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이종합떡방앗간수퍼 간판이 세 개 , 하지만 주인 간판이 없네 빈 떡 가게서 옛 간판 달고 시작 동네장사다보니 크게 신경 안 써 구이면 구암마을 앞 도로는 과거 쉴 새 없이 차량이 오갔던 길이다 . 순창이나 정읍 산외 방면으로 가는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순창과 임실 , 전주를 지나는 27 번 국도가 뚫리면서 마을 앞길은 한적해졌다 . 이곳에서 한 60 대 부부를 만났다 . 부부는 난로에 넣을 땔감을 손질하고 있던 차였다 . 실은 우리가 이들을 발견하게 된 것은 간판 때문이다 .
군데군데 뜯어지고 바랜 스티커로 ‘ 구암종합떡방앗간수퍼 ’ 라고 쓰여 있는 허름한 간판이 있었고 , ‘ 피순대 ’ 글자가 떨어진 사인볼이 있었고 , ‘ 생닭 ’ 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이 있었다 . 간판만 세 개 . 이곳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 동네 사랑방 내부. 아내가 난로 앞에서 물을 끓이고 있다.
“ 우리가 여기 온지 한 7 년 됐나 . 이 가게가 일 년 정도 비어있었는데 노느니 뭐라도 한번 해보자 하고 여기서 떡방앗간을 시작했어요 . 친정이 여기라 동네 사정은 다 알았죠 . 옛날엔 이 집이 제일 잘 나갔어요 . 근데 지금은 사람이 없죠 .
요새 사람들은 떡을 안 만들어먹고 다 사 먹잖아요 .” 가게의 옛 주인들이 해오던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를 물었다 . “ 간판이요 ? 뭐 하러 새로 해요 . 동네 사람들만 오다보니 간판 없어도 다 알아서 와요 . 예전에 했던 사람이 피순대를 팔았나 봐요 . 슈퍼도 했고 .
그래서 저런 간판들이 달려있어요 . 굳이 뗄 필요가 없는 거 같아서 그냥 놔뒀어요 .” 요즘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 새 옷 , 새 차 , 새 집 , 사람까지도 새 사람 . 반면 부부의 주변에는 모두 오래된 것뿐이다 . “ 이 집이 오래돼서 문짝도 안 맞아요 .
손대려면 다 부셔야 해서 아예 손을 못 대는 거죠 . 난로도 예전에 있던 그대로고 방앗간 기계도 그대로에요 . 저 트럭도 30 살 됐어요 . 88 올림픽 때 나왔으니까 . 지금 저렇게 오래된 거 타고 다니면 욕먹어요 . 사람들이 놀래죠 .” 올해 30 년 됐다는 트럭은 이곳저곳 상처가 많았다 .
유난히 접촉사고가 많은 사연 많은 트럭이다 . “ 얼마 전에도 앞사발 ( 범퍼 ) 이 큰 차가 박스를 실고 뒤로 오면서 이 트럭을 받아버렸어요 . 오지마라고 했는데 받아버리더라고요 . 그래서 내가 실리콘으로 깔짝깔짝 손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 내 차 받은 차 ? 그냥 가야죠 .
수리비 뭐 얼마나 되겄어요 . 저번에도 사이드미러를 동네 동생이 쭉 받아버리니 ‘ 아유 형님 죄송합니다 ’ 그러고 가요 . 이 트럭에 맞는 사이드미러 구하느라 힘들었어요 .” 남편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기러기들을 보고 있다. 부부는 강아지 네 마리 , 기러기 두 마리를 키운다 . 닭도 키운다 .
스스로 ‘ 짐승을 사랑한다 ’ 고 말하는 부부다 . “ 기러기 새끼들이 횡단보도로 쫑쫑쫑쫑 걸어 나오면 사람들이 차 세워 놓고 사진 찍고 그래요 . 오리같이 귀엽잖아요 . 우리집 개요 ? 네 마리에요 . 엄마가 진주 , 아빠가 여름 , 새끼가 진순이 . 저 복돌이는 업둥이에요 .
누가 버렸는데 가여워서 데려왔어요 .” 부부에게 정확한 가게 이름을 묻자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 . 어떻게 보면 이곳은 아는 사람만 올 수 있는 곳이다 . “ 장사는 안 되어도 이런 공간 있으니까 좋아요 . 가게나 집에 손님 오면 여기서 대접 할 수 있고 . 장사는 오래 못 할 거 같아요 .
되지도 않고 , 하고 싶지도 않고 .” 가게 앞에서 복돌이와 함께 한 컷 카메라를 들이대자 무뚝뚝하던 남편 얼굴에 웃음이 들썩인다 . 낯선 카메라가 부끄러워 거절도 해보지만 결국에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 부부와 업둥이라는 복돌이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
남편 옷에는 일을 하느라 묻은 먼지가 가득이고 아내 역시 거울 한번 제대로 못 봤지만 둘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 그리곤 말한다 . “ 대체 오늘 이게 뭔 날이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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