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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 그 주인들] 30여년 역사 뒤로 하는 삼례 시장수선2016-12-06

[오래된 것, 그 주인들] 30여년 역사 뒤로 하는 삼례 시장수선

바느질로 자식들 키우고..."이제는 나의 삶 살고파"

30여년 역사 뒤로 하는 삼례 시장수선


빛이 잘 들지 않아 한낮에도 시장 거리는 어둡다. 셔터를 내린 여러 개 상점의 연이은 풍경 속에 수선이라 적힌 빛바랜 간판의 노란색 빛이 눈에 밟힌다. 이곳은 삼례시장의 한 골목. 삼례시장은 오래된 시장을 현대화시키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마지막 남아있는 상점들은 이달까지 짐을 뺀 후 사업이 마무리 되면 다시 현재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시장에서도 안쪽 골목에 위치한, 옛 간판을 내건 마지막 상점 중 하나인 시장수선최효선(59). 그는 서른살 되던 해, 이 자리에서 바느질을 시작했다.

이 시장거리의 1세대들은 많이 돌아가셨어. 우린 2세대라고 보면 돼. 이 건물이 건축되어진지는 45, 50년 정도 됐을걸. 여기가 원래 이불집 이었는데 그 할머니가 나한테도 참 잘해주셨지.”


지금은 장날 푸성귀를 파는 어르신들이 앉아있는 모습이 골목 풍경의 전부지만 과거에는 이 골목은 수많은 옷집이 모여 있는 곳 이었다. 지금말로 표현하면 의류 특화 거리 정도 될까. 효선씨의 표현을 빌리면 명동 1번지 거리’.


그때만 해도 저 우성아파트 한 채 가격이 3,500(만원)정도 됐어. 근데 여기가 5,000인가 그랬던 거 같아. 권리금이 어마어마했지. 그때는 이 거리가 명동 1번지였어. 지금은 재래시장 다 죽고 뒷골목이 됐는데 그때는 최고의 상권이었지. , 날 새워 바느질했다니까.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 어마어마하게 옷가게가 많았지 여기에. 신발집도 있고. 옷가게 있으니까 내가 여기 들어왔어.”





시장수선을 오래토록 지켜온 낡은 재봉틀 등.

 

당시에 이 거리에는 수선집이 2곳 있었다. 지금은 신시장과 구시장거리에 여러 개의 수선집, 세탁소가 있다.

그땐 수선집이 2개 있었어. 그 아저씨는 돌아가셨어. 재작년에. 친하게 지냈거든. 돌아가셔서 많이 울었지. 지금은 이쪽이랑 구시장에도 수선집이 여러개 있어. 세탁소도 있고. 근데 나는 그런 거 연연하지 않아.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하고 있어.”


바느질 학원을 다니고 책을 보고 익힌 기술로 효선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친정어머니를 모셨다. 그래서 바느질과 이 시장거리는 그에게 감사한 곳이다.

수선이라고 우습게 생각하면 안돼. 수선이 오히려 더 어려워. 사람 체형에 따라서, 취향에 따라서 해줘야 되니까 쉬운 게 아니야. 고맙지 이 자리가 감사한 자리지. 난 누가 뭐하냐고 물으면 바느질쟁이라고 해. 바느질하면 즐겁잖아. 이쁘게 해서 걸어놓으면 그게 허투른거지만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느질쟁이의 자부심으로 고친 옷과 착한 심성으로 만나온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비싼 옷은 함부로 못 맡기니까 이리로 와. 그런 사람들 믿음 때문에 내가 가게를 못 닫지. 그 사람들도 다 젊은 엄마들이었는데 지금은 다 파파할머니들이 됐어. 그 사람들 보면 세월이 흘렀구나싶어. 나도 많이 늙었구나 싶고.”


수선집을 시작할 때 직접 짰던 가구와 낡은 공간은 이제 사라지지만 수십년째 잡고 있는 그의 분신 같은 바늘과 가위, 재봉틀은 여전히 함께 한다.

지금 나도 짐 싸고 있어. 하나씩 들어 나르고 있지. 내가 요새는 고산에서 해설사 공부를 하거든. 지금까지 열심히 애들 갈치고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왔잖아. 이제는 나를 위해서 살아보려고.”




수십년을 함께 장사해온 이웃상인과 함께.


그의 직업은 다섯 손가락으로도 다 셀 수 없다. 농부, 바느질쟁이, 식당 주인, 문화해설사, 학생, 엄마, 할머니, 아내. 한참 날을 새고 바느질을 하던 그 젊은 여자는 이제는 노년을 준비한다.


무작정 늙는 게 좋은 게 아니야.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그것이 내 요즘 관심사야. 주저앉지 않고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려고. 그렇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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