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산업단지 속 작고 유일한 삶의 터전 누가 3 월 아니랄까 봐 꽃샘추위가 며칠 이어지더니 금세 따뜻한 기운이 피부에 와닿는다 . 무관마을에도 봄기운이 완연했다 . 산업단지가 모여 있는 봉동 테크노파크 건너편에 외딴섬 같은 마을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무관마을이다 .
마을 표지석을 지나면 차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좁은 도로가 나 있다 . 길을 따라 가보면 드문드문 주택들이 있고 그 뒤로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 잠든 흙을 깨우는 주민들의 손길 봄을 맞이하는 주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분주했는데 하우스를 짓고 씨를 뿌리며 겨우내 쉬고 있던 흙도 차례차례 깨웠다 .
봉동 은하리에서 온 송효순 (67) 씨는 새로운 터전을 가꾸고 있었다 . 그는 “ 주변 지인들이 여기 터가 좋다고 해서 이사왔다 . 집은 다 지었고 남동생이 지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주고 있다 ” 며 “ 전에는 주변이 좀 시끄러운 편이어서 조용한 곳에 살고 싶었는데 맘에 든다 ” 고 말했다 .
새로 이사 온 송효순 씨네 집 앞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있다. 마을 끝자락에 놓인 김태식 (75) 어르신의 밭에서는 감자 파종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 줄을 그어놓은 듯 반듯한 밭 위에 비닐을 꼼꼼하게 덮어씌웠다 . 아침 여덟 시에 시작한 작업은 해가 중천을 지나도록 쉴 틈 없이 이어졌다 .
동생 태순 (55) 씨는 남편 최만용 (51) 씨와 함께 부족한 일손을 보태려 충주에서 먼 길을 단숨에 달려왔다 . 김태식 어르신 가족들은 밭에 나와 감자 파종으로 분주하다. 태순 씨는 “2 월 중순부터 4 월 초까지는 감자 심는 기간이다 .
딱 이맘때가 볕이 뜨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아서 일하기 딱 좋다 ” 며 웃었다 . 마을은 길쭉한 지형 특성상 예부터 논밭이 적었다 . 이에 과거 주민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겨우 보낼 만큼 빠듯하게 살았다 .
새마을사업 이전 공용 우물이 있었지만 , 그것을 식수로 사용했고 농업용으로 사용할 물은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늘 하늘을 보며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 정영호 (72) 이장은 “ 밤중에 비라도 내리면 물을 대려고 너도나도 나와서 등불을 꽂아두고 일했다 .
그렇게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 며 당시를 회상했다 . 무관마을은 지금처럼 과거에도 20 여 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이었다 . 주민 수가 적은 대신에 그만큼 단합이 잘 됐고 결속력이 강했다 .
정 이장은 “ 서로 가족같이 가깝게 지내다 보니 마을엔 그 흔한 좀도둑 한 명 없었다 ” 고 말했다 . 봄 맞이에 나선 마을주민.
아담한 규모지만 역사 깊은 마을 현재 행정구역상 이곳은 무관마을로 합쳐서 부르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윗마을을 ‘ 관음 ’, 아랫마을을 ‘ 무등 ’ 이라 나누어 부르고 있다 . 서춘식 (78) 어르신은 “ 과거에 이 근처에 우주현이 있었고 그 당시 관음사가 있었다 .
관음이라는 이름은 관음사라는 절에서 따온 이름이니 마을의 역사가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 며 “ 행정에서 ‘ 무관 ’ 으로 이름을 합치면서 관음이라는 역사 깊은 이름이 사라져서 아쉽다 ” 고 말했다 . 예부터 작은 규모였던 무관마을에는 경로당이자 사랑방 역할을 하는 마을회관이 따로 없다 .
회관을 짓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땅을 내놓거나 군에서 마련해줘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 정안순 (79) 어르신은 “ 요즘 어딜 가든 마을마다 회관이 있는데 우리 마을만 없는 것 같다 .
회관이 있어야 사람들이랑 점심도 같이 먹고 티브이 (TV) 도 같이 보는데 우린 그런 기회가 아예 없다 ” 며 아쉬움을 표했다 . 김정자 어르신의 집 앞은 주민들의 간이쉼터이기도 하다. 마을 어귀에 있는 입석, 마을에 궂은 일이 있을 때 이 돌기둥에 제사를 지냈다.
한 쪽 면에 관세음보살이라 새겨놓았다. 또 이곳 마을 길은 폭이 넓지 않아 버스가 들어오지 못해 정류장이 따로 없다 . 대선 투표를 앞둔 어르신들은 투표소에 가기 전부터 막막할 뿐이다 . 김정자 (73) 어르신은 “ 버스 타려면 저기 큰길까지 나가야 하는데 우리 같은 노인들은 쉽지 않다 .
다행히 이장이 투표 날에 태워다준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 고 말했다 . 점빵 같은 구멍가게도 없어 물건을 사려면 고개를 넘어야 했다 . 박부금 (83) 어르신은 “ 채소 같은 건 농사지어다 먹고 술이나 과자 같은 거 사 먹으려면 다른 마을로 넘어가서 사와야 했다 ” 고 말했다 .
마을 뒷산에는 수바위라는 커다란 바위가 있다 . 맑은 날에 올라 바라보면 군산 앞바다까지 훤히 보이는 명당이라 꽤 인기 있는 관광 장소였다 . 정 이장은 “ 옛날엔 명절마다 수바위를 차지하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봉동읍 주민은 물론이고 비봉면에서도 왔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줄면서 전처럼 바위를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 고 말했다 . 무 관마을은 무관마을 주변으론 산업단지가 조성되어있다 .
현대자동차부터 한솔케미칼 , 대한방직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해있고 곧 대형물류센터 , 마트와 1,500 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건립될 예정이다 . 그 건너에 위치한 무관마을에는 현재 약 18 가구 , 총 40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
이중 무등부락이 12 가구 , 관음부락이 6 가구 정도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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