

 

- 그때는 짜장면 한 그릇에 얼마였나.

당시 짜장면 한 그릇에 1,700원 받았다. 밀가루 한 포대(20kg)16,500원 하던 시절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음식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지금은 짜장면 한 그릇에 3,500원이다.

 

- 개업당시 장사는 잘 됐나.

그땐 용담댐 건설을 맡은 삼성건설과 한보건설 직원들이 많이 왔다. 이 시골에 중화요리 안주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 집엘 자주 왔다.


 


일월성의 짜장면과 탕수육. 




- 30여 년 전과 비교해서 가장 잘 팔리는 음식은.

당연히 짜장면, 짬봉, 간짜장 순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다만, 옛날에는 양이 많은 것을 좋아했으나 지금은 양보다는 맛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 제법 손님들이 많은 것 같다. 손님들이 언제 많이 오나.

단골손님이 많다. 외지 손님들도 대부분 단골들이다. 워낙에 시골이라 손님이 특별히 몰리지는 않지만 장날(4, 9)이 그래도 많다.


 


오래된 색이 바랜 메뉴판. 지인이 써준 사자성어 액자.


- 붓글씨로 된 사자성어 액자가 많이 걸려있다.

동상에 사셨던 지인이 써준 것들이다. 일월성(日月星), 사필귀정(事必歸正), 산이능적(散而能積) 등 모두 특별할 것 없는 사자성어지만 손님들도 좋아해서 걸어놓은 거다.

 

- 영업에 대한 특별한 원칙이 있나.

음식이나 공간을 항상 깨끗하게 하려고 한다. 음식은 무엇보다도 손님이 올 때 조리를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무리 예약손님이라도 손님들이 많을 때는 순서를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오징어 등 부재료도 싱싱한 재료를 사다가 직접 손질해서 쓴다. 짜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음식을 그때그때 준비한다.

 

-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켰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 건물도, 일월성이라는 이름도 내가 지었다. 항상 해온 일이니 감회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나서 잘 먹었다고 인사할 땐 뿌듯해진다. 면 팔아 아들딸 잘 키워낸 것도 나름 뿌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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