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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4.05.27

예술인 완주 한 달 살기

콜렉티브 품 김소연X김현진의 스토리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4.05.27 11:39 조회 2,68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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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살 수 있는, 온전한 터 콜렉티브 품 김소연X김현진의 스토리 ‘ 콜렉티브 품 ’ 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행위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수집하여 설치작업으로 드러내는 시각예술가인 김소연과 작고 미미한 세계에서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는 움직임 작업을 하는 안무가 김현진 이렇게 둘로 구성되어 있다 .

비료소리
비료소리

수집 ( 콜렉터 ) + 품 ( 노동 ) 을 중심으로 움직임의 형태와 이야기를 수집하고 모은다 .

완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 품앗이꾼 > 은 품앗이를 하는 사람으로 , 사람들을 만나 품을 지고 받으며 행위와 부산물을 수집하고자 기획하였으나 , 막상 여기서 삶을 살아보는 동안 오히려 삶의 태도와 지혜를 더 배우고 전수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

완주군 고산면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주 유연하고 부드럽게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 이들은 모두 사람과 사람을 , 사람과 자연을 , 그리고 모든 만물을 아끼고 존중하며 만나고 있다 . ‘ 원오산집 ’ 은 콜렉티브 품이 거주하는 공간명이다 .

사실 원래 거주하기로 한 공간은 아니고 , 우여곡절 끝에 들어가게 된 집이다 . 따로 부르는 이름이 없어 우리가 이름 붙여보았다 . ‘ 원오산집 ’ 은 원오산마을에 있는 주택으로 , 마당 안에 감나무 두 그루와 딸기와 포도가 심어져있고 , 별채가 있는 아주 아늑하고 여유가 생길 수밖에 없는 집이다 .

잠시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기지개를 켤 수도 있고 , 하늘과 산을 넓게 눈과 마음에 담을 수도 있다 . 이런 집을 기꺼이 내어주신 배 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 대문 앞에는 작은 도랑이 있는데 ,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가끔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

얼마 전에는 비닐을 가지고 오셔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를 뵈었는데 , 커다랗고 튼튼해 보이는 투명한 비닐을 빨고 계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나와 관계하는 모든 물건들을 쉽게 쓰고 버리지 않는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 그 맑은 도랑에서 투명한 비닐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

완주에 오면서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겼다 . 여기 원오산마을에서만 겪었던 일들을 몇 가지 이야기하자면 첫 번째로 ‘ 비료 소리 ’ 를 들었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 제일 처음 뵈었던 분인데 , 이름이 배우 이름과 같아 아직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 .

무엇인가를 열심히 뿌리고 계셔서 보니까 투명하거나 하얗거나 파란 알갱이들을 파처럼 생긴 거에 뿌리고 계셨다 . 알고 보니 ‘ 비료 ’ 였고 , 양파였다 .

내가 생각했던 양파가 자랄 때는 저렇게 생겼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 비료를 뿌리기 위해 흔들거리는 팔과 가벼운 스냅으로 멀리 비료 구슬들을 던지시는 모습이 리드미컬하였다 . 거기에 뿌려진 비료들이 땅과 양파에 닿으며 나는 솨아아 , 타닥 , 토독거리는 소리들이 귀를 간지럽혔다 .

청량하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 “ 내일 비 와서 주고 있는 거야 ” 날씨를 인지하시는 어르신들의 생활이 궁금해졌다 . 두 번째는 ‘ 이것저것 부지런하신 부부 ’ 를 만났던 날들이다 .

원오산마을에서 가장 많이 뵈었던 분들인데 , 고추를 심으실 때 , 참깨를 심으실 때 그리고 최근에는 고추가 자라면서 쓰러지지 않도록 끈을 엮으실 때도 뵈었다 .

알고 보니 원오산집의 뒷집에 살고 계셨고 , 정말 많은 작물을 심으셨는데 , 우리가 본 것만 해도 고추 , 생강 , 참깨 , 감자 그리고 ‘ 모 ’ 도 집 마당에서 키우고 계셨다 .

처음 고추를 보았을 때 , “ 이게 고추에요 ?” 라고 물었는데 , 진짜 열매 고추가 아닌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식물 ‘ 고추 ’ 가 낯설었다 . 왜 낯설었을까 이유를 생각해 보면 ‘ 결과 ’ 만을 보며 살아와서라는 생각이 든다 .

고추밭
고추밭

‘ 과정 ’ 을 알아야 진짜 그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과정을 알아야 이것이 진정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그리고 처음 온 날부터 소연이가 말한 곳이 있었는데 , 그곳이 바로 ‘ 복방 ’ 이다 . “ 언니 , 저기 낮에 보행기가 옹기종기 모여있어 .

안에 어르신들이 모이시나 봐 .” 투박하지만 정갈한 작은 공간에 할머니들이 점심 먹고 모이신다 . 들어가 보니 할머니들이 베개를 베고 누워계셨고 , 그 모습은 마치 테트리스의 블록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

인사를 드리자 홍해 갈라지듯 격렬히 맞이해주셨고 , 첫 마디가 “ 뭐 팔러 왔어 ?” 라고 하셔서 너무 웃겼다 . 과자와 콜라를 기꺼이 내어주시고 , ‘ 원오산집 ’ 의 역사를 읊어주셨다 .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복이 굴러들어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복방은 역시 복방이다 .

고산의 원오산집에서 지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워듣다가 , ‘ 안수산 등산 ’ 을 정기적으로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안수산에는 안수사가 있는데 , 거기 불이 꼭 2 개 켜져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흥미롭다고 생각했고 , 뭔가 기회가 닿는다면 등산을 해보고 싶었다 .

특별하게도 등산로가 아닌 옛 어르신들이 다녔던 길이라는 점이 더 기대가 되었다 . 등산은 결론적으로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었다 . 바닥이 고르지 않기에 거의 바닥을 보며 걸었고 , 내려올 때는 세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었다 . 그래도 좋았다 .

멧돼지가 헤집어 놓은 땅을 보는 것도 이름 모를 풀과 꽃의 이름을 알려주시는 것도 , 정갈하지 않은 길을 만나는 게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다 . 그리고 가장 좋은 건 , 함께 산을 오르고 내려올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 처음 만났어도 ‘ 안수산 ’ 을 즐기고 느낄 수 있게끔 맞이해주신다 .

기꺼이 품을 내어주시고 함께 라면을 먹는다 . 우리는 이런 것이 ‘ 환대 ’ 이구나 싶었다 . 어느 날은 밥을 먹으러 ‘ 고산미소시장 ’ 쪽으로 가 식당 ‘ 사계 ’ 에 도착하였다 .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기에 , 솔드아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고 , 다른 맛집을 물어보려다 오히려 역으로 같이 밥을 먹자는 제안을 받았다 . 제안을 받는 건 ,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이기에 정말 기뻤다 . 대화를 나누며 함께 식사를 했고 , 이어 첫 품앗이 일을 제안받았다 .

품앗이로 사계에서 설거지 , 바닥 닦이를 하게 되었고 , 맛있는 밥과 뽀리뱅이님이 디자인하신 가죽 공예 작품을 선물받았다 . 첫 품앗이를 하며 , ‘ 인연 ’ 을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우연히 멈춰서 안수산을 바라보다 발견한 집이 연이 되어 진짜 집이 되신 뽀리뱅이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삶 또한 연이 닿는 곳에 이어가길 . 그리고 우리가 만난 이 시간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또 다른 품앗이 일도 들어왔다 .

원오산집
원오산집

이것은 나중에 To be continued..! 사실 우리가 처음 < 품앗이꾼 > 을 기획하였을 때 , 농사일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었다 .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무렵 , 청개구리님 덕분에 ‘ 벼농사두레 ’ 에서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

4 월 24 일 생각보다 쌀쌀한 날에 ‘ 볍씨 염수선 및 열탕소독 작업 ’ 을 하러 갔다 . 볍씨를 염 수선하기 위해 물에 소금을 넣고 잘 녹도록 저었다 . 그리고 달걀을 소금 물에 넣어 농도가 맞춰졌는지 확인했다 . 달걀이 500 원짜리 동전 크기로 올라와야 맵쌀을 씻을 수 있었다 .

맵쌀과 찹쌀을 다 씻고 열탕소독 작업을 하려는데 , 문제가 생겼다 . 소독기의 보일러가 작동이 되지 않았던 것 .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들 이럴 수도 있다는 듯이 이렇게 저렇게 의견을 내며 함께 해결하고 있었다 .

안돼서 화가 나거나 누구를 탓하거나 무안을 주거나 하지 않고 그렇구나 하는 태도가 신기했다 .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다들 그저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 ‘ 못자리 작업 ’ 하러 갔을 때에도 모두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

누군가 일찍 가야 하더라도 하고 있던 것에 집중하고 또 함께 했다 . 어려운 일이 있을 때 , 힘든 일이 있을 때 , 누군가가 함께 묵묵하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 ‘ 그럴 수 있다 ’ 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위안이 되었다 .

며칠 뒤 , ‘ 고산의 아침 ’ 에 후무스를 사러 갔다 . 열려있지 않았지만 , 괜찮았다 . 오후가 가면 되니깐 . ‘ 소연식당 ’ 에 가서 아점을 먹었다 . 안돼도 괜찮다 . 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니깐 . 우리의 지혜력이 +1 올라갔다 .

여기 완주에 도착해서 , 이 글을 쓰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 입고 먹고 잘 곳이 있는 것만으로는 충만하게 살아갈 수 없다 .

3 주 정도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여기서 만났던 사람 , 자연 , 동물 모두 각자의 순리대로 살아가며 스스로 고유한 삶의 시간과 리듬에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 우리의 기억에 새겨지고 있다 . 모두 각자의 방식에 따라 함께 삶을 살아간다 . 시간이 층층이 다채롭게 쌓여나간다 .

만나는 것도 일하는 것도 참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고 열려있는 것이 신기하고 또 정말 좋다 .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 기대된다 .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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