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그서 나고자라 늙었어, 87년 평생을" 제자리 색시 유오목 할머니 유오목 할머니 (88) 를 처음 뵈었을 때 ‘ 곱다 ’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 고운 피부 , 굽지 않은 허리 , 조용한 목소리 . 할머니는 막 삼밭에서 일을 마치고 오신 길이었다 . “ 삼밭 매고 왔어 . 저 밑에 있어 .
마을 밑에 . 일하고 왔어 .” 평생이란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 오목 할머니는 반곡마을과 함께 했다 . 남편은 아래 마을 출신으로 할머니 나이 열일곱에 이 집의 데릴사위로 들어왔다 . “ 우리 아버지가 아들이 없어 데릴사위 했어 . 그 양반들 다 돌아가셨어 . 친정 사람들은 .
남자도 돌아가시고 영감도 돌아가시고 . 나는 오남매 중 둘째야 . 딸만 너이 낳고 아버지가 . 아들을 낳았는디 잊어버리고 딸만 넷을 키웠어 . 데릴사위로 해서 남자를 우리 집으로 데려 왔지 . 그렇게 살다가 . 다 돌아가시고 없어 .” 만으로 팔십칠년 , 할머니는 여전히 반곡마을에 산다 .
둘 있는 여동생은 마을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갔다 . 할머니는 어릴 적에도 , 결혼 후에도 가끔은 이 마을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 이 마을 떠나고 잡지 . 근데 워낙 범위가 커서 누가 사들 않어 . 논밭이 . 범위가 커서 안 팔링게 못 가 . 몰래 도망치는 생각 ?
그런 생각도 못혀 . 우리 아버지가 엄해서 어디 가도 못허게 해서 여기서 커서 여기서 시집가서 살은거여 .” 할머니 큰아들이 마당 안에 있는 화단에 물을 주고 있다. 할머니는 다섯 자녀 중 큰 아들 내외와 함께 산다 . 지금 이들이 사는 집은 할머니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의 아버지가 살던 집이다 .
할머니 인생에 있어 집은 이것 하나다 . “ 이 집에서 계속 살았지 . 이게 우리 아버지 집이여 . 이 집에서 평생 살았지 . 집을 새로 지었지 인자 . 터는 그대로 우리 아버지 것이고 . 아버지랑 우리 엄마랑 같이 산 것이지 . 시어머니도 모셨어 . 이 집서 같이 살았지 .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없고 . 시아버지 없는 데로 시집을 간거여 . 동생들도 같이 살았어 . 북적북적했어 .” 동네에는 할머니와 함께 늙어가는 친구들이 있다 . 진안으로 시집간 말순네도 일찍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 “ 말순이하고 저 위에 사는 사람하고는 여기서 나서 여기서 컸어 다 .
나하고 서이는 다 여서 큰 사람들이지 . 동네 사람들은 다 친해 . 같이 늙잖어 . 같이 커가지고 .” 해가 저물어간다 . 할머니는 집 앞 마당에 앉아계신다 . 팔십칠년이란 세월 동안 늘 같은 자리에 있어온 그 . 이곳에서 그는 몇 번의 저무는 해를 보았을까 . “ 이 동네는 그대로여 .
집들만 새로 지었지 . 초가집에서 집들만 새로 지었지 . 그 전에는 다 초가집이었어 . 저 집 앞 모습 같은 건 그대로여 . 허리아파 죽겄네 . 내일은 저 깨밭 가서 매고 와야지 . 내일 다 해고 쉴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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