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갠 날 모고지마을 ] 파평윤씨 집성촌 사돈에 팔촌까지 온 마을이 한 식구 방물장수 애용하는 고즈넉한 마을 아직도 주민 대다수는 파평윤씨 땅은 며칠간 내린 비로 축축했다 .
온 나라를 괴롭히던 한 여름 땡볕 대신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주위를 맴돌았지만 그래도 마을을 구경하기에 훨씬 수월한 날씨였다 . 이서면 이문리에 위치한 모고지 마을은 파평윤씨 집성촌이다 . 과거에는 모든 가구가 윤 씨였지만 최근에는 외지에서 들어온 타성도 적지 않다 .
그래도 아직까지 마을의 반 이상은 윤 씨들로 사돈에 팔촌까지 모두 한 식구들이다 . 마을 골목에서 윤석필 (80) 할아버지를 만났다 . 그가 모는 경운기에는 부인 신분례 (74) 할머니가 타고 있었다 . 할머니는 새벽녘 보따리를 싸들고 전주 남부시장에 다녀온 참이다 .
새벽 6 시반차를 타고 이서에서 나가 고구마순 , 쪽파 등을 시장에서 팔고 왔다 . 할머니는 검은 봉지에서 복숭아와 사과를 꺼내 내밀었다 . “ 시장에서 누가 준거야 . 이리 와서 먹어 . 난 많이 먹었어 .” 윤석필-신분례 부부가 마당 앞 나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석필 할아버지는 모고지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 지금 사는 집터는 그의 아버지 때부터 살았다 했으니 할아버지가 이 터에서 산 기간만 해도 팔십년이다 . 집 마당에는 크게 자란 대추나무가 있다 . 스물 몇 살 쯤 된 나무다 . “ 대추나무를 내가 심었어 .
추석 때나 되어야 익을 텐데 그래도 하나 먹어봐 . 대추를 보고 안 먹으면 늙는대 .” 석필 할아버지 댁 앞에는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다 . 그 나무 아래에서 손인주 (73) 할아버지가 쉬고 계셨다 .
큰 나무도 아니요 , 다른 사람은 앉을 자리도 없었지만 인주 할아버지에게 그 작은 그늘은 충분했다 . “50 년 전 전남 완도에서 이 마을로 왔어 . 6·25 때 피난 와서 전주서 살다가 여그로 . 농사는 6 년 지어봤는데 남는 것이 없었어 . 차라리 품삯 받고 일하는 게 낫더라구 .
나는 조경을 혔어 . 이 느티나무도 내가 10 년 전에 심은 거여 . 가끔 산책 나와서 여기 그늘서 쉬다 가고 그래 .” 방물장수 트럭에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물건을 구입하는 손인주 할아버지. 골목에서 방물장수의 트럭이 나타났다 . 마을의 정적을 깨는 반가운 요란함 .
그늘 아래 쉬고 있던 단골 고객을 발견한 방물장수가 차를 멈췄다 . 인주 할아버지도 트럭이 반갑다 . “ 계란 한 판 줘 .” 매주 수요일마다 모고지 마을을 찾는다는 방물장수의 트럭에는 계란 , 마늘 , 라면 같은 먹거리와 휴지 , 샴푸 등의 생필품이 가득하다 . “ 여가 조금 비싸 .
근데 읍내에 왔다 갔다 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같아서 여기서 사곤 하지 .” 모고지마을에서 아침 산책 중인 피노키오 어린이집 아이들. 비를 머금은 논과 밭은 초록의 생기로 가득했다 . 자연의 생기만큼 눈부신 기운이 저 멀리 들려왔다 . 아이들의 웃음소리 .
마을 초입에 위치한 피노키오어린이집 아이들이다 . 이곳의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과 달리 가공의 흙과 놀이기구가 있는 놀이터가 아닌 논과 밭에서 논다 . 아이들은 논밭을 구경하고 있었다 . 친환경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논에서 한 아이가 우렁이를 찾아냈다 . “ 우와 우렁이 알이다 . 선생님 !
여기 봐요 . 우렁이 알이 많이 붙었어요 .” 네 살배기 아이들은 신발에 붙은 무당벌레를 찾고 집을 잃은 달팽이도 찾아냈다 . 하늘을 나는 잠자리를 보며 인사했다 . 김금남 선생님은 “ 오랜만에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밖에 나왔어요 . 갈 곳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
차가 다니지 않는 곳으로 마을 한 바퀴 도는 것이 놀이 ” 라며 웃었다 . 농번기의 마을회관은 사림이 오지 않아 적막하다 . 수확을 위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바쁘게 일하는 것이 농부의 숙명 .
하지만 8 월이 끝자락을 향하면서 , 그리고 최근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서 마을회관에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구수한 노랫가락을 따라 살며시 회관의 문을 열었다 .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신다 . 대화에는 큰 주제가 없다 .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신다 . 뉴스 , 이웃 이야기 등 . 두서없는 말들이지만 흐름이 자연스럽다 . 회관에도 규칙이 있다 . 바로 나이 많은 어르신께 인사하기 . “ 인사를 혀야지 , 나보다 더 잡쉈응게 . 근디 오셨냐고 인사 혔는디도 대답 안하네 .” 회관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
혼자 있는 집보다 말 한마디라도 나눌 수 있는 회관이 더 좋다는 어르신들 . 복날과 같은 잔칫날이 되면 마을회관에서 다 같이 음식도 나누어 먹는다고 했다 . 한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 “ 엉겁질에 시집 온 거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나는 몰라 . 어떻게 인생을 살아온 지도 모르고 .
지금 이 나이 먹으니까 허망하고 아쉽고 청춘이 어떻게 지나갔는가 싶어 . 이제 죽기만 바라는디 치매만 안 걸리고 살면 좋것어 .” 다른 할머니도 말씀하신다 . “ 아무 거시기도 없어 . 우리는 이미 인생이 끝났어 . 뭐 재미가 없어 하나도 .
그래도 손주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크니까 멀어지더라고 .”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 가까웠던 것도 멀어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어르신들은 말씀하셨다 . 윤석필-신분례 부부의 가족이 된 고양이, 나비. 마당으로 한 마리의 고양이가 슬며시 나타났다 .
길거리를 배회하다 어느 날 윤석필 - 신분례 어르신의 가족이 된 녀석이다 . 이름은 ‘ 나비 ’. 이름 없던 고양이가 나비가 되었고 살 집이 생겼고 그리고 최근에는 새끼를 낳아 엄마가 됐다 . 스치던 관계가 인연을 맺고 가족이 되는 것 . 이것이 어르신들이 말씀하신 인생의 한 모습이 아닐까 .
비개인 모고지마을의 상징인 용시내는 하루 전 내린 비로 흙탕물이 흐로고 있다. 골목길 대추나무에 열린 대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모고지 마을은 모고지 마을은 파평윤씨 집성촌이다 . 현재 44 가구가 살며 이중 80% 가량이 파평윤씨이다 .
주민들의 연령대는 60 대 이상으로 , 최고령 어르신은 86 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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