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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4.12.27

주황빛 감의 계절, 운주 엄목마을

금실 좋은 김완채·신수분 부부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4.12.27 15:53 조회 2,48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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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매일 같이 산책하니 사이가 좋아 건강하게 오래 살아 손자 대학 가는 것도 봐야지 김완채·신수분 부부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 시쯤 엄목마을 사랑방인 육각정에서 단골손님인 김완채 (77), 신수분 (73) 어르신을 만났다 .

#단체
#단체

점심을 먹은 뒤 마을 한 바퀴를 돌고 , 육각정에서 놀다 가는 것이 부부의 일상이다 . 이날 수분 어르신은 새벽부터 일어나 열무김치를 담그느라 바빴다 . “ 풀 끓이고 , 과일 갈고 , 무 다듬느라 정신 없었지 . 남편이 재료를 차례대로 가져다 준 덕분에 그나마 수월하게 했네 .

양이 너무 많아서 김치 치대느라 죽는 줄 알았어 .” 김치를 다 담근 수분 어르신은 완채 어르신이 대봉감 따는 걸 도왔다 . 집을 둘러싼 많은 감나무의 대부분은 팔고 가족끼리 먹을 것 서너 그루만 남겨뒀다고 한다 .

완자골 끄트머리에 있는 부부의 집을 구경하다 보면 덕장의 곶감들 다음으로 참전용사 , 국가유공자 명패가 눈에 띈다 . 어려운 시절 8 남매 중 장남 부부로서 형제들과 자식들을 보살피느라 애썼던 부부의 모습이 집안 곳곳에 남은 흔적들에서 연상된다 .

완채 어르신이 받은 공로패도 많았는데 , 군대 제대 후 11 년 동안 이장을 세 번이나 맡아 일했기 때문이다 . 육각정 , 상수도 , 마을회관 , 농로 , 가드레일 등 웬만한 시설은 이장이었던 그의 주도로 지어졌다 . 수분 어르신 또한 남편 못지 않게 일을 많이 했다 .

마을에서 처음으로 딸기 농사가 시작됐을 때 작목반장을 맡은 완채 어르신과 함께 40 년이 넘도록 딸기 농사를 지었다 . 수분 어르신은 “ 예전에는 비닐도 없어서 지푸라기로 일일이 덮어서 딸기에 흙이 안 묻게 했다 .

감 따는 완채 어르신 (1)
감 따는 완채 어르신 (1)

딸기에 어쩌다 흙이 묻으면 떼어내려고 입으로 후후 부느라 입이 아플 정도였다 ” 며 과거를 회상했다 . 스물일곱 , 스물셋에 결혼한 두 어르신의 만남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

당시 완채 어르신과 같은 동네에 살았던 수분 어르신의 이모가 중매를 섰는데 , 수분 어르신이 말하길 “ 우리 이모가 인물이 좋지 않아서 남편이 내가 못생긴 줄 알고 안 만난다고 했다더라 .”, 뒤이어 완채 어르신이 “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아주 예뻐서 첫눈에 반했다 ” 고 말하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부부 밑에서 큰 자식들도 정이 가득하다 . 세 아들 모두 명절에 모일 때마다 서로 자기 각시가 예쁘다고 자랑할 정도로 금실이 좋다고 한다 .

“ 연을 맺은 지 오래된 며느리들이 처음 인사 왔을 때처럼 여전히 착하고 예쁘다 ” 고 말한 수분 어르신은 1 년에 김치를 15 번이나 담그고 , 정성스럽게 짠 들기름으로 ‘ 며느리 사랑 ’ 을 몸소 보여준다 . 완채 어르신이 “ 세상에 이런 좋은 시어머니가 어디 있냐 ” 고 할 정도다 .

곶감 덕장
곶감 덕장

그런 완채 어르신도 며느리들 생일에 꼬박꼬박 용돈과 덕담 챙기는 것을 보니 , 내리 사랑은 부부의 공통점인 듯싶다 . 올해 1 월 수분 어르신의 무릎 수술 이후에는 손이 많이 가는 대부분의 농사를 정리했다 .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구내염이 자주 생기니 음식을 잘 못 먹어서 고생이다 .

그럴 때 병원에서 맞는 면역력 향상 주사보다도 더욱 힘이 되는 것은 남편의 사랑이다 . 수분 어르신은 “ 내가 입맛 없을 때 남편이 운전해서 삼례 , 논산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도 사먹고 , 좋은 곳 가서 바람 쐰 게 도움이 많이 됐다 ” 고 웃었다 .

얼마 남지 않은 올해 , 부부의 소망은 “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서 제가 서울대학교 가는 거 보세요 ” 라고 말한 초등학생 손자의 말처럼 여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

수분 어르신이 직접 담근 장들
수분 어르신이 직접 담근 장들

현장 사진

금실 좋은 김완채·신수분 부부 사진 1 금실 좋은 김완채·신수분 부부 사진 2 금실 좋은 김완채·신수분 부부 사진 3 금실 좋은 김완채·신수분 부부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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