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순할머니는 혼자 살지만 다정한 이웃들 덕분에 외롭지는 않다고 말한다. 혼자지만 이웃들 덕에 살만하다오 "또 태어나면 일찍 간 남편과 더 살고파" “ 내 나이가 몇이더라 .” 정만순 (84) 할머니 집을 찾아갔을 때 마당까지 커다란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
할머니는 불이 꺼진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참이었다 . 나이를 여쭈니 정말 기억이 안 난다는 표정이다 . 한참을 같이 계산을 해본다 . 할머니는 올해 84 세 . 열일곱에 이 마을로 시집을 와 지금 이 집에서 살기 시작했으니 벌써 70 여년이 됐다 . 할머니는 동상면 사람이다 .
면소재지에서 시평마을로 시집왔다 . 그때는 인민군이 있던 시절 . 할머니는 눈에 띄지 않게 어두운 밤에 이 마을로 왔다 . 남편의 가족들이 걸어서 데리러 왔으나 할머니의 작은 어머니가 만류했다 . “ 걸어서 어떻게 데려가냐고 작은 어머니가 말렸어 .
그래서 지나가던 장작 실은 트럭을 얻어 타고 이 마을로 왔어 . 밤이었지 . 도착하니 캄캄해서 이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했어 .” 할머니는 혼자 보낸 시간이 길다 .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났다 .
혼자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고생도 많이 하셨겠건만 , 할머니는 ‘ 힘들었다 ’ 는 말을 아끼신다 . “ 우리 남편이 아이들 낳고 떠났지 . 고생 ? 글쎄 하긴 했겠지 . 근데 기억이 잘 안 나네 . 자슥들이 커서 지들이 나가서 공부했어 . 지금은 전주도 살고 광주도 살고 여기 한 번씩 와 .
우리 손주가 경찰이야 .” 할머니 집 마당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많이 피었다 . 할머니가 직접 심은 왕벚꽃나무는 동상의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직 꽃망울을 환하게 터트리지 않았다 . 두 그루의 왕벚꽃나무가 꽃을 터트리면 할머니 집은 정원이 된다 . “ 저 꽃이 얼매나 예쁜데 .
마을 사람들도 지나가다 예쁘다고 사진 찍어가고 그려 . 꽃 이름은 다 모르지만 난 꽃이 좋아 . 꽃이 피면 이렇게 마당에 나와서 보기도 하지 . 꽃이 지면 텔레비전 보러 들어가 .( 웃음 )” 할머니가 자신의 지팡이를 보여주신다 . 모두 선물 받은 지팡이다 .
“ 내가 혼자 사니까 이웃들이 잘 챙겨줘 . 저 나무로 된 지팡이는 우리 마을 저 위에 사는 아저씨가 준거야 . 지금 쓰는 쇠지팡이는 저번에 동상면장님이 우리 집 오더니 하나 주더라고 .”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롭고 심심할만한데 할머니는 크게 괘념치 않는다 .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노라면 이웃 이야기를 하실 때 가장 즐거운 표정을 지으신다 . 어제는 앞집 노인회장과 같이 전주로 나가 미용실을 다녀왔다 . “ 내가 머리가 기니까 우리 앞집 노인회장이 날 미용실에 데리고 갔어 . 같이 머리 자르고 왔지 .
얼마 전에는 이장이 우리 집 와서 한참을 놀다 갔어 . 우리 이장이 내가 혼자 있으니까 자주 살펴봐 . ‘ 누구 아줌마 ’, ‘ 할머니 ’ 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고 ‘ 어머니 ’ 라고 불러 . 사람이 참 좋아 . 그뿐이간 .
나는 심심하면 앞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옆집도 가고 그래 .” 할머니가 집 마당에 앉아 남편이 묻힌 산소가 있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 우리 아저씨 산소가 저 산 위 골짝 ( 골짜기 ) 에 있어 .
저번에 손주가 할아버지 산소 쪽을 보더니 ‘ 할아버지가 할머니 오래오래 사시라고 말씀하시네요 ’ 라고 하더라고 . 난 다시 태어나는 건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 만약에 태어나면 아저씨랑 그냥 또 살려고 . 건강해야지 . 내가 아프면 자슥들이 고생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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