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시장은 지난 여름 시설현대화로 새로운 시장건물이 들어섰다. 시설현대화와 함께 3일과 8일엔 5일장이 선다. 옛것과 새것이 만나는 셈이다. 12월 28일 삼례시장 생선가게에 손님들이 오가고 있다.
[ 삼례시장 , 현대와의 조우 ] 옛것과 새것을 아우르는 삶의 관계망 시설현대화 후 반년 전 새롭게 개장 대 잇는 가게 늘고 젊은 상인 속속 유입 삼례시장은 예로부터 다양한 물자가 오고가는 곳이었다 . 지리적으로 익산과 전주와 가까워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교통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
특히 생닭을 저렴하게 판매해 닭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닭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 오래된 역사만큼 시장이 가진 이야기도 많다 .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가게들도 많고 , 수십 년째 시장을 찾는 단골들의 이야기도 있다 . 그런 삼례시장이 2018 년 7 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
삼례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에 의해서다 . 기존 시장이 위치해있던 공간에 새롭게 건물을 지어 점포 문을 연 것이다 . 이곳에는 통닭 , 백반 , 파스타 등 다양한 먹거리부터 의류 , 화장품 , 방앗간 , 건강원까지 다양한 품목의 40 여개 점포가 있다 .
새롭게 문을 연지 반 년째 , 우리는 삼례시장을 찾았다 . 삼례시장 새 건물 옆 골목은 5일장이면 노점상과 손님들이 많이 붐빈다. △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 같은 상인들 먼지 같은 눈이 날렸다 . 아침온도 영하 7 도 . 단단히 여민 옷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
새벽부터 나온 상인들은 물건을 펴느라 정신없다 . 오늘은 12 월 28 일 삼례장날이 서는 날이다 . 삼례장날은 3 일과 8 일에 선다 . 도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상인들도 있지만 삼례시장 광장에 자리를 잡은 상인들도 적지 않다 . 다른 지역에서 장사를 위해 삼례를 찾은 상인들도 있다 .
도넛 , 족발 , 생선 , 의류 등 품목도 다양하다 . 전국을 돌며 지역의 장날에 장사를 한다는 박재권 (47) 씨는 포도와 감을 판매하고 있었다 . 1 일장은 군산 , 2 일장은 김제 , 3 일장은 삼례 , 4 일장은 익산이나 강경 , 5 일장은 봉동이나 부여를 간다고 했다 .
“ 돌아다니려면 힘들죠 . 그런데 가게를 차리면 가게세가 들어가고 또 밑천도 없으니까 돌아다니는 거죠 . 시장에는 다 자기들 자리가 있어요 . 삼례시장 온지 10 년 정도 됐는데 저는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어요 .
오늘도 여기서 장사를 하죠 .” 신선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 무심한 듯 펼쳐놓은 도라지와 더덕 . 산에서 갓 내려온 듯 한 모습의 이삼봉 (64) 씨가 약초를 팔고 있었다 . “ 이것들 지리산 자락에서 가져온 거여 . 이짝은 3 년생 , 저 짝은 5 년생 .
큰 놈들은 벌써 다 가져가부렸어 . 삼례 온지는 한 10 년 됐어 . 해마다 11 월이면 삼례 와서 장사혀 .” 그의 바로 옆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이와는 10 년 전 삼례 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지만 이제는 서로의 집을 방문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 “ 이 친구가 장난이 아녀 .
산골짜기에 살면서 농사 져 . 그러니 향 자체가 다르지 . 나는 여그 도라지 사서 술도 담그고 액기스도 해먹었어 . 도라지 3 개만 먹어도 열이 확 올라 . 오늘 같이 추운 날에 옷 다 벗고 있어도 될 정도여 .( 웃음 )” △ 전통시장에 부는 젊은 바람 삼례시장 건물에 있는 ‘ 카페마실 ’.
삼례에서 장사를 했던 시아버지를 이어 며느리인 임은아 (48) 씨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차린 가게다 . “ 시장이다보니 가격도 적정하게 책정했어요 . 직접 유기농으로 지은 고구마로 고구마라떼를 만들어요 .
위에 올라가는 땅콩 이런 것도 직접 농사짓고 있어요 .” 세련된 카페 메뉴판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 맥심 1,500 원 ’ 이라는 메뉴다 . 시장이라는 특성을 살린 메뉴 . “ 시골이라서 카페를 찾는 손님 중에 어르신들이 많아요 .
그분들이 좋아하고 자주 찾으시는 맥심 커피도 메뉴에 넣게 된 이유죠 . 아메리카노 , 카페라떼라고 하면 그분들은 생소하거든요 .” 전통시장에서 현대적 건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상인들은 아쉬운 목소리를 토로하기도 한다 . “ 앞이 좀 트여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
일이 있어서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 분들은 이곳의 존재를 잘 모르세요 . 참 좋은 목에 있는데 안쪽에 있으니까 아쉬워요 . 어떤 사람들은 사무실인 줄 알았다더라고요 .” △ 수십 년 세월을 쌓은 친구같은 단골들 삼례시장 건물 내 수니네식탁 작은 가게 안으로 네 명의 남성들이 들어왔다 .
스스로를 수니네식탁 ‘ 고문 ’ 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삼례시장의 오랜 단골들이다 . 익산에서 온 유백주 (70) 씨와 전주에서 온 정회경 (70) 씨를 포함해 삼례에 사는 장병원 (73), 최진오 (73) 씨 모두 삼례에서 알고지낸 오래된 친구들이다 .
이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 이틀째 수니네식탁을 찾았다 . “90 년도에 익산으로 이사를 갔는데 몸은 여기서 살아 . 친구들이 여기 있으니까 .
이렇게 한 번씩 만나서 여행도 가고 술도 먹고 오늘처럼 점심도 먹는 거지 .”( 유백주 ) 음식을 하는 주인장의 손에서 양념이 나와서 모든 음식이 맛있다며 처음 본 고객에게 가게 홍보도 한다 . “ 여기 주인이 친절하고 게다가 맛이 좋거든 . 그래서 우린 여길 자주와 .
오늘은 떡만두국 먹으려구 .” 유독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동아떡방앗간에도 사람이 몰려있다 . 참기름 짜려는 사람 , 곡식을 빻으려는 사람 등 . 새벽부터 추위를 뚫고 부지런히 서울에서 내려온 어르신도 있다 . “ 서울서 버스타고 왔어 .
한 20 년 전 전주 살 때부터 단골이었는데 서울로 이사 가고서도 1 년에 한 번 쓱은 와 . 들기름 짜고 흑임자로 깨가루 낼려고 . 서울도 방앗간 많제 . 근데 여가 잘혀 . 정직하게 . 여 계속 다녔응게 또 오지 .” 어르신이 오늘 가져온 것은 쌀 20kg, 깨 10kg.
“ 깨가루 여서 한번 해서 깨죽 만들어 먹지 . 병문안 가서 해다주면은 허벌나게 잘 먹어 . 다른 것도 내놔라 그려 ( 웃음 ). 밖에서 파는 깨죽 같은 거는 그냥 물이여 . 시늉만 낸 거지 . 여기서 정직하게 혀서 내가 만든 거는 다르거든 .” ‘ 정직 ’ 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꽤나 크다 .
정직은 신뢰를 만들고 여기에 세월이 더해져 관계가 된다 .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관계 . 그것은 부모 자식 간이 될 수 있고 사장 고객 간이 될 수 있다 . 삼례시장에는 그런 관계가 있다 .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그런 것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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