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이 살아온 삶의 터전 여기가 내 집! 김옥례 어르신 교동마을 한가운데 놓인 도로 옆을 걷다가 실버카를 밀고 오는 김옥례 (89) 어르신을 만났다 . 이날 옥례 어르신은 댁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텃밭에서 쪽파와 돌나물 , 봄동을 따오는 길이었다 .
그는 손끝으로 쪽파 껍질을 잡아 벗기며 “ 작년에 심어둔 쪽파가 아직 남아서 다 뽑아왔다 ” 고 말했다 . 분주한 손길로 쪽파를 금방 다듬고 나서는 곧바로 돌나물을 손질했다 . “ 땅에서 나온 게 다 약이여 . 봄엔 이게 제일 먼저 올라와 .
쌉싸름한 맛이 입맛 돋우는 데 최고야 .” 교동이라는 행정명보다 ‘ 다리골 ’ 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시절 , 옥례 어르신이 기억하는 마을의 옛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다르다 .
농토가 부족한 산골이라 벼농사와 함께 채소 농사도 많이 지었는데 , 특히 인근 산에 작은 무시 ( 무 ) 를 심어 장에 내다 팔았다 . 큼직한 주택이 여유롭게 들어선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고 한다 . “ 예전에는 마을에 사람이 바글바글했어 .
문도 안 잠그고 사니까 다들 왔다 갔다 하면서 밥도 같이 먹고 안부 묻는 일도 잦았지 . 지금은 사람 얼굴 보기 힘들어 .” 고된 시집살이 중 남편이 교통사고로 일찍 떠나자 , 고향인 다리골마을로 다시 돌아온 것이 30 년 전 일이다 .
그 세월 옥례 어르신은 홀로 네 남매를 키우고 돈을 모아 집까지 지었다 .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시절이 지나고 요즘 어르신은 오전 9 시쯤 일어나 나물을 다듬거나 마당을 정리한다 .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병원 진료도 혼자서 턱턱 잘 해낸다 .
“ 꼭 먹어야 하는 약 타러 가니까 혼자서 버스 타고 가지 . 쉬는 날이면 애들이 한 번씩 데리고 가주는데 다들 일하느라 바쁘니까 어쩔 수 없어 .” 북적거렸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 남은 이웃들도 하나둘 집을 비우느라 옥례 어르신 댁의 주변은 유독 고요하다 .
그럼에도 어르신은 여전히 소박하지만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 “ 예전에는 여기가 얼마나 인정 넘치는 마을이었다고 . 지금은 사람도 없고 심심하지만 뭐 어쩌겠어 . 살아야지 . 아픈 걱정 , 자식 걱정하다가도 산책하러 나갔다가 밥 먹고 나면 또 아무렇지도 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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