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향긋한 바질과 캐모마일 향이 실려 오는 ‘완주허브랑협동조합(이하 허랑)’은 환경과 먹거리의 가치에 중점을 두는 농촌 치유 체험농장이다. 2010년부터 상관면 지역에서 허브를 테마로 한 ‘허브스팜’을 운영해 온 이곳은 올해 전북특별자치도 농촌돌봄농장으로 신규 선정되었다. 현재 허브랑은 한사랑정신재활시설, 마음사랑병원 등 정신장애인은 물론 지역 고령자까지 품으며 교육과 치유를 병행하고 있다.
>> 흙과 꽃향기에 피어오르는 동심 5월 18일 햇볕이 따사로운 초여름, 허브스팜의 텃밭은 상관면 민목·계월·부흥마을에서 모인 일곱 어르신들의 손길로 금세 활기를 띠었다.
평생 흙을 만져온 베테랑답게 옥수수 모종을 순식간에 옮겨 심은 어르신들은 이어진 원예 시간에 직접 수확한 장미와 편백 가지로 저마다 개성 넘치는 꽃바구니를 꾸몄다. 꽃바구니를 주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소년,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동심 가득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김계화 어르신은 “평생 농사만 지었는데 이렇게 예쁜 꽃바구니를 만드니 꼭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 좋은 향기도 맡고 예쁜 선물도 손에 쥐어 가니, 올 때마다 선물 받는 기분이네.”라며 웃었다.
김만기 어르신도 “이웃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다 모이니 농장이 꼭 시끌벅적한 마을 사랑방 같다”며 거들었다.
>> 일회성 체험 넘어 치유와 복귀 돕는 농장으로 허브스팜이 3개 마을 어르신의 사랑방이 되기까지는 김수영·김선용 대표의 오랜 고민이 있었다. 2019년 치유농업대학 수료한 그들은 상관면에 세워진 한사랑정신재활시설 이용자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사회적 농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처음에는 일회성 원예 체험으로 시작했는데, 그분들이 꾸준히 사회적 기술을 익히고 연습하면 충분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북특별자치도 사회적 농업 거점 농장인 완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협업해 시범 프로그램을 실행해 본 후에 정식 지원사업에 도전해보기로 했죠.” 사회적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정부 지원에 발맞추기 위해 지역 농가들과 뜻을 모아 설립한 법인이 지금의 ‘완주허브랑협동조합’이다.
예전부터 연을 맺은 한사랑정신재활시설 이용자들 외에도 인근 마을 고령자, 마음사랑병원 참여자까지 함께 품는 사회적 농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상을 향한 프로그램의 목표도 조금씩 다르다.
김수영 대표는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는 외로움을 덜고 활기를 되찾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는 자존감을 높이고 사회적 대처 능력을 키워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 목표이며, 더 나아가 이들을 시간제로 직접 고용해 사회적 자립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 6차 산업과 지역 연대로 완성하는 돌봄 올해 허브랑은 전주시 내 사회적협동조합 두 곳을 비롯해 상관면이장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 지역 내 6개 주요 단체와 MOU를 체결했다.
10년 전부터 교류해 온 용진 ‘꿈드림’ 농가와 고산의 대규모 ‘금원’ 농장 등 생산·가공·체험 노하우를 가진 조합원 농가들과도 단단하게 결속돼 있다.
김선용 대표는 “내년에는 참여자 그룹을 더 확대하기 위해 상관면주민자치위원회에서 사각지대의 참여자 발굴을 전담해 주기로 했고, 상관면이장협의회를 통해 아직 접촉하지 못한 면내 관계 기관들과의 연결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동네 구석구석 소외된 이웃을 밖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역 단체와의 협력이 무척 중요한 만큼, 앞으로 정기 세미나나 설명회를 열어 농장의 입지를 다지고 연대의 손길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지원사업이 끝나도 돌봄을 지속하기 위해 농업 생산·가공·체험을 아우르는 6차 산업 기반을 튼튼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완주는 로컬푸드 1번지로서 다품종 소량 재배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공·유통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요.
이 인프라 위에 촘촘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더하면 돌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동네의 숨은 소외계층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일에 앞장서서,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상생하는 농촌 치유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보] 완주허브랑협동조합(허브스팜) • 대표자: 김수영 • 주 소: 완주군 상관면 상관소양로 595 • 문 의: 010-2288-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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