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 먹으려고 내가 직접 짓죠" 함께 먹고 나누는 게 좋은 이종복 어르신 9월 9일 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날. 전날 미리 따두었던 고추를 말리고 씻고 건조할 준비를 하던 이종복(68) 어르신의 집에 객들이 찾아왔다.
혼자 하려던 일을 도와주러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나서니 일이 훨씬 빨라졌다. 어르신은 연신 “같이 해주니 덕을 본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르신의 고추밭은 무려 500평. 해가 뜨기 전 이른 아침부터 밭으로 나가 고추를 따고 날씨가 시원한 날에는 오후에도 일을 이어간다.
집에 돌아오면 꼭지를 떼고 씻어 말리는 일과가 이어진다. 올해는 다섯 번째 수확을 맞았다. “고추는 5월에 심어 7월 말부터 따기 시작해요. 익고 열고 또 따고… 그렇게 몇 달을 반복하는 거죠. 사실 사 먹는 게 더 간단하긴 해요.
하지만 좋은 거 먹으려고 내가 직접 짓는 거예요.” 밭에는 고추뿐 아니라 호박과 들깨, 마늘, 깨 등 다양한 작물이 함께 자란다. 농약은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고 흙을 일구며 자라 는 작물 하나하나를 눈으로 확인한다.
돈 되는 농사는 아니지만 김장철에 쓸 양념거리와 가족 먹거리를 직접 해결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수확한 고추는 자식들에게 나누고 마을 사람들과도 나누며 작은 기쁨을 이어간다. 나눔은 어르신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함께 먹고, 나누는 그게 참 좋아요.” 슬하에 1남 1녀를 둔 어르신은 사촌언니의 중매로 남편을 묘동마을에서 만났다. 결혼 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잠시 시내에서 생활하다가,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다시 묘동마을로 돌아왔다.
두 자녀 모두 서울에서 살지만 생일이나 명절이면 자주 내려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밭일도 돕는다. 자식이 많지 않아 늘 북적거리지는 않지만 그만큼 가족 간의 정이 깊고 돈독하다. “엊그제도 비가 많이 왔는데 생일이라 아들이 내려왔어요. 딸도 내려오면 꼭 고추밭일을 함께 도와주고요.
요즘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항상 올 때마다 반갑고 좋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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