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도 그땐 애기처럼 이뻤어" 중매로 만나 60여년 사이좋게 이젠 오누이 같아 일곱 남매 속썩인 자식 하나 없어 유상마을 어귀에서 왼쪽 편으로 향하면 마을의 유일한 돌담길이 있다 . 그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막바지 길에서 녹색 대문의 집을 만난다 .
그곳이 이 마을 최고령 어르신 오윤권 (91)- 차명순 (84) 부부의 집이다 . 부부 집 앞 마당에는 상추 , 양파를 조금씩 심어놓은 욕심 없는 작은 텃밭이 있다 . 할머니는 정돈도 안 된 집을 낯선 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다 . “ 지저분한 집을 뭘 자꾸 사진을 찍었싸 .
그만 찍고 집에 들어와 .” 백발의 노부부는 불쑥 찾아온 낯선 객에게 자신들이 덮고 있던 노란 꽃무늬 이불을 선뜻 나눠 주신다 . “ 추운 게 어여 이 이불 속으로 들어와 . 거보다 여가 더 따뜻혀 .” 오 할아버지가 31 살 , 차 할머니가 24 살적 , 둘은 중매로 만났다 .
부부가 된지 올해로 딱 60 년 . 어제의 일도 깜박깜박 한다지만 부부는 서로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 “ 기억이 왜 안나 . 중매쟁이가 어찌나 사람 좋다고 풍당을 떨던지 . 나보다 울 엄마가 이 양반을 더 이쁘게 봤어 .” “ 맴에 드니까 이제껏 평생 살았지 .
지금이야 늙었지 이 사람도 그땐 애기처럼 이뻤어 .” 60 년 전 ‘ 애기처럼 이뻤던 ’ 서로를 떠올리자 부부는 슬며시 웃음이 난다 . “ 안사람 집이 전주여 . 처갓집 마당서 식을 올리고 버스타고 지금 이 집으로 왔지 .
그땐 버스가 귀했던 시절이야 .” 차 할머니가 ‘ 귀한 ’ 버스를 타고 도착한 유상마을은 나락농사를 짓던 곳이었다 . 부부도 마을에서 나락농사를 지었다 . “ 시동생들이랑 여서 나락 농사를 지었어 . 근데 농사 짓는다고 해도 쌀밥 한 그릇 마음껏 먹을 수 있었간 .
그땐 흉년이 잦아 전부다 보리밥 먹고 살았지 .” 슬하에 딸 넷 , 아들 셋을 둔 부부 . 부부는 겸손하다 . 자식 자랑 한번 할 법 한데 그저 ‘ 속은 안 썩이는 효자들 ’ 이라며 미소진다 . “ 마을에 효자들이 많아 . 우리 아이들도 지들끼리 서로 싸우들 안드라고 . 평생 속 한번 안 썩였어 .
그게 우리 부부 복이여 . 평생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 .” 인사를 하고 추운 바람이 들어갈까 급히 닫으려는 여닫이 문을 사이에 두고 오 할아버지가 양손을 흔드신다 . 그 모습과 웃음이 아이처럼 해맑으시다 . “ 건강들혀 . 건강이 최고야 . 알것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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