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미경의 삶의풍경 · 2022.02.03

존경씨가 가을이면 바빠지는 이유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2.02.03 10:13 조회 1,047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존경씨가 가을이면 바빠지는 이유 - 운주 중촌마을 이존경 이야기 아이걸음으로 한 시간씩 걸어서 학교를 다니던 나는 13 살 무렵 산골을 떠나 도시로 이사를 갔다 . 아파트와 자동차들 보다 낯설었던 것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돈을 주고 감을 사먹는 모습이었다 . 아니 , 감을 돈 주고 사먹다니 !

내가 살던 산골 동네는 지나가는 개들도 감을 물고 다닐 만큼 감나무가 많았다 . 가을철 동네 애들이 먹을 수 있는 건 감 뿐이었다 . 몰려다니며 대나무로 감을 따는 것이 일종의 놀이였다 .

IMG 0539
IMG 0539

하루 종일 감나무에 매달려 있던 아이들이 땡감을 따오면 어른들은 소금물이 담긴 항아리에 감을 차곡차곡 넣어두었다 . 추운 겨울이 되면 하나씩 빼먹곤 했는데 나는 그것이 먹기 싫어 제발 과자 좀 사달라고 칭얼대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

감 농사짓는 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존경씨도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 당연한 듯 늘 옆에 있는 감들이 질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감이 맛있어서 하루에 세 개씩은 꼭 먹는다고 한다 . 코로나가 없었다면 존경씨를 만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

덕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까맣게 잘 마른 곶감을 내려 크기대로 선별하고 , 포장하고 , 납품하느라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웠을 테고 , 설 명절을 앞두고 열릴 운주곶감축제를 준비하느라 아침저녁으로 바빴을 것이기 때문이다 .

불행인지 다행인지 곶감축제가 열리지 않게 된 틈을 타서 어렵사리 운주 중촌마을 곶감 덕장에서 일하고 있는 존경씨 ( 이존경 42 살 ) 를 만날 수 있었다 . “ 제가 29 살에 농사짓겠다고 다시 운주로 왔을 때만 해도 운주 곶감이 크게 유명하진 않았어요 .

어렸을 때 집에서 짓던 곶감 농사도 선물용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온 상인들이 배추 밭떼기 하는 것처럼 덕장별로 매입을 했었죠 . 곶감축제가 시작되면서 운주 곶감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거 같아요 . 운주 곶감은 완주 흑곶감 , 대둔산 곶감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죠 .

왜 흑곶감이냐면 햇볕으로 자연 건조해서 까만색이 도는 거예요 . 그래서 당도가 높아요 . 그리고 품종이 상주 곶감이랑 틀려요 .

상주곶감은 둥시라는 품종이고 완주곶감은 두레시라는 품종이죠 .” 다시 돌아온 고향 , 여전히 곁에 있는 감나무 존경씨는 운주 태생이고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는 운주에서 다녔지만 , 고등학교는 충남 논산으로 다녔다 .

20 살부터 다른 지역으로 나가 직장생활 하다가 29 살에 다시 고향 운주로 돌아왔다고 한다 . 멀쩡하게 직장 다니던 아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짓고 살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선뜻 그렇게 하라고 동의해 주셨다고 한다 .

어린 시절 감식초 통 나르고 감 딸 때 뒤에서 돕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이제 부모님의 동업자가 되었다 . “ 아버지가 운주 토박이시고 농사로 자수성가하신 분이셔요 . 농촌에서 부모자식 간에 함께 농사짓는 집 중 안 싸우는 집이 거의 없죠 .

갑자기 돕겠다고 찾아온 자식들이 새로운 방식을 배워 와서 마음대로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까 . 저도 물론 가끔 의견이 안 맞아서 싸우기도 하고 그랬죠 . 왜냐하면 농사일이 손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 일이 생소하잖아요 . 그래도 벌써 10 년이 넘었어요 .

처음에 29 살 무렵 고향 왔을 때 , 용돈벌이라도 하려고 대둔산 입구에 올라가서 관광버스 주차장에서 구운 밤도 팔고 , 감도 팔고 그랬었죠 . 다 집 주변에서 딴 것들 가져다가 . 나가서 판매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죠 . 가만히 있으면 누가 저한테 안 오잖아요 .

용기내서 나가보니까 진짜 장사가 잘 되더라고요 . 저한테 장사하는 거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죠 .

단기간에 조금 하다가 농사일을 늘리게 되면서 그 장사는 접게 된 거죠 .” 존경씨는 연시 , 곶감 등 감 농사 외에도 콩 농사 , 묘목 농사를 지으면서 조금씩 일을 키워나가고 있고 농사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소나무 재선충 방재작업 같은 산림조합 일도 하면서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을 나름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한다 .

“2 월 전에 감나무 거름을 줘요 . 그리고 감나무 가지치기 . 순을 잡아줘야 하니까 . 6 월부터 8 월까지는 감나무 방역 시기여서 한 달에 한 번 간격으로 살충제를 줘야 해요 . 외래종 벌레가 많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 수확은 각 농장마다 다 다른데 저희는 연시용 감은 추석 전에 수확해요 .

색깔은 붉은 색이 돌고 아직 단단할 때 해요 . 곶감용 감은 10 월 초부터 10 월 25 일 전까지는 수확해요 . 더 늦게 따면 감이 물러지니까요 . 전 과정에서 제일 힘든 과정은 감 수확할 때죠 . 그때 일손이 제일 필요한데 요즘에는 인력 구하기도 힘들고요 .

가을철 떫은 감을 수확할 때가 제일 힘들죠 . 제가 좋아하는 계절은 봄 이예요 . 봄은 일단 바쁜 일이 드물어요 . 가을에 단풍 구경을 해본 적이 없어요 . 감 구경하기 바빠서요 . 그냥 집 밖에 나가면 보이는 나무 보는 게 단풍구경인거죠 .

그나마 봄이 좀 편안하죠 .” 예측할 수 없는 일들 이제는 작업동료가 된 아버지와 아들 10 년 동안 땅을 일구며 깨달은 것이 있다면 농사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 자신이 부지런히 움직인 만큼 정직한 수익이 생긴다 . 하지만 최근에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

아버지 대의 농사짓는 법과 지금의 농사는 기술도 환경도 많이 달라졌지만 가장 어렵고 힘든 문제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라고 한다 . 존경씨는 몇 해 전 거짓말처럼 따뜻했던 겨울 풍경을 덤덤하게 이야기 했다 .

“ 추워야 할 때 따뜻하고 따뜻해져야 할 때 갑자기 추워지니까 나무가 얼어 죽고 냉해가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 5 년 전이었나 . 겨울에 눈 한번 제대로 안 내리고 포근했던 해가 있었어요 . 그때 곶감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엄청 큰 피해를 봤죠 .

곶감이 건조되기 전에 걸려있던 곶감들이 다 바닥으로 쏟아졌어요 . 그런 일은 처음 있었던 일이예요 . 그 당시 일이 신문에도 나고 그랬죠 . 그때 저는 무덤덤한 편이었는데 아버지가 많이 놀라셨어요 . 눈앞에서 곶감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덕장 앞에서 하루 종일 바라보기만 하셨죠 .

평생 곶감 농사지으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셨다고 해요 .”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을 사람들의 노력과 새로운 기술로 온전히 극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그래도 과거의 오래된 농사 기술과 지혜를 갖고 있는 아버지 세대와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아들 세대가 힘을 합쳐 농사짓는 다면 희망은 있지 않을까 ? 존경씨 말대로 일단은 부지런히 정직하게 땀 흘리며 하던 일을 해 나가는 것이다 .

오일장마다 화려한 빛깔을 뽐내던 대봉시들이 들어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연륜 있는 곶감이 등장한다 . 나처럼 어린 시절 동네에서 감을 따먹고 곶감을 만들던 추억이 있는 친구들도 그 시절이 그리운 모양이다 . 그들을 위해 해마다 완주곶감을 명절 선물로 보내곤 한다 .

드디어 호랑이도 무서워 할 만큼 무섭게 맛있는 완주곶감을 선물로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 /글·사진= 장미경(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현장 사진

존경씨가 가을이면 바빠지는 이유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