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여 밥 먹고 책놀이, 미술 수업! "우린 치매 걱정 없어~" 삼례 신풍마을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청명한 하늘 아래 따뜻한 햇살이 퍼진다. 선선한 바람에 가을을 만끽하며 이웃 주민들이 함께 나누는 정겨운 대화는 오로지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삼례 신풍마을 주민들이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 따뜻한 미소를 나누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치매 예방과 회복을 위한 소중한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 이 가을 , 치매 안심마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운 정을 느낀다 .
■ 함께해서 즐거운 마을 2020 년에 치매안심마을로 선정된 삼례 신풍마을은 60 세 이상 고령화율 , 고령자 중 치매환자 비율 5% 이상의 기준 , 인구 100 명이상 등의 기준을 거쳤다 .
치매안심마을은 빠른 고령화 속도만큼 급증하고 있는 치매질환을 대비하기 위한 정책 사업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치매 예방 , 치매환자 가족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한 인식개선사업이다 . 이에 관해 주민들은 치매안심마을이 선정된 이후로 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들 사이가 더 끈끈해졌다고 전한다 .
이들은 완주군 치매안심센터 , 삼례도서관 , 대한노인회 등 다양한 인지활동프로그램을 마을회관에서 함께하며 치매를 예방하고 있다 . 종종 식사도 함께 하는데 , 마을을 찾은 날에는 가을맞이 도토리묵과 함께 점심 준비가 한참이었다 . 이날의 요리는 하택임 (77) 경로당장이 맡았다 .
“ 회관에 모여 밥을 자주 먹어요 .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모여 먹는 거 같네요 .
각자 집에서 반찬을 조금씩 가져오기도 하고 회관에서 만들어 먹는데 오늘은 도토리묵이랑 콩나물 국을 준비했어요 .” 주로 한 사람이 맡기보단 돌아가며 음식을 만드는데 , 이들 덕에 주민들은 오전 일과를 마치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할 시간을 갖는다 .
식사 준비가 모두 마무리되자 , 주민들이 하나둘 회관으로 들어섰다 . 서로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기며 익숙하게 식탁에 자리를 잡고 , 도란도란 하루의 소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 회관 옆집에 산다는 유순옥 (90) 어르신도 자리를 함께했다 .
“ 혼자서 밥을 먹으면 잘 챙겨먹지 않는데 , 이렇게 자주 회관에서 맛있는 음식 나눠 먹으니 너무 좋아 .” 유귀례 (86) 어르신은 텃밭을 정리하다가도 점심 식사만큼은 꼭 함께 한다고 말했다. “ 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해.
많이 먹고 힘내서 오후에 텃밭 관리도 열심히 해야지 .” 이내 회관은 사람들로 가득 차 북적거리고 , 즐거운 웃음소리가 넘쳐흘렀다 . 신풍마을에서는 이렇게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
■ 담벼락 따라 마을 한 바퀴 점심 식사 후 회관 내부를 정돈한 어르신들이 날이 좋을 때 마을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몸을 일으켰다 . 나가기 전 하택임 경로당장이 립스틱 하나로 어르신들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 누구는 입술에 바르고 , 또 누구는 손가락으로 약간 문질러서 볼터치를 한다 .
다 늙어서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다가도 택임 씨의 손길에 얌전히 얼굴을 맡긴다 . 설거지 후에 손이 거칠어졌다고 챙겨주는 로션을 냉큼 받아 바르는 사람들을 보고 박정숙 (93) 어르신이 “ 아주 청춘이구먼 ” 이라 말하자 다들 와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
어르신들의 뒤를 따라 걷다가 문득 오늘처럼 점심을 자주 같이 드시냐고 물었다 . 고개를 끄덕인 박정애 어르신은 “ 밥 , 김치 , 뭐 그런 것만 있어도 잘 먹는다 . 우리끼리는 된장찌개 하나만 끓여도 꿀맛이다 ” 고 말했다 .
집마다 다른 담벼락이 굽이굽이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 조금만 걸어 나가면 조사마을과 맞닿아 있고 , 길을 건너면 용전마을이니 금방이면 신풍마을을 모두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기본적으로 느긋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은 길가에 핀 꽃 , 담장을 덮을 정도로 크게 자란 호박 , 푹 익은 감과 석류 등을 마주칠 때면 조급해졌다 . 한곳으로 우르르 몰려가 옹기종기 서서 꽃이나 열매 따위를 구경하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다 보니 따사로운 햇볓 아래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
소박한 반찬 하나 , 소담한 꽃 한 송이라도 어르신들에게는 즐거운 대화거리가 된다 . ■ 일주일에 한번 , 화가가 되는 시간 신풍마을은 10 월 8 일부터 대한노인회 완주군지회가 지원하는 미술 수업을 시작했다 .
지난 7 월에 마무리된 노인인지활동 책놀이 프로그램 때처럼 매 수업에 고정적인 인원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 대체로 10 명 이상이 참여하는 적극적인 분위기다 . 이날도 모두 11 명의 어르신이 첫 수업에 참석했다 .
매주 화요일 2 시간 동안 신풍마을 어르신들은 화가로 변신해서 자신만의 아크릴화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 집으로 가져가서 장식할 수 있는 작품을 2 개나 만들 수 있다는 강사의 말에 어르신들이 활짝 웃었다 .
아크릴화 작업의 첫 단계는 먹지 위 도안을 따라 그리는 것으로 , 적당한 세기로 꾹꾹 눌러 그리면 캔버스에 밑그림이 그려진다 . 처음에는 본인이 잘할 수 있을지 , 너무 어렵지는 않을지 걱정하던 어르신들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면서 작업 속도에 더욱 불이 붙는다 . 눈이 침침한데도 고개를 푹 숙여 집중한 최귀순 어르신 , 허리 아픈지도 모르고 바닥에 엎드려 연꽃을 완성하는 순옥 어르신을 비롯해 회관 내 모두가 화가가 되었다 . 어딜 봐도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쭈욱 내민 얼굴들뿐이다 .
그만큼 이 순간에 푹 빠져든 것이다 . 손이 빠른 몇몇 어르신들은 1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밑그림을 완성했다 . 순옥 어르신은 가장 먼저 끝내고 나서도 혹시나 연한 부분이 있을까 몇 번씩 덧그리는 꼼꼼함을 보였다 .
밑그림이 잘 그려졌다는 강사의 말에 기뻐하는 귀례 어르신에 다들 “ 이러다 우리 마을에 화가 나오겠다 ” 며 웃기도 했다 . 이경자 (75) 어르신은 “ 원래 손 떨림이 심한데 그림 그리는 동안에는 집중하느라 손이 떨리는지 안 떨리는지도 몰랐다 .
별것 안 했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고 재미있다 ” 고 말했다 . 아크릴화 작업의 첫 단계를 잘 마친 신풍마을 주민들은 다음 주부터 다양한 색깔로 화폭을 채워나갈 예정이다 . 어르신들이 가지각색의 개성을 녹여낸 다채로운 작품들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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