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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3.09.20

이지반사와 용동마을의 승리

돼지막 분쟁과 마을이야기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3.09.20 16:59 조회 3,0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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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돼지막 분쟁'에서 끝내 승리하다 비봉 돼지농장 완전해결 축하파티와 용동마을 주민들의 기쁨 30 년 가까이 비봉면을 둘러싼 ‘ 비봉 돼지농장 재가동 ’ 분쟁이 마침내 주민들의 승리로 끝났다 . 이로써 주민들은 악취와 자연 파괴 등의 공포로부터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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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아이부터 호호백발 어르신까지 모두의 노력과 간절함이 이룬 결과다 . 한뜻으로 모인 ‘ 비봉 돼지농장 완전해결 축하잔치 ’ 와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용동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 온 마을이 이뤄낸 기나긴 분쟁의 마침표 비봉면에서는 마침내 돼지농장 재가동을 멈춘 기쁨을 나누고 그동안의 소회를 나누는 잔치를 마련했다 .

지난 9 월 2 일 토요일 , 비봉면체육공원 내 게이트볼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용동마을과 사치마을 등 주민을 비롯한 다양한 공동체와 서울과 경기 등 먼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까지 약 260 여 명의 참석자가 모였다 .

풍물패의 길굿 공연이 잔치의 시작을 알렸고 이어 유희태 군수와 서남용 의장 , 안호영 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 유 군수는 “ 비봉면민이 하나 되어 적극 노력해주신 덕분이다 .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 고 전했다 .

또한 그동안 최전선에서 싸움을 치른 홍정원 변호사에게 온 주민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 홍 변호사는 “ 함께 힘써주신 대책위분들께서 승패와 관계없이 끝까지 나서주실 분들이라고 생각했다 .

그런 결심을 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소송은 이길 수밖에 없다 ” 며 “ 이번 사건은 변호사 생활을 통틀어 평생 기억될 일인 것 같다 .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 고 소감을 전했다 . 축하 잔치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돼지 농장 부지를 함께 둘러보는 순으로 이어졌다 .

오랜만에 한 공간에 모인 온 마을 사람들 . 기쁜 소식에 모두가 웃는 얼굴이다 . 용동마을 국윤도 이장은 ” 이렇게 다같이 좋은 소식으로 만나 걱정없이 밥 먹는 일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 이를 계기로 비봉면이 다시 청정한 고을로 돌아가기를 소망한다 “ 고 바람을 전했다 .

이어 농장에 가장 인접한 지역인 사치마을의 주민들도 소감을 덧붙였다 . 이상곤 (63) 씨는 “ 큰일을 해결하는 데 고생한 우리 주민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크나큰 전례를 남김으로써 값진 결과를 얻은 것 같다 ” 고 말했다 . 잔치의 마지막은 “ 행복한 우리 삶터 , 우리 힘으로 지켜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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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가꿔서 대대손손 물려주자 ” 라며 이지반사 ( 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사람들 ) 여태권 상임대표의 해단 선언과 함께 다함께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 한편 대기업을 상대로 ‘ 계란으로 바위치기 ’ 와도 같았던 오랜 다툼에 결과를 비관하는 이들이 많았다 .

그럼에도 주민들은 ‘ 이지반사 ( 이지바이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사람들 )‘ 라는 기구를 꾸려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고 “ 질 때 지더라도 하는 데까지 해보자 ” 며 의기투합했다 . 한 달 동안 이어진 한여름 천막농성 , 두 차례에 걸친 상경투쟁까지 꿋꿋이 버텨냈다 .

그리고 마침내 지난 6 월 , 업체는 사전협약에 따라 행정소송의 상고를 취하했고 농장 부지는 완주군 소유가 되어 양돈장 재가동 문제는 말끔히 사라졌다 . ■ 고요한 마을에서 객을 반기는 주민들 용동마을을 찾은 한낮 . 더위가 한풀 꺾인다는 처서 ( 處暑 ) 가 지났음에도 햇볕이 매섭다 .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넓은 깻잎밭이 객을 반긴다 .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고소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 유독 깻잎을 많이 심는다는 이곳 주민들은 초가을이면 집집마다 깨를 터느라 분주하다 . 골목 깊숙이 자리한 노인회장 정영춘 (85) 어르신 댁도 마찬가지였다 .

아내 김점순 (83) 어르신은 그늘진 곳에 앉아 플라스틱 채반에 차곡차곡 이파리를 쌓아올리고 있었다 . “ 토란대 껍질 벗겨서 말려가지고 나물해먹으면 맛있어 . 옛날에는 온통 하우스에다 수박 농사도 많이 해가지고 장사꾼들이 우리 마을로 와서 수박을 사갔어 .

이제 나이 들고 힘드니께 우리 먹을 만치만 쪼께 해 . 깨도 베고 채소 같은 것 좀 하지 .” 부부 댁 뒤편에는 봉실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있다 . 두 사람이 젊을 적엔 이 산에 올라 나물을 종종 캐다 먹었고 당시엔 토끼가 많았다고 한다 .

이 마을에서만 평생을 살았다는 영춘 어르신은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 , 그에 이르기까지 긴긴 세월 을 이곳에서 보내며 마을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 “ 나 어릴 적 생각하면 지금은 다 부자야 . 옛날에는 먹을 게 너무 없으니까 밭이고 산이고 작물은 조금만 있어도 다 귀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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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집집마다 애들이 대여섯명은 기본이니까 마을에 사람이 북적북적했지 . 그런데 돼지막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여기 땅을 샀다가도 헐값에 팔고 떠난 사람이 수두룩 해 . 경로당 앞 큰 모정이 있는데 , 얼씬하는 사람이 없었어 .

돼지막이 딱 있으니 누가 와서 살려고 했겠어 .” 마을을 찾은 둘째날 , 조용한 마을 가운데 반갑게 객들을 맞이해주는 어르신이 있었다 . 고추밭에 앉아있었던 유관순 (70) 어르신은 고추에 벌레 먹은 부분을 가위로 다듬고 있다 . “ 옛날에는 멧돼지가 내려와서 밭을 다 헤치고 그랬어 .

벌레가 고추를 먹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 내 밭에는 망을 쳐놨는데 멧돼지들 못 들어오게 하려고 해둔거야 . 우리 젊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멧돼지를 잡아 마을에서 나눠먹기도 했어 . 엣날엔 참 많았거든 .” 관순 어르신 밭을 지나 좁은 골목길 끝에는 손산애 어르신 집이 보였다 .

초록의 숲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는 오래된 집엔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 산애 어르신은 닭장에 닭 모이를 주다가 선한 미소로 처음 보는 객들에게 “ 어서오세요 ” 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 “ 마을에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오니 좋아 .

우리 집이 높은 곳에 있어서 경치가 참 좋아 . 날은 더워도 눈은 시원하니 좋아 (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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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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