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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6.03.16

노거수 아래, 봄이 오는 원수선마을

홍보순 부녀회장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6.03.16 09:25 조회 8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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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배움 사이 균형 잡으며 토마토처럼 잘 익어가는 알찬 하루 홍보순 부녀회장 정월대보름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4일 오후, 원수선마을회관을 지나는 길 풋풋한 향에 이끌려 다다른 곳에 홍보순(61) 부녀회장이 있었다.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깨끗이 세척하고 꼭지를 하나하나 떼어내는 작업 중이었다.

#토마토즙을 젓고 있는 홍보순 부녀회장
#토마토즙을 젓고 있는 홍보순 부녀회장

손질을 마친 토마토를 통째로 갈아 솥에 붓고, 잘 저어주다가 40여 분간 펄펄 끓여내는 손길에 17년 차 농산물가공 공장 주인다운 노련함이 묻어난다. 별도의 첨가물 없이 원재료만 듬뿍 들어가 소화가 편하다는 이 토마토즙은 한번 맛본 지인들이 잊지 않고 다시 찾는 귀한 특산물이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는 그의 웃음 섞인 말은 엄살이 아니다. 동절기에는 아침 7시, 여름철엔 새벽 5시면 하루를 시작하는 보순 씨의 일상은 그야말로 쉴 틈이 없다. 상추 하우스 10동에 토마토 하우스 2동까지 돌보고, 양파와 마늘, 생강, 대추 농사까지 짓다 보면 해가 지기 일쑤다.

부녀회장이라는 직함까 지 더해져 마을의 크고 작은 대소사를 살피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하지만 그는 그 바쁜 와중에도 스스로를 돌보는 즐거움을 안다.

해담음 토마토즙
해담음 토마토즙

작년에는 바느질과 의류 리폼을 배워 낡은 청바지로 가방과 앞치마를 만들며 창작의 기쁨을 맛봤고, 올해는 군청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눈여겨보고 있다. 고산초등학교 옆 카페 ‘스페인 아오라’에서 친구와 나누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빵은 그가 꼽는 최고의 소소한 행복이다.

남편을 따라 원수선마을에서 산골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그에게 부녀회 활동은 일만 하는 시간이 아니라 이웃과 정을 나누는 통로였다.

마을 행사에 보이지 않는 어르신이 있으면 직접 집까지 찾아가 안부를 챙기는 보순 씨의 살가운 성격 덕분에, 원수선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정이 흐르는 곳으로 통한다.

과일즙전문 해담음
과일즙전문 해담음

또 비봉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총무로 한 달에 한 번 반찬 봉사를 나가고, 직접 발효한 요리를 이웃과 나누는 일은 이제 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다. 올해는 부녀회장으로서 맞는 마지막 임기다. 그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가진 것 나누면서 정답게 지내고 싶다”며 소박한 다짐을 전했다.

붉게 익은 토마토즙에 정성을 담아내듯, 홍보순 부녀회장이 원수선마을에 채워온 따뜻한 나눔의 마음은 올봄에도 마을 곳곳에 달큰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현장 사진

홍보순 부녀회장 사진 1 홍보순 부녀회장 사진 2 홍보순 부녀회장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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