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가 지천이던 조경에 으뜸인 동네 휘돌아 마을 한 바퀴 한때 대나무가 지천이던 마을이라 ‘ 죽전 ( 竹田 )’ 이라 불렸고 시간이 흐르며 지금의 ‘ 죽절 ’ 이 되었다 . 그 대밭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 듯 마을은 바람 한번에도 사박사박 속삭인다 .
요즘 죽절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밭일을 시작했다 . 삽 한 자루 챙겨 밭으로 나서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에서 부지런한 봄이 느껴진다 . 날은 제법 더워졌고 흙냄새도 진해졌다 . 고요한 하루 속에서 계절도 사람도 그리고 땅도 다시 깨어나고 있다 .
■ 마을회관에서 만난 사람들 회관 앞에서는 한 어르신이 나뭇더미를 정리하고 있었다 .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집이라 겨울 준비로 장작을 미리 장만해 두는 중이었다 . “ 나무가 딴딴해야 오래 때운다 . 물렁하면 금방 꺼진다 . 장작은 사람이랑 똑같다 .
속이 꽉 차야 오래 간다 ” 고 말하는 어르신의 구수한 말투와 장작을 하나하나 들춰보는 손끝엔 오랜 경험이 묻어났다 . 한바탕 즐거운 수다를 마치고 잠시 밖으로 나온 어르신들도 마주쳤다 .
“ 집안에 있으면 심심하기만 하니까 마을회관에 자주 모여 논다 ” 고 웃은 이부흥 어르신에게 죽절마을의 요모조모를 물었다 . 그는 “ 조영 임 씨 시조가 처음 자리 잡은 마을이라 임 씨가 많고 , 철쭉과 소나무 등 조경이 발달한 곳 ” 이라고 말했다 .
무엇보다 부흥 어르신은 죽절마을 사람들이 솔직해서 좋다고 한다 . “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 도둑놈 소리 안 듣고 살면 그게 좋은 사람이지 .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옛날부터 덕망 있는 마을로 불렸어 .” ■ 푸릇한 잎 거두고 논에 물 대러 가야지 마을회관 뒤편의 텃밭에서는 유경님 (90) 어르신이 하지감자 순을 따고 있다 . 경님 어르신은 “ 촌은 볕 뜨거워도 일 안 하면 못 산다 .
하지감자 심은 지 4~5 년 됐는데 올해도 잘 되면 좋겠다 . 날이 뜨거워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내일 비 온다니 오늘 다 끝내야 한다 ” 고 웃었다 .
순을 따줘야 감자가 굵게 자란다며 그가 허리도 펴지 않은 채 덤덤히 일하는 사이 바로 근처에 있는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이종구 (90) 어르신이 바닥에 자란 풀을 매느라 바빴다 . “ 농한기 동안 잡초가 너무 많이 자랐어 . 이제부터 할 일이 많아지니까 여기가 필요하지 .
원래는 여기서 모판을 재배했는데 , 옛날이랑 달리 여덟 마지기밖에 안 해서 모종을 사다가 심고 있어 .” 죽절마을 토박이라는 종구 어르신은 마을 이름의 유래도 들려주었다 . “ 대나무 ‘ 죽 ’, 마디 ‘ 절 ’ 이라고 해서 죽절마을이야 .
지금은 산밑에 주로 있지만 , 옛날에는 마을 이곳저곳에 대나무가 많았거든 .
대나무가 많아도 그걸로 공예품을 만들지는 않았고 온실을 지을 때 필요한 철제 기둥이 흔해지기 전까지는 다들 대나무를 끊어서 활대로 만들어 세웠지 .” 오전 10 시부터 밭일을 시작한 부부는 점심 식사 후 더위가 몰려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터로 나선다 .
경님 어르신은 오늘 내로 하지감자 손질을 끝내고 종구 어르신은 산 밑 논에서 방수 작업을 할 예정이다 . 논에 물을 대기 전에 논두렁에 방수포를 덧대고 풀이 자라지 않게 하는 가루도 뿌리는 등 앞으로 농부에게는 바쁠 일만 남았다 .
■ 죽절마을의 골목이 품은 봄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던 길에 공공근로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남우희 (78), 조영례 (69), 이승례 (78) 어르신을 만났다 . 세 어르신은 매주 월 , 수 , 금요일 오전 9 시부터 2 시간 정도 환경정비 활동에 참여한다 .
승례 어르신은 “ 죽절마을부터 소양면사무소까지 걸어가면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다 ” 며 “ 너무 먼 거리도 아니고 햇볕이 약한 오전에 일하니 할 만하다 ” 고 말했다 . 무엇보다 주기적으로 움직이며 운동도 되고 손주들이 왔을 때 간식 사줄 수 있는 소일거리를 한다는 게 보람이다 .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 후 발걸음을 계속 옮기면 죽절마을만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 파란 지붕의 집 담벼락에 기대 고양이와 햇볕을 쬐는 임병국 어르신 . 작은 개울가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 담장 너머 피어난 흰 수국과 분홍빛 철쭉 .
바람이 불 때마다 스치는 댓잎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죽절마을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게 된다 . ■ 생활도자기 수업 덕에 특별해진 월요일 매주 월요일 2 시간씩 이어지는 생활도자기 수업이 마을회관에서 열린다 . 4 월 28 일 이날은 바로 국수 그릇을 만드는 날이다 .
수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손끝에 집중하며 흙을 다뤘다 . 그릇의 형태를 잡는 데 필요한 섬세한 힘을 주며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담았다 . 생활도자기 수업은 완주군의 마을 특성화 사업으로 마을회관에서 진행되는 문화 활동의 일환이다 .
이 활동은 완주군에서 제공하는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며 마을 주민들이 더욱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특히 지자체에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 지방 보조금 보탬 e 시스템 ’ 을 통해 관리된다 .
어르신들이 시스템을 직접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완주마을통합마케팅센터 광역사무장이 전반적인 지원을 맡아주면서 마을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이 수업은 단순한 만들기 체험이 아니다 .
흙을 다룬 후 그릇은 가마에서 두 번 굽는 사이 건조 과정 , 사포 작업 , 유약 과정이 이어진다 . 그 후에는 다시 가마에 들어가면서 진정한 도자기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완성된 그릇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도자기를 만들 때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다 . 흙은 친환경 소재로 세제를 많이 사용할 경우 , 작은 숨구멍을 통해 세제가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 . 어르신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자기 체험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다 .
물레를 돌리며 어르신들은 마치 도예가처럼 한 점 한 점 그릇을 완성해 간다 . 수업에 참여한 이귀순 (82) 어르신은 “ 세트로 그릇을 만들어 놓으면 진짜 예쁠 것 같다 ” 며 웃었다 .
소병례 (85) 어르신은 “ 손으로 직접 빚어서 정이 가고 쓸 때마다 내가 만든 거라 더 소중할 것 같다 ” 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유경님 (90) 어르신도 “ 처음엔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다 ” 며 다음 수업을 기대했다 .
생활도자기 수업은 단순한 취미 생활을 넘어 어르신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었다 .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작품 하나하나가 마을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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