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 2019.05.02

자식보다 낫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이명례 씨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9.05.02 14:33 조회 4,160 댓글 1
목록으로 돌아가기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이명례 씨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딸이자 친구 주에 한 번씩 들러 안부 챙겨 “ 말벗해드리는 걸 제일 좋아해 ” “ 아이고 어머니 , 전화 안 받아서 놀랐잖아요 ! 내가 전화를 몇 번 했나 몰라 .” “ 집 전화는 빼놓고 있응게 몰랐어 .

마당에 있다가 핸드폰 보니께 전화가 와있었네 .” 경천면 석장마을에 사는 한선례 (86) 할머니는 빈혈이 심하다 . 어지럼증 때문에 혼자 집에 쓰러져 있을 때도 있다 .

fe00a08f 91d9 4016 80eb fb5d93a7d179
fe00a08f 91d9 4016 80eb fb5d93a7d179

이날 완주군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이명례 (61) 씨는 석장마을을 방문할 예정이 없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선례 할머니를 살피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 . 2 년 전에도 집에 쓰러져 있던 할머니를 발견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 농촌 노인들은 말벗해주는 일을 가장 고마워 한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이명례씨가 백기초 할머니댁을 방문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명례 씨는 “ 혼자 계시다 보니 쓰러지면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 예전에도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하고 119 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 오늘도 혹시나 걱정이 돼서 집에 들렀다 ” 고 말했다 .

선례 할머니가 홀로 생활한지는 14 년째 . 자식들 출가 후 혼자 살고 있다 . 할머니는 “ 자식들은 바쁘고 몸이 안 좋아 마을회관까지도 잘 못 걷다보니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다 ” 며 “ 외롭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말벗이 오니 좋다 .

딸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안 오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돼 전화를 먼저 할 때도 있다 ” 고 말했다 .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이명례 씨는 경천면에 사는 27 명의 독거노인 케어를 담당한다 . 예비대상자까지 포함하면 모두 33 명이다 . 하루에 1 개 마을에서 많게는 3 개 마을을 돌아다닌다 .

어르신 집이나 마을회관으로 찾아가 무슨 일이 없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도울 일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 그런 생활이 올해로 만 10 년째다 .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의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홀로 사는 노인들이 약을 잘 챙겨 드시도록 돕는 일이다. 이명례씨가 백기초 할머니에게 약을 설명해주고 있다.

명례 씨는 “ 정신건강센터에서 어르신 정신건강을 위한 설문지가 나오면 조사를 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이 있으면 다른 서비스와 연계도 한다 ” 고 말했다 . 말이 끝난 명례 씨는 마을회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

회관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요즘 조심해야하는 진드기 관련 설명서를 주고 주의를 주기 위해서다 . 손에는 어르신들에게 드릴 음료수와 사탕도 있다 . “ 오늘 오는 날 아닌데 어째 왔어 ? 자주 보니 좋네 .” “ 선례 어르신 댁 들렀다가 와봤어요 . 요즘 진드기 조심해야 하는 거 아시죠 ?

쯔쯔가무시 조심해야 돼요 .” 명례 씨는 쯔쯔가무시 주의점이 적혀있는 설명서를 돌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 회관에 모여 있던 10 여명의 어르신들이 각자 이야기를 꺼내며 맞장구를 친다 . 박종옥 (86) 할머니는 “ 마을에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마을회관이나 집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찾아오는데 10 년 정도를 봐왔더니 이제는 식구 같다 . 우리들이랑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 며 웃었다 . 회관 바깥에는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날씨가 궂었지만 명례 씨는 부지런히 움직인다 .

경천의 끝 마을인 석장마을에서 이제는 신덕마을로 이동한다 . 빗방울을 바라보며 파란 처마 밑에 앉아있던 백기초 (88) 할머니는 대문 밖에 들린 인기척에 귀 기울인다 . 빼꼼히 열린 대문 사이로 명례 씨 얼굴이 보이자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 “ 어머니 잘 계셨어요 ?

식사는요 ?” “ 밥은 진즉에 먹었지 . 아까 오전에 고산 나갔다왔어 . 병원 댕겨오느라 . 오늘 올 줄 알고 나와 있었어 .” 명례 씨가 앉자마자 할머니는 말씀이 많아지신다 . 병원 다녀온 이야기 , 주말에 자녀가 다녀간 이야기 , 마당에 핀 꽃 이야기 .

기초 할머니는 “( 명례 씨가 ) 우리 집에 자주 온다 . 보건소 갈 때도 차로 데려다주고 데리러 온다 . 적적할 때 오면 말벗이 되어 주니 참 좋다 . 딸 같다 ” 고 말했다 . 비가 좀 멈추자 둘은 텃밭에 심은 부추를 마당으로 가져와 다듬기 시작했다 .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 말하는 할머니의 손을 명례 씨가 살포시 감싼다 .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할머니의 작은 손과 그 손을 잡은 명례 씨의 손 . 다정스레 맞잡은 손이 서로를 알고 지낸 10 년의 시간을 말해준다 .

관리사와 대상자로 알게 됐지만 이제는 친구 같고 , 이웃 같고 ,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 명례 씨는 “ 우리보고 애쓴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 이게 우리 일이고 또 어르신들 만나면 우리도 기운을 받는다 ” 며 “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고 싶다 ” 고 말했다 .

[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완주군 노인돌봄기본서비스사업 중 하나다 . 올해 활동 중인 생활관리사는 모두 46 명인데 이들은 13 개 읍면을 돌며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생활교육과 서비스 연계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

[box]10 년째 독거노인 돌보는 이명례 씨 “ 어르신 만나는 일은 내 삶의 활력소 ” 이명례 씨는 경천면을 담당하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이다 . 면사무소에서 우연히 독거노인돌봄 ( 현 독거노인생활관리 ) 제도를 알게 되면서 시작한 것이 어느새 10 년째다 .

명례 씨의 근무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1 시부터 6 시까지다 . 하지만 근무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 그는 “ 저도 경천면에 살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걱정되면 오다가다 들리기도 한다 . 보통 하루에 5~6 가구를 방문해서 어르신들을 뵙는다 . 현황을 조사하고 설문지를 돌릴 때도 있다 .

어떤 날은 같이 화투도 친다 ( 웃음 )” 고 말했다 . 오랫동안 어르신들을 봐오다보니 집안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 이제는 가족 같은 기분이다 . 명례 씨는 “10 년 째 일을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꼭 부모 같다 .

하지만 연세가 드시고 건강이 안 좋아 병원으로 들어가거나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도 있다 . 그럴 때 마음이 참 아프다 . 쉽게 아픈 게 사라지지 않는다 ” 고 말했다 . 그는 이어 “‘ 자식보다 낫다 ’ 며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

혼자 계신 분들에겐 우리가 말동무가 되어주니 그 점을 가장 좋아하신다 . 경천은 작은 동네다 보니 기업도 없고 큰 음식점도 없어서 서비스 연계를 받기가 쉽지 않다 .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가 잘 될 수 있도록 보다 홍보가 잘 되면 좋겠다 . 이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다 ” 고 덧붙였다 .

현장 사진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이명례 씨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1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 비회원 2019.05.09 16:37

    노고에 항상 감사드려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