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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8.02.05

오래된 간판에 말을 걸다

고산 동일이발소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8.02.05 15:09 조회 4,0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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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동일이발소 형제가 사이좋게 마주보며 ‘ 동일 ’ 한 간판 이복권씨 , 형님 세탁소 이름 따라 지어 고산읍내 구시장 거리에는 ‘ 동일 ’ 이라는 같은 상호를 쓰는 상점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 하나는 형님이 하는 동일컴퓨터크리닝 , 다른 하나는 동생이 하는 동일이발소이다 .

돌아가는 이발소의 사인볼을 보고 만화 ‘ 삼봉이발소 ’ 가 떠올랐다 . 작은 이발소에서 말을 하는 고양이와 함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이발로 치료해주는 이발사 ‘ 삼봉 ’ 의 이야기이다 . 사람만한 가위를 들고 있던 이발사 삼봉을 떠올리며 동일이발소 문을 슬며시 열어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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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가위도 , 말을 하는 고양이도 없었지만 그곳에는 오래된 이발소와 잘 어울리는 이복권 (68)· 김순옥 (64) 부부가 있었다. 이발소는 언제부터 운영하셨나요 ? 지금 자리에서만 30 년 정도 했어요 . 구 시장 거리 저 밑에서부터 조금씩 자리 이사를 해서 이 자리에 정착했죠 .

처음에 세내서 장사하다가 우리 꺼 되면서 벽지도 새로 하고 다 새로 했어요 . 이발 일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 어릴 때 배웠어요 . 열일곱 , 여덟 됐었나 . 처음 고산에서 배우다가 서울가서 좀 일하고 , 그러다 군대 갔어요 . 제대하고 다시 고향인 고산으로 내려와서 이발소 차렸죠 .

그때만 해도 다들 먹고 사는 게 힘들었거든요 . 기술이라도 하나 있어야 밥 먹는다고 해서 동네 이발소에 견습생으로 들어가서 배웠죠 . 이복권 씨가 정성스레 이발을 해주고 있다. 견습생 생활은 어떠셨어요 . 견습생들은 월급 안 받아요 . 밥도 안 주죠 . 그냥 일 배우는 거예요 . 청소하고 빨래하고 .

서울에서는 홍재문에 있는 이발소에서도 견습생 생활했는데 그땐 월급 좀 받았네 . 고향 내려오고 중매로 우리가 결혼했어요 . 결혼 후 바로 고산에 가게 차렸죠 . 이발소를 열었을 당시 가까운 곳에 경쟁사 (?) 가 있었나요 ? 여기가 지금은 가게가 많아도 그땐 별로 없었어요 .

새마을사업 하면서 이렇게 도로가 깨끗해진 거죠 . 그 전에는 건물도 없었어요 . 우리 말고 이발소가 하나 더 있었는데 라이벌이라고 할 것이 있나요 . 이 작은 데서 경쟁해서 뭐해요 . 손님 오면 오는 거고 안 오면 말고 . 우리는 우리 이발소를 온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 할 뿐이죠. 왜 동일이발소에요 ?

형님이 먼저 고산에 가게를 여셨는데 그거 따라 짓느라고 우리도 ‘ 동일 ’ 이라고 했어요 .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네요 . 간판이요 ? 저것도 꽤나 오래됐죠 . 청소 한번 안했어요 . 이발소 사인볼도 옛날부터 쓰던 건데 원래 병원에서 쓰던 거예요 . 언제 쉬세요 ?

이발소 운영하는 게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 우리는 1 이 들어간 날에 쉬어요 . 요일로 쉬면 고산장날이랑 겹쳐서 안 되거든 . 1 일 , 11 일 , 21 일 , 31 일 쉬는 거지 . 보통은 새벽 6 시에 여는데 예약 있으면 더 빨리도 열어요 . 일이 고 되냐고요 ?

일이란 게 고될 때도 있고 그런 거지 . 일 안하고 멀뚱이 놀아 봐요 . 일하는 게 낫지 .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 그냥 .

현장 사진

고산 동일이발소 사진 1

첨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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