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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의 삶의풍경 · 2023.02.16

동상면 사봉리 조인식 이야기

삶과 사람, 일상과 계절을 천천히 기록하는 장미경의 연재를 모았습니다.

등록 2023.02.16 16:00 조회 9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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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야 할 길이 땅에 있소 농업이 국력이라는 말은 내가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읽었던 문장이다 . 그 말은 내가 채 어른이 되기도 전에 기술력이 국력 , 반도체가 국력 , 우주산업이 국력 이라는 알 수 없는 말들로 대체되었다 .

먼 나라의 전쟁은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근 몇 년 사이 우리는 모두 느꼈을 것이다 . 최신 스마트폰을 소유해봤자 충전할 수 있는 전기조차 끊길 수 있다는 것을 . 국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력들이 아무 소용없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 조인식씨와 나눈 이야기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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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식씨는 1968 년생 원숭이띠로 천생농부다 . 농부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인 요지경 같은 세상 속에 있지만 그는 여전히 흙을 만진다 . 흙 속에 살면 고생한다고 어린 자식 도시로 유학을 보냈건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득달같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

“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키워서 수확을 할 때 그 행복한 마음은 농부밖에 몰라요 . 소득이 크냐 작냐를 떠나는 거예요 , 그 맛을 보면 그거를 멈출 수가 없는 거지 .” 나는 기어코 시골로 간다 . 연석산과 대부산 , 학동산이 둘러싸고 있는 동상면 사봉리 묵계마을 .

조인식씨는 고향이자 일터인 이곳에서 동상산골농원을 운영하며 곶감농사를 짓고 있다 . 곶감일은 가을부터 설 전 까지가 바쁜 때여서 지금 그의 곶감 덕장은 고요한 겨울을 즐기고 있다 .

“ 어머님이 농사짓지 말고 전주로 나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데 취직하라고 초등학교 3 학년 때 전주로 유학을 보냈는데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죠 . 처음에는 젊은 자식이 농사를 같이 짓는다고 하니까 반대를 많이 했죠 . 근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농사짓고 사는 게 꿈이었어요 .

나는 시골로 간다라고 마음을 먹었어요 . 내가 가야 할 길이 여기 시골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 조인식씨는 제법 이름난 곶감 농업인이다 . 전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 납품한 적도 있고 , 정부 기관에도 여러 차례 선물용 곶감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 곶감 농사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도 대단하다 .

밭에 감나무를 심으면 더 쉽게 곶감을 생산할 수도 있지만 , 여전히 산비탈에 감나무를 심어 더 풍미 있는 곶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농가 소득을 위해 재배하기 좋은 작물을 연구하고 공부하고 있다 . “ 저는 지금도 산 높은 곳을 고집해요 . 맛 자체가 틀려요 .

산 높은 곳에 있는 감은 살도 단단하고 당도도 높아요 . 연석산 줄기 600~700 고지에 감나무를 심었죠 . 트럭을 타고 가서 포크레인 바가지에 사람이 올라가서 감을 수확해요 . 예전에는 사람이 지게 지고 산에 가서 감나무 타고 올라가서 수확했어요 .

고종시는 껍질이 얇아서 멍이 들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거든요 . 수확할 때 와인 잔 다루듯 조심해야 해요 . 곶감 농사를 먼저 짓던 형님들이 완주 곶감에 대한 붐을 일으켰죠 . 농산물 특산품화를 목적으로 하면서 상품의 질도 많이 높이려고 노력을 했고 곶감의 질이 좋아졌죠 .

저 같은 경우도 덕장에 에어컨 냉난방 기계 달 때 다 미친놈이라고 그랬어요 . 여기다가 이렇게 돈을 쓰냐 . 내가 아마 최초로 했을 거야 . 에어컨으로 냉난방 해결하고 비 오는 날은 제습 할 수 있으니까 .

기후변화 때문에 농업도 예전 그대로면 힘들어요 .” 수입으로 따지면 포크레인일이 주업이지만 인식씨는 자신의 주업은 농업이라 말한다 덕장 앞에서. 트럭을 타고 산비탈을 올라 감작업을 하고 포크레인을 싣고 벌목작업을 다니는 등 인식씨의 중요한 수단 이다.

윗동네 어르신이 조인식씨의 덕장 시스템을 구경하러 오셔서 설명 중이다. 인식씨가 이장이 되면서 마을사람들과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색다른 간판을 제작했다 아버지처럼 , 동네사람들과 어울려 늙어 가고 싶어요 . 한 때 동상면사무소 직원들은 조인식씨가 나타나면 3 대 천왕이 왔다고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

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 , 이장협의회 총무 , 체육회 사무국장 일을 함께 하고 있어서 생긴 별명이라고 한다 .

젊은 시절에는 일에 집중하느라 지역사회 활동이나 봉사활동도 거의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부터 지역의 일들을 하나씩 챙기게 됐고 지금도 기회만 되면 주민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챙겨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 그만큼 동상면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

“ 내가 동상면에서 3 대 천왕이라는 별명이 있었어요 . 주민자치위원회 사무국장 . 이장협의회 총무 , 체육회 사무국장 일을 동시에 했거든요 . 근데 지금은 너무 벅차기도 하고 2~3 년 하는 임기를 다 채워서 내려놓고 이장협의회 총무는 그대로 하고 있어요 .

동상면 주민자치위원회는 2018 년 동상면 발전위원회로 발족 했는데 그때부터 열심히 활동했었죠 . 한때 농어촌공사에서 동상저수지에다 태양광 설치한다고 할 때 우리가 동산면 주민발전위원회를 만들었거든요 . 제가 그때 사무국장 할 때인데 진짜 힘들었어요 .

우리 고장의 이 아름다운 곳에다가 태양광 설치한다고 농어촌공사에서 데모하고 군청에 가서 집회하고 했을 때 환경에 대해서 공부를 참 많이 했어요 . 뭘 알아야 제대로 구호도 외치고 그러죠 .” 조인식씨는 작년부터 마을 이장 일을 하고 있다 .

젊은 시절에도 이장 일을 잠깐 했었는데 그때는 너무 경험이 없어서 이장 일을 잘 몰랐지만 , 지금은 제대로 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 이장 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기 때문이다 . “ 젊은 시절에는 봉사활동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 요즘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생각해요 .

포크레인 가지고 도와줄 수 있는 걸 도와주는 거죠 . 몇 년 전에 집중호우가 와서 난리 났을 때도 제 포크레인 끌고 가서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기름 값도 안 받고 일했어요 . 요즘은 대아저수지 주변 벌목작업을 하고 있어요 .

벌목해서 생긴 나무를 동산면 마을마다 땔감으로 골고루 나눠주는데 봄 오기 전에 마무리 해야죠 . 그리고 우리 동네 앞에 냇가가 좋아요 . 제가 우리 동네 어른들을 설득시켰어요 . 우리 동네 냇가는 우리가 지키자고요 . 일급수에 사는 물고기나 다슬기도 무분별하게 우리부터 잡지 말고 지키자고요 .

우리 동네 냇가에 먹바위와 벼루소라는 좋은 곳이 있죠 . 소나무도 한그루 있는데 그게 꼭 붓 같이 생겼지요 . 동네의 유명한 지명 유래를 개발해서 문화컨텐츠도 만들고 싶어요 .” 도시에서는 만나기 힘든 농부들을 완주에서는 실컷 만나게 된다 .

사는 것이 무의미할 때 , 앞날이 불안할 때 농부들을 만나보시길 .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안심이 된다 . 하늘과 땅 , 물과 땀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배어나는 특유의 기운 때문일 것이다 . 조인식씨는 자신의 시가 실렸다며 두꺼운 동상면지를 꺼내 보였다 .

‘ 아버지의 지게 ’ 라는 시다 . 그저 몸으로만 농사를 짓던 시절 . 아버지 따라 지게 지고 감 따러 산비탈을 오를 때 , 네 다발을 지게에 지고 나르던 그 뒷모습이 얼마나 커보였을까 . 비로소 아버지와 같은 짐을 지고 연석산 5 부 능선까지 올랐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늙어가고 싶다는 조인식씨 . 고향마을에서 큰 욕심 없이 흙을 만지며 이웃들과 함께 어울려 살다 고향땅에 묻힌 아버지처럼 . 홀로 앞서서 빛나기 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고생하며 . 먼저 그렇게 살다 가신 분들처럼 늙어가고 싶다고 한다 .

/글·사진= 장미경 (장미경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고산미소시장에서 공동체가 만든 제품을 파는 편집매장 홍홍을 운영한다)

현장 사진

동상면 사봉리 조인식 이야기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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