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에 허리 굽은 할머니는 아직도 열여덟 소녀 최고령 유말례 할머니 “ 풀이라도 매야 앉은뱅이 안 되지 ” 오래된 호미 들고 텃밭으로 나가 유말례 할머니는 산정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시다. 올해 아흔넷. 유말례 (94) 할머니는 산정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시다 .
자신을 닮은 오래된 호미를 들고 집 뒤 작은 텃밭에서 풀을 매고 계신 할머니를 만났다 . 짧은 백발에 기역 ( ㄱ ) 자로 굽은 허리 . 할머니는 올해로 아흔넷이다 . “ 나 허리가 완전 구부러졌어 .
아들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렇게 나와 풀이라도 안 매면 앉은뱅이 돼버리니까 이거라도 해야 해 .” 전주 초포가 고향인 할머니는 열여덟에 산정마을로 시집왔다 . 그리고 이곳에서 8 남매를 낳았다 . “ 시집오니 이집에 8 남매가 있더라고 . 나도 8 남매를 낳았어 .
시집오고 시아재 ( 시아주버니 ) 들 고등핵교 보내고 대학 공부하는 거 뒷바라지 하고 그랬지 . 그땐 나 2 시간도 못 잤어 . 우리 시엄니도 일만 많이 하셔가지고 허리가 지금 나처럼 구부러졌었어 .” 시집온 어린 새댁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를 했다 . 쉴 틈 없는 집안일의 연속이었다 .
그래서 어린 할머니는 집이 아닌 밭에 나가고 싶었다 . “ 호맹이 ( 호미 ) 들고 밭 매는 게 그땐 제일 좋았어 . 식구들 먹을 밥하고 , 밭일 할 때 먹일 새꺼리 ( 새참 ) 해서 들고 가고 . 잠잘 시간도 없었어 .” 예전에는 자식들이 쓰던 방들은 이제는 기울어진 창고방이 되었다.
마을의 초입 , 언덕 경사가 가파르기 전 평평한 땅에 할머니의 집이 있다 . 지금은 창고처럼 쓰이는 기울어진 오래된 방 . 예전에는 아들들이 쓰던 방이었고 , 딸들이 쓰던 방이었다 . 지금은 이 집에 할머니 혼자 산다 . “ 이 집 ( 에 ) 서 이젠 나 혼자 살아 .
예전엔 복작거렸지 .” 풀을 매다만 할머니는 면장갑을 벗으신다 . 그 속에 구깃거리는 비닐장갑이 나온다 . “ 풀이라도 매고 나면 손이 시커매져 . 그 손으로 교회 갈라치면 좀 그렇잖어 . 그래서 이거 끼고 위에 장갑 끼는 거야 .” (위) 면장갑 속에 낀 비닐장갑.
손이 시커멓게 되는 걸 막는 할머니는 방법이시다. (아래) 호미처럼 허리를 구부리시고 풀을 매시는 할머니. 할머니의 나이를 여쭤본다 . “ 나 나이 많아 . 부끄러워서 말 못혀 .” 열여덟의 풋풋한 그녀는 어느새 아흔넷이 됐다 .
자신도 모르게 들어버린 나이가 부끄럽다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소녀가 보인다 . 그리고 할머니는 다시 허리를 숙이신다 . ‘ 날이 따술 ( 따뜻할 ) 때 ’ 풀도 매야 한다며 . 손에 든 호미처럼 할머니의 허리가 다시금 구부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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