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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6.09.16

물길 따라 정이 흐르는 봉동 대복마을

마을에 복이 흘러넘쳐, 마르지 않는 물처럼

휘돌아 마을 한 바퀴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6.09.16 11:21 조회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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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포대교 끝에서 우회전하여 만경강로를 달리면 왼쪽으로는 아늑한 성덕리 들녘이, 오른쪽으로는 만경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몇 개의 정류장과 마을을 지나 왼편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쭉 들어서면 간리와 성덕리가 품을 내어주듯 포근하게 감싸 안은 대복마을이 나온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대복마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대복마을

>> 이름이 서너 개인 대복마을 회관에 모인 어르신들께 마을 이름에 얽힌 옛이야기를 묻자, 김경애 어르신은 “그야 복 많은 마을이라서 ‘대복(大福)’이라고 하지.”라며 웃었다. 이는 주민들의 다정한 농담일 뿐, 사실 대복마을 지명에 쓰이는 한자는 따로 있다.

이 근방은 ‘물이 마르지 않는 땅’이라 해서 성덕리(聖德里)라 불렸는데, “이곳 물이 마르면 대한민국 물이 마른다”고 할 정도로 예부터 물 사정이 좋은 곳이었다. 본래 성덕리 안에는 대성리(大成里)와 구복리(九伏里 또는 龜伏里)라는 자연마을이 있었다.

1950년대 이후 두 마을이 합쳐지면서 각 지명에서 한 자씩을 따 지금의 ‘대복(伏)’이 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또 흥미로운 점은 둑길 바로 앞 시냇가 마을이라는 뜻의 간리를 ‘큰 간리’, 대복을 ‘작은 간리’라 부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형, 그리고 이웃 마을과의 관계에 따라 이리저리 불렸던 여러 이름에는 대복마을만의 정겨운 내력이 담겨 있었다.

>> 가을 깊어질수록 생각나는 토란대 부침과 생강 굴 마을회관을 뒤로하고 걷다가 대파밭에서 풀을 매던 이옥순(92) 어르신을 만났다. 주말 동안 비가 내려 촉촉해진 밭 한편에는 처음 보는 식물이 잎을 널찍하게 펼치고 있었다. 궁금한 눈빛을 보내자 옥순 어르신의 살가운 설명이 이어졌다. “저게 토란이야.

서리 내릴 때쯤 토란을 캐는데, 알맹이로는 따뜻하게 죽을 끓이고 기다란 줄기로는 전을 부쳐 먹어. 요즘 젊은 사람들을 잘 모를 텐데 토란대 부침이 참 별미야.” 발길을 조금 더 옮겨 옛 당산나무가 있던 터로 가자 마을 토박이 이봉준(80) 어르신이 말을 건네왔다.

봉준 어르신은 “옛날 어른들은 정월 초삼일이나 초파일이 되면 마을의 안녕을 빌며 정성껏 떡을 찌고 당산제를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완주시니어클럽에서 진행한 인지활동시간에 색칠놀이를 끝낸 마을 어르신들
완주시니어클럽에서 진행한 인지활동시간에 색칠놀이를 끝낸 마을 어르신들

어릴 적 가을이 깊어지면 겨울 추위를 대비해 생강 굴을 만들고, 볏짚 덮어놓은 생강을 혹여 누군가 가져갈까 싶어 형제들과 함께 밤을 새워 지키곤 했다는 정겨운 추억도 함께 들었다.

>> 수국 색칠하고, 고리 던지고 한바탕 노는 시간 지난 3일 오후 2시쯤 회관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완주시니어클럽 취약계층 인지강사들과 함께 수국 색칠 삼매경이었다. 색연필을 손에 쥐고 꽃잎을 칠한 뒤 저마다 완성된 그림을 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어 고깔에 색색의 링을 던지는 신체활동이 시작되자 회관 안은 열기로 가득 찼다. 고리가 쏙쏙 들어갈 땐 박수가 터지고, 빗나가면 아쉬운 탄성이 이어졌다. 강효심 부녀회장이 빗나간 고리를 슬쩍 잡아 점수를 챙겨주는 재치를 발휘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올해 3월 대복마을과 인연을 맺은 완주시니어클럽 취약계층 인지강사팀 송옥영 팀장과 강정남, 박원경 팀원은 매주 목요일 대복마을을 찾고 있다.

송 팀장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서로 정도 푹 들고 어르신들이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주신다”며, 대복마을을 “외지인도 금방 오래된 사람처럼 다정하게 안아주는 단합 잘되고 화목한 마 을”이라고 소개했다.

이정자 어르신도 “직접 만든 비즈 팔찌나 카네이션도 선물 받고 맛있는 과자도 나눠 먹으며 노는 이 시간이 참 기다려진다”고 웃었다.

풀 매던 호미를 들고 웃는 이옥순 어르신 (1)
풀 매던 호미를 들고 웃는 이옥순 어르신 (1)

>> 함께 먹으며 더 가까워지는 마을 대복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주민들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다. 지난 9일 저녁에도 강효심 부녀회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메뉴는 삼겹살.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 노릇노릇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주민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평소 지내는 이야기며 마을 이야기를 나눴다. 고기가 익자 상 위에는 쌈 채소와 반찬이 하나둘씩 놓이고 서로 먹을 것을 챙겨주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연순 어르신은 “집에 있으면 혼자 밥 차려 먹고 그냥 먹고 치우는 건데 이렇게 나와서 사람들하고 같이 먹으니까 좋지. 고기도 같이 구워 먹고 이야기도 하고, 여럿이 먹으니까 밥도 더 맛있는 것 같아. 이렇게 한 번씩 모여서 얼굴 보고 밥 먹는 게 좋더라”며 웃었다.

혼자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끝날 일이지만, 함께 모이면 밥을 먹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의 안부도 살필 수 있다. 강효심 부녀회장은 “한 달에 한두 번씩 이렇게 모여서 같이 먹는다”며 “다 같이 모여 먹으니까 맛도 있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어도 함께 밥 한 끼를 나누는 것. 함께 먹을 사람이 있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이웃이 있다는 것. 어쩌면 대복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큰 복’은 이처럼 소박한 일상 속 행복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삼겹살 파티 (2)
삼겹살 파티 (2)
새 단장한 모정 앞에 선 주민들
새 단장한 모정 앞에 선 주민들

현장 사진

마을에 복이 흘러넘쳐, 마르지 않는 물처럼 사진 1 마을에 복이 흘러넘쳐, 마르지 않는 물처럼 사진 2 마을에 복이 흘러넘쳐, 마르지 않는 물처럼 사진 3 마을에 복이 흘러넘쳐, 마르지 않는 물처럼 사진 4 마을에 복이 흘러넘쳐, 마르지 않는 물처럼 사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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