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품앗이 칼럼
  • 지난 완두콩

기획특집

> 이달 완두콩 > 기획특집

[배움에 나이 있나요] 도예 배우는 구이 어르신들2014-10-29

[배움에 나이 있나요] 도예 배우는 구이 어르신들

 

“우리집 밥그릇 다 내가 만든 것이제”

 

도예 배우는 구이 어르신들

 

흙을 만지니 몸과 마음이 편안
이젠 도자기 하는 날만 손꼽아

 

농촌에서 나이든 할머니들에겐 흙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인데 얼마나 지겨울까.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보다. 적어도 도예동아리 할머니들에게는 말이다. “밭 흙은 들러붙는데 이건(도자기 흙) 안 붙더라고.”

 

9월 20일 오전 구이노인복지관 옆 공방 토란. 할머니 예닐곱 분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흙을 빚었다. 주변에는 접시며 그릇이며 아기자기한 생활 공예품들이 놓여 있었다. 모두 할머니들이 만든 것이다.

 

 

할머니들의 도자기 수업 강사 김란희씨는 “도예동아리는 흙을 만지게 함으로써 어르신들의 소근육 운동을 돕고 정서적 안정을 주기 위해 구이노인복지관이 마련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구이지역 할머니 10여분이 참여하고 있고 봄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씩 수업을 갖고 있다.

 

이날은 도자기 흙으로 수저통을 만들기로 한 날이다. 할머니들은 그동안 내공이 쌓였는지 흙을 빚는 솜씨가 제법 능숙했다.

 

“여가 집중돼서 안정이 딱 되니깐 아무 생각이 없어. 그거이 좋더라고.” 오복순 할머니는 흙을 빚다보면 모든 시름을 잊게 된다고 했다.

 

 

김란희씨는 “우리 어머니는 (도자기를)마음껏 쪼그려도 예뻐요. 본래 뭘 못하는 게 없잖아. 손으로 하는 건 다 잘하시는 거 같아. 얌전 하시고”하며 오 할머니를 추켜세웠다.

 

눈이 캄캄하다는 최고령 이순희(86) 할머니는 “공부는 못허는디 이거는 재밌다”고 했다.

 

김란희씨는 “이순희 어머니는 처음보다 팔 힘 좋아졌다”며 “도예가 소근육 운동이 되는데 그 덕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처음인 강삼순 할머니는 “본래 활동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도예가 생각보다 재밌어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한쪽에서 반죽과 씨름하던 지귀례 할머니는 “많이 못 만들었다. 만들다 다 죽는다(찌그러진다)”고 아쉬워했는데 말은 이렇게 해도 할머니는 작년에도 도예를 배운 실력파다.

 

할머니들은 수업시간에 만든 도자기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 집안 살림에 보태고 노인대학에 기증하고 평생학습축제장 같은 곳에서 팔기도 한다. 일부는 보기만 하면 정신없이 가져가려는 딸들에게 뺏기기도 한다고.

 

김란희씨는 “어르신들이 대단한 도자기 수업을 하시는 건 아니지만 흙을 만지시니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것 같다”며 “정말 좋아하고 즐거워하시면서 처음보다 굉장히 밝아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게시글을 구글로 북마크 하기 게시글을 네이버로 북마크 하기
이전글
[배움에 나이 있나요] 완주 해피붐붐 실버밴드
다음글
[배움에 나이 있나요] 삼례 문화의집 노래교실 어르신들
코멘트 작성 ※ 최대 입력 글자 수 한글 120자 (255 by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