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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8.10.01

완주에서 노는 법

넘치게 적자지만 또 넘치게 배웠다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8.10.01 14:28 조회 3,99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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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에서 노는 법] 넘치게 적자지만 또 넘치게 배웠다 미순·현정 씨의 벼농사 분투기 땅 놀리지 않으려 가볍게 시작 태풍 온다니 벼 생각부터 나 고산 커리어 우먼 문미순씨와 박현정씨가 벼 수확을 앞두고 있다. 한마지기 반은 넘고 두마지기에는 못 미치는 그리 크지 않는 논이다.

전업 농사꾼도 아닌 두 사람이 난생 처음, 얼떨결에 시작한 벼농사가 어느새 결실을 앞두고 있는 것. 약사로, 카페 대표로, 일상이 바쁜 두 사람에게 벼농사는 신기한 놀이처럼 모든 게 설렘의 연속이었다. 현정 씨는 수확을 앞둔 지금도 어리둥절하다. “모내기한 후로 매일 논에 들른 것 같아요.

봐주오
봐주오

내가 매일 논으로 발걸음 했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미순씨는 “남들이 알까봐서 불편한 일”이라면서도 “평소 볍씨가 자라서 벼이삭이 될 때까지의 과정이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시작은 현정 씨였다. “지인들과 공동소유인데 땅을 놀릴 수 없어 짓기 시작했어요.

혼자하기 겁나서 미순 언니를 꼬셨죠.” 미순 씨는 벼농사모임에 참여할 만큼 농사에 관심이 많았지만 농부들에게 장난처럼 비춰질까 거리를 뒀었다. 그러다보니 일단 농사를 시작하자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약국이 끝나면 반드시 논으로 달려갔다. 벼농사로 두 사람은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다.

난생 처음 양수기 작동법도 배웠고 전기주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하는지도 알게 됐다. 워낙 덥고 비도 안 왔기에 벼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는데 미순 씨는 “처음 양수기 전원을 켰는데 물이 우리 논이 아니라 남의 논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당황하고 가슴 아팠다”며 웃었다.

현정 씨는 “태풍 솔릭이 온다는 예보를 접했을 때 벼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스스로가 농사꾼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엄밀히 말해 이 벼농사는 두 사람만의 결과물이 아니다. 뭐라도 이상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곧바로 사진을 찍어 보내는 곳이 있다. 바로 고산권벼농사 두레모임.

벼농사 선배들은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고산권벼농사두레 차남호 대표는 “벼농사 특성상 손이 많이 가지 않아서 특별한 도움을 준 건 없다.

올해 워낙에 더워서 양수기 빌려주고 가끔 작황 보면서 일러준 것이 전부라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적으로 벼농사 자체가 매력은 많지 않지만 공동작업이 가장 큰 만족을 준거 같다. 놀이 반 일 반이었지만 내년에도 두 사람의 영농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화학비료 한 줌, 농약 한 병 뿌리지 않았지만 다행히 벼는 건강하게 잘 자랐다. 우렁이농법 덕이었다. 생산비로 따지면 넘치게 적자다. 하지만 추수가 끝나면 작은 나눔을 계획하고 있다. 현정 씨는 “손바닥만 한 농사지만 공동 소유의 땅에서 얻은 소중한 결실이기에 쌀을 의미 있게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 자신은 사먹을 생각이다. 들어간 돈에 비하면 적은 수확이지만 두 사람은 농사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 “밥알 한 톨의 소중함과 땀방울 없이는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농부의 애환을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고. 두 사람에게는 아직 추수라는 큰 산이 남았다.

이 풀은 베어야 하는지, 논두렁을 어떻게 해야 수확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 천지다. 그래도 잘 자라준 벼는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초보 농사꾼들은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을 보며 가슴 벅차 오른다. “우리 내친 김에 내년에도 해볼까.

현장 사진

넘치게 적자지만 또 넘치게 배웠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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