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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0.09.14

다리목 이웃사촌

매실 닭집 임대훈·김정례 부부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0.09.14 15:23 조회 3,16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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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이 성공으로 가기까지 젖소 키우다 닭으로 전환 힘든 순간도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 오전 11 시 , 피정의집 골목을 따라 다리목마을 이장 부부가 운영한다는 음식점을 찾았다 . 밀짚모자를 쓰고 텃밭에서 일할 준비를 하던 이장 임대훈 (69) 씨는 그을린 피부에 선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

대훈 씨는 아내 김정례 (65) 씨와 함께 농사와 매실 밭에서 방목해 키운 닭으로 ‘ 매실 밭에서 춤추는 토종닭 ’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 손님들은 긴 식당 이름 대신 매실 닭집이나 춤추는 닭집으로 저마다 다양하게 부른다 . “ 원래 젖소를 30 년간 사육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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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리로 시작해서 100 마리까지 늘었죠 . 그만큼 열심히 키웠는데 규모는 컸지만 빚만 늘고 수익이 안남더라고요 . 고민하다가 지인의 말을 듣고 닭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 그러나 토종닭을 파는 일 역시 큰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었다 . 어느 날 아내 정례 씨가 장사를 해보자고 말했다 .

“ 한 마리를 팔더라도 집에서 파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남편한테 장사를 해보겠다고 했죠 . 아는 언니한테 나 닭 장사 할 건데 돈 받지 않을 테니 와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소개 해달라고 했어요 .” 당시에 이 한마디가 인생을 좌우하게 될 줄 몰랐다 .

한 사람은 곧 열 사람으로 열 사람은 백 명의 손님을 몰고 왔다 . 싸고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 복날이 되면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 “ 오시는 손님들이 제가 항상 웃는 얼굴이라 밥맛이 난다고 해요 .

지금은 장사를 그만두어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겼지만 사람이 좋아서 계속 하고 있어요 .” 코로나 19 로 인해 전보다 손님이 줄었어도 꾸준히 찾아주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쉽게 문을 닫을 수 없다 .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1981 년 11 월 1 일 결혼식을 올렸다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하루도 떨어져본 적이 없다 . 부부는 닮는다는 말처럼 어쩐지 서로 웃는 모습이 닮아 보인다 . 대훈 씨는 “ 아내가 예쁘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만났다 ” 고 했다 . 듣고 있던 아내 정례 씨도 웃으며 말했다 . “ 저는 처음 봤을 때 마음에 안 들었어요 .

그래도 두 번은 만나봐야지 하고 한 번 더 만났어요 . 부유하진 않아도 선하고 착실한 모습에 마음이 가더라고요 .” 부부가 전주에서 다리목마을로 이사와 정착한지 올해로 40 년이 되었다 . 대훈 씨는 마을에 처음 이사 와서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

“ 처음에는 밥도 못 먹을 만큼 어려웠어요 . 어디 만원 한 장 빌릴 곳도 없었고 버스비가 없어서 늘 자전거 타고 다니고 식당에서 남은 누룽지 마대자루에 모아둔거 얻어 와서 끼니를 해결했어요 .” 소중한 딸에게서 하얀 밥 좀 먹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속상함은 지금까지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

그럼에도 곁엔 서로가 함께였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 힘들수록 남들보다 두 배 , 세 배로 더 열심히 일했다 . 정례 씨는 공사장 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 하루에 세 가지 일을 병행하며 이동하는 시간도 부족해서 매일 뛰어다녀야했다 .

“ 남에게는 쉽게 베풀지만 정작 저희를 위해서 쓰는 돈은 아끼게 되더라고요 .” 이들에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 대훈 씨는 “ 우리는 서로 믿고 후회 없이 살았어요 .

아이들도 이미 다 결혼해서 둘만 사니까 사이가 더 돈독해졌어요 .” 정례 씨는 “ 우리 아들이 해병대 장교로 갔는데 군대 가기 전에 편지를 한 통 써두고 갔더라고요 . 너무 좋아서 읽고 , 또 읽고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편지예요 .

우리 딸 , 아들이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작고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 “ 단 한 번도 가난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 소에게 먹일 풀을 베면서도 이 넓은 밭에 풀이 전부 우리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았거든요 .”

현장 사진

매실 닭집 임대훈·김정례 부부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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