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느라 일하느라, 온마을이 들썩 ‘ 풍년기원 단오한마당 ’ 이 지난 6 월 1 일 삼우초등학교(교장 이혜진)에서 열렸다 . 올해 행사는 고산향교육공동체가 주최하고 삼우초등학교가 주관했다 .
고산 주민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 및 실행하는데 , 특히 디지털드로잉을 배운 삼우초 친구들이 제작한 홍보용 웹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 삼우초 학생들과 교원 및 교직원 , 양육자회와 모교 방문한 삼우초 졸업생들 , 인근에 거주하는 마을 어르신들까지 .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 신명 나는 단오 한마당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 ■ 고산의 오랜 자랑 , 우리들의 단오한마당 단오 한마당의 큰 줄기는 두 갈래다 . 오전에 모내기를 끝내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씨름이 가장 큰 구경거리다 .
기존에는 체험을 최소화하고 중요 행사 2 개 위주로만 진행했다면 올해는 잔디밭 가장자리를 빙 둘러쌀 정도로 체험 부스가 많이 마련됐다 . “ 즐길거리가 분산되는 바람에 올해는 재미가 좀 덜 할 것 같다 ” 는 영호 씨는 씨름경기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웃었다 .
“ 어른들이 안 한다고 손사래를 쳐놓고선 막상 참여하게 되면 갈비가 나가거나 어디 한군데 다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한다 . 살살 하겠다고 하지만 샅바를 잡는 순간 자식들이 보고 있으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거다 .” 단오 한마당은 10 년이 넘게 이어진 고산의 대표적 공동체 문화행사다 .
삼우초 , 고산중고 , 고산농협을 거쳐 고산향교육공동체까지 , 주최자는 바뀌더라도 코로나 19 시기를 제외하고 매년 개최되어왔다 . 단오한마당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 우리 아이들 ’ 을 위하는 고산의 교육자 및 양육자들의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
2011 년에 고산으로 귀촌한 조영호 씨는 삼우초 · 고산중 양육자회 회장직을 맡았고 , 현재는 고산고 양육자회 회장이자 고산향교육공동체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영호 씨처럼 내 아이를 위한 교육을 찾아 고산으로 모인 사람들이 점점 ‘ 우리 아이들 ’ 을 생각하며 발전한 교육공동체문화는 이제 고산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원동력이 되었다 . ■ 단오행사의 꽃 , 길굿놀이 “ 단오행사가 시작되기까지 5 분 남았습니다 .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잘 맡아주시길 바랍니다 .” 당부하는 안내의 말을 마지막으로 행사 준비가 모두 끝났다 . 단오행사의 막을 올리는 주인공은 삼우초등학교 6 학년 학생들이다 .
교정 한가운데 잔디밭에서 색색깔의 상모와 고깔을 쓴 아이들이 대열을 맞추더니 , 이윽고 시작을 알리는 상쇠의 꽹과리 소리에 맞춰 다른 악기들도 소리를 낸다 . 처음에는 긴장한 듯 진지했던 얼굴이 점차 풀리더니 공연 중반부터는 여유롭게 미소마저 띄운다 .
걷다가 뛰고 , 모였다가 퍼져 나가고 , 상모를 돌리거나 제자리 돌기를 하는 와중에도 악기를 연주하는 손은 정확하다 . 이날 단오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길굿놀이를 선보이기 위해 3 학년 때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단다 . 부드럽게 회전하며 장구를 치는 모습에서 그간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
관객들이 집중해서 지켜보는 가운데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신명 나는 분위기는 절정에 다 달았다가 천천히 소강한다 . 마무리하며 같이 연주한 동료들에게 인사한 아이들이 뒤를 돌아 이번에는 관객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 그러자 박수갈채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3 년간의 노력과 연습의 결실을 잘 끝맺음한 아이들의 얼굴이 무척 후련하다 . 김우주 양은 “ 풍물 수업할 때는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는데 , 연습을 많이 한 만큼 길굿을 잘 한 거 같아 6 학년이 너무 자랑스럽다 ” 고 말했다 .
■ 어우렁 더우렁 모내기도 신명나게 길굿놀이가 끝나면 다 같이 모내기를 한다 . 종아리를 다 감싸는 긴 양말을 신고 바지 밑단을 바짝 접어올리면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 줄줄이 논으로 이동하는 행렬에서 북 , 장구 , 징 , 꽹과리 , 태평소를 든 소싯적 ( 양육자 ) 풍물단이 앞장섰다 .
다같이 하는 모내기의 흥을 돋우는 데에는 풍물놀이가 으뜸이다 . 길게 늘어진 줄의 양 끝에 한 명씩 , 가운데에서 선을 맞춰줄 한 명 , 모두 3 명이 못줄잡이가 된다 . 못줄잡이가 팽팽하게 끌어당긴 밧줄에 빨간색으로 일정 간격 표시되어 있는데 이에 맞춰 모를 심는다 .
그런데 특이한 것은 모든 사람이 기다렸다가 징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동시에 모내기를 한다는 점이다 . 저마다 다른 속도를 통일하여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광경을 보니 옛날 농촌공동체가 이러했나 싶다 . 신명 나는 풍물소리에 격려받은 사람들이 활기찬 모내기 동작으로 응답한다 .
삼우초 학부모 김성희 씨는 아이들과 단오제 참여하면서 모내기는 처음 해보았는데 , 생각보다 발도 아프고 나란히 심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 “ 경험이 있는 우리 아이들이 오히려 더 잘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
다 같이 심고 나니 모내기 논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고 , 아이들 등하굣길에 논이 있으니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아 보여요 .” 그는 열심히 행사를 준비한 손길들 덕분에 아이들과 귀한 단오 행사를 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
오전 10 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손모내기는 모를 내기 전 써레질로 휑하던 논바닥이 풍물단의 신명난 장단에 맞춰 한 줄 한 줄 이어지더니 점심때가 다 되어서 마무리되었다 .
■ 일한 뒤 다 같이 먹는 점심은 꿀맛 뜨거운 햇볕 아래서 모내기하느라 고생한 사람들을 위해 삼우초 교정 한쪽에서는 아침부터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 커다란 솥 3 개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고기 뭇국이 200 인분이나 된다 .
조영호 씨가 솥에 붙인 불을 조절하고 , 어우마을의 어르신 세 분이 전반적인 조리와 간보기를 담당했다 . 모두의 입맛에 맞는 음식 만들기가 쉽지 않겠다고 하니 영호 씨가 “ 불만 때면 고산 어르신들이 맛깔나게 해주시니까 걱정 안 한다 . 어르신들이 아주 베테랑 ” 이라며 웃었다 .
얼추 식사 준비를 끝내고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어르신 중 두 분은 10 년 넘게 행사 때마다 준비를 거들었다 . 그 둘을 따라서 이번에 처음으로 행사에 참여했다는 어르신은 “ 아이들이 웃고 뛰노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 며 “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 ” 고 말했다 .
공동 점심 식사의 특별한 점은 쓰레기 없는 청정 행사로서 ‘ 단오그린 ’ 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 일회용품은 지양하고 각자 식판이나 큰 접시 , 국그릇 , 수저와 물통 등 개인 식기를 지참해야 한다 .
■ 새끼도 꼬아보고 달고나도 만들어보고 점심 이후에는 단오 한마당의 한축인 씨름대회를 비롯해 다채로운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 무대 바로 앞에서는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퀴즈대회가 열려 , 유쾌한 웃음을 선물했다 .
또한 신발던지기 , 새끼꼬기 장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한데 어우러져 즐거운 모습을 선보였다 . 이날 창포물 머리감기를 체험한 김태양 ( 초 1) 군은 “ 창포물로 머리 감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시원하고 좋았다 ” 며 “ 물장난도 치고 재미있었다 ” 고 말했다 .
단오 한마당의 대미는 밴드공연이 장식했다 . 고산중 학생들로 구성된 밴드는 신나는 음악으로 무대를 압도했으며 관객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 [box] 단오행사는 풍년기원 단오 맞이 한마당은 2005년 처음 시작 되었다.
당시 소의 분뇨를 이용해 비료, 농약 주 지 않는 무공해 농사를 해보자며 모였던 땅기운 쌀작목반이 농사의 가치를 미래 세대와 공유해보 자는 취지에서 삼우초등학교와 함께 시작한 행사 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땅기운 쌀작목반 김영만 대표에 따르면 단오를 선택한 건 잊혀 가는 전통 을 살려보자는 의미에서였다. “옛날 어른들이 농 사짓던 방법을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잖아요.
손 모심기나 달구지 타기 등을 재현해 자라나는 세 대가 옛 농사공동체 문화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게 하고 싶었죠.” [box] 바로 잡습니다 본지 6월호 기획 '풍년아 와라, 단오한마당' 중 2면 ‘노느라 일하느라, 온마을이 들썩’ 내용에서 조영호 씨는 고산향교육공동체 집행위원이 아닌 양육자분과 회원이기에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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