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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팔고 깔깔깔 … 도깨비같은 90분 번개벼룩2014-06-03

사고 팔고 깔깔깔 … 도깨비같은 90분 번개벼룩

사고 팔고 깔깔깔 … 도깨비같은 90분 번개벼룩

 

오프라인 벼룩시장 현장에서


AM 10:00 부스럭 부스럭

봉동 둔산리 아파트 숲 안쪽에 위치한 한 근린공원. 9시50분부터 차량들이 하나 둘 들어선다. 이어 차에서 내리는 젊은 아줌마들. 손에는 플라스틱 상자들이 한가득 들려있다.
이 수상한 움직임이 뭐냐고? 뭐긴, 벼룩시장이지. 30여 분만에 이동식 테이블 열대여섯 개에 사용한 흔적이 묻어나는 아이 옷가지들과 장난감, 수작업이 분명한 머리핀과 쿠키, 베개가 진열된다.
이영심씨(벼룩시장 회장 닉네임 추자매맘)가 진열을 마친 점주들에게 소리친다.
“물건은 10시30분부터 파세요. 경품추첨에 응모하실 분들은 이름 크게 쓰시고 휴대전화 뒷자리도 쓰세요. 동명이인이 있을 수 있으니까.”

 

AM 10:30 복작복작… 왁자지껄…

10시30분 남짓.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들 손을 잡은 젊은 엄마들의 발길이 몰려든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판매전이다.
“저기 오렌지나무님은 아이 낳은 지 보름도 안됐는데 벌써 나왔네요. 하여튼 대단해.”
그는 여름 특수를 맞은 선 스프레이, 모기 퇴치제, 진드기 퇴치제 등을 가지고 나왔다. 찾는 이들이 많아 따로 주문을 받기도 한다.
검은 모자가 잘 어울리는 비즈씨는 여섯 살짜리 딸을 위해 만든 머리핀을 가지고 나왔다. 솜씨 좋고 친화력도 좋아 엄마들이 꾸준히 몰린다. 매출 일등공신은 4000원짜리 형광색 리본핀.
김태희씨(35 닉네임 태희씨)도 “아이들 낮잠 잘 때 이불대신 덮어주면 좋은 양면조끼가 1만원”이라며 홍보에 열심이다.

 


홈패션을 배운 뒤 직접 만든 냄비집게나 앞치마 등을 가지고 나온 성빈맘은 “내손으로 만든 것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이 좋아서 자꾸 나오게 된다”며 “주문을 받으면 대부분 근방에 살기 때문에 직접 배달을 간다”며 아예 가게이름을 지어놓고 번듯한 명함도 만들었다. 
아이 셋을 둔 닉네임 고은맘(33)은 “4년째 회원으로 활동 중”이라며 “지난번에 안 쓰는 아이들 용품을 모두 팔아 이번 주에는 그냥 구경나왔다”며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선거철이라 피켓을 든 선거운동원들도 벼룩시장 한 켠을 차지했다. 봉동이 지역구인 여성 군의원은 젊은 엄마들의 표심을 잡고자 한달음에 달려왔고 한 학습지 업체도 저만치 나무그늘 밑에 고객유치용 테이블을 폈다.

 

AM 11:50 주섬주섬… 소란소란…

12시가 가까워지자 슬슬 파장분위기다. 약속한 90분이 다 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잠시 한산했던 시장이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물건을 사고 볼 일을 마친 고객들이 경품추첨 시간인 12시 즈음에 맞춰 다시 모여 들기 때문.
바람이 잘 치는 정자아래는 유모차부대들의 쉼터이자 수다방이 된다. 아이들 병치레부터 유치원 정보에 다이어트, 심지어 가슴을 업(up)시키는 운동을 직접 전수하는 이도 있다.


PM 12:10 심장 쫄깃쫄깃한 기대…


“자, 지금부터 추첨 들어갑니다. 나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언니들은 별로 없는 것 같으니 이름 부를 때 반말해도 기분나빠하지 않기. 오케이?” 
회장인 추자매맘이 당첨을 기다리는 엄마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컵케이크며 선 스프레이, 양면조끼, 수제비누, 빵, 머리핀에게 각기 주인을 찾아준다. 무려 30여명이 당첨의 기쁨을 누렸다. 박씨 성을 가진 당첨자가 계속 나오자 “오늘 종친회하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생일을 맞은 이나 아내 따라 온 젊은 남편들에게도 경품이 돌아갔다.
“나도 다음엔 오빠 데리고 와야지” “깔깔깔”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닉네임으로만 불려도 좋은 젊은 엄마들의 한바탕 잔치가 다음을 기약하며 끝난다.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보다 더 흥미로운 아줌마들의 벼룩시장 재미있으셨나요?

그럼 이 주 후에 뵙겠습니다!

 

■ 회원들에게 들은 얘기


벼룩시장 완판녀 사백점씨

석 달 전에 넷째아이를 낳은 닉네임 사백점씨는 벼룩시장 완판녀로 통한다. 넷이나 되는 자녀들을 위해 독학으로 익힌 제과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쿠키가 제일 먼저 동나기 때문.
낮잠에 빠진 아이를 안고도 판매에 열심이다. 12시쯤 일을 마친 남편이 찾아와 물건정리를 돕는다. 베이킹 솜씨부터 부부금슬까지 회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는 조만간 오백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섯째를 욕심내고 있다는 후문.


봉동여자들 다산은 봉실산 덕?

“카페회원들이 유난히 아이를 많이 낳는 것 같다”고 했더니 한 회원이 얼마 전 둔산공원에서 한 어르신께 들었다는 솔깃한 말을 전해준다.
“저기 평지위에 나지막이 솟아있는 봉실산이 있는데 그 산 기운이 좋아 봉동여자들이 애를 많이 낳는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많은 회원들이 두 명은 기본이고 셋, 네 명까지 낳기도 한다”는 귀띔. 정말 봉실산의 효험일까?


벼룩시장 인사 “너 애 낳았니?”

워낙 젊은 주부들이 많다보니 벼룩시장에서 만나면 하는 인사는 으레 “애 언제 낳아?” “벌써 낳았대?” 중 하나란다. 오프라인 벼룩시장에서 2주나 한 달 터울로 만나다 보니 생겨난 나름의 인사말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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