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일, 슬픈 일 함께 나누던 단합의 마을 휘돌아 마을 한 바퀴 9월 9일 무더운 여름에서 가을로 향하는 길목. 비가 오기 전 마을 사람들 은 밭으로 나섰다. 이 시기 주민들은 수확으로 분주하다. 상관 묘동마을에 서도 밭 곳곳에서 작업을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종복(68) 어르신 은 “비가 오기 전에 잠깐이라도 하려고 나왔어요. 고추를 빨리 따줘야 또 잘 자라거든요. 늦어지면 열매가 상하기도 하고 다음 수확에도 지장이 생기죠”라며 손을 멈추지 않고 열매를 따내려 했다. 회관 앞 밭 한쪽에서는 이귀환(65) 씨는 밭 한쪽에서 열무를 뜯고 있었다.
“열무는 이렇게 바로 뜯어서 물김치로 담아야 맛있어요. 조금만 늦어도 무르거나 쓰거든요.” 손을 바쁘게 움직이며 채소를 모으던 그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사로 자급자족하려고 해요. 파는 것보다는 직접 먹거리를 준비하는 게 목적이지요”라며 웃었다.
햇살과 웃음이 어우러진 고추밭 풍경 복작복작한 마을회관 문을 나서 고추밭으로 향하는 이종복 어르신을 강수재(68) 어르신과 박미숙(60) 씨가 뒤따랐다. 토요일 점심에 쓸 고추를 따러 가는 세 사람이 마치 ‘묘동마을 3총사’같다.
마을 토박이 박미숙 씨와 옆 동네와 김제에서 시집온 이종복, 강수재 씨가 나이도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아 언제나 함께 모여 일하거나 이야기꽃을 피우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서 그렇다.
햇볕을 받아 빨갛게 익은 고추와 푸릇한 고추가 주렁주렁 달린 고추밭에서 세 사람은 팔토시와 모자, 앞치마를 꼼꼼히 챙겨 입은 뒤, 작고 초록색인 고추만 골라 빠르게 딴다. 수재 어르신은 “간장에 졸여 반찬으로 먹을 고추라서 너무 큰 것을 고르면 식감이 부드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농약을 쓰지 않은 종복 어르신의 고추밭은 싱싱하지만 벌레가 먹은 흔적도 눈에 띈다. 서로의 농사 고민, 잘 자란 작물에 대한 감탄 등이 오가는 고추밭에 잔잔한 웃음이 스며든다. 마을 안팎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소박한 일상이 그렇게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백중이면 어김없이 모여 밥상 차리는 마을 농사꾼들에게 백중(百中)은 1년 농사의 고비를 넘기며 잠시 숨을 고르는 날이다. 논밭의 김매기가 끝나고 곡식이 여물기 전, 마을 사람들은 모여 풍년을 기원하며 음식을 나눠 먹었다. 전통 명절이 차츰 잊혀가는 요즘에도 상관 묘동마을에서는 여전히 백중을 챙긴다.
사람 수는 예전만 못해도, 이 날만큼은 함께 모여 밥상 앞에 둘러앉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6일 묘동마을 회관에도 아침 일찍부터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박미숙 씨와 강수재, 이종복 어르신이 먼저 회관 문을 열고 청소를 마친 뒤 음식을 준비했다.
수재 어르신은 집에서 인삼 한 팩을 챙겨오며 “닭죽에 넣으면 맛이 깊어지고 힘이 난다”며 웃었고 종복 어르신은 솥을 걸어놓으며 “오늘은 푸짐하게 끓여야지”라며 거들었다. 점심이 가까워질수록 회관은 북적였다.
솥 안에서는 쌀과 녹두를 넣은 닭죽이 보글보글 끓고 한쪽에서는 삶은 닭으로 무침을 만들고 반찬이 차려졌다. 주민들이 그릇과 젓가락을 챙겨 들어오는 사이 회관 스피커에서는 김대권 이장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점심이 준비되어 있으니 다 같이 식사하러 오세요.” 주민들은 방송을 듣고 서둘러 회관으로 모여들며 도란도란 안부를 나눴다. 노인회장 허인자(77) 어르신은 이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이 예전만큼 많지 않아도 점심에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먹으니 참 좋다.
다 같이 밥 먹고 안부 나누는 게 제일 크지”라고 말했다. 최효숙(79) 어르신도 “옛날엔 마을에 아이들 뛰어놀고 어른들은 마당에서 술잔 돌리고 그랬어. 지금은 조용하지만 이렇게라도 모이니 그때 생각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관은 닭죽 한 그릇에 묘동마을의 백중은 또 한 해 이어졌다.
신나는 노래자랑 한마당 든든히 점심을 먹은 주민들은 방을 정돈하고 노래자랑 무대를 준비했다. 김대권 이장이 정성껏 마련한 여러 가지 상품들이 한쪽에 차곡차곡 쌓였고, 방 주 변엔 노래를 편안히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도 넉넉히 배치되었다.
노래강사의 신나는 리드에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노래하며 분위기가 한층 살아났다. 특히 이종복 어르신이 ‘남행열차’를 열정적으로 부를 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춤과 함께 신나는 한때를 보냈다.
자리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박수와 환호로 분위기를 돋웠고, 김대권 이장이 준비한 다양하고 실속 있는 상품은 참가자들에게 행운과 기쁨을 더했다.
최효숙 어르신은 “노래를 직접 부르진 못하지만 다른 분들 노래를 들으며 박수 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이런 마을 사업 덕분에 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김종철(77) 어르신은 “최근 마을 행사 횟수가 줄어 아쉬웠는데 이번 리빙랩 사업 덕분에 활기가 생겼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길 희망했다. 이번 노래자랑 행사는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주민 주도의 마을자치 활동으로서, 다양한 세대가 화합하며 소통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주민들이 하나 되어 노래하고 춤추며 웃음꽃을 피운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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